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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9.01 14:28:56
  • 최종수정2015.09.01 14:28:56

박연수

충북도청풍명월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

올해 찾은 괴산군 화양동 계곡은 언제나 맑았다. 주변의 산과 숲도 언제나 그랬듯이 그늘 막을 만들어 줬다. 말 그대로, '화양동= 깨끗함' 이다. 이 때문에 전국에서 많은 피서객들이 화양동 계곡을 찾는다.

여름 피서 끝날 무렵이어서인지, 8월 말에 찾은 화양동 계곡은 한산했다. 피서객들이 많이 없어서인지, 화양동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는 더욱 경쾌했다. 경쾌한 물소리를 들으니, 물가에 가지 않아도 기분만으로도 시원했다.

계곡으로 한발 내려섰다. 경쾌한 물소리는 그대로인데, 물은 더러웠다. 눈이 혼탁했다. 한 구비를 돌았다. 이번에는 코가 예민하게 반응했다.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맥주병과 소수병, 비닐, 라면 등이 음식물 찌꺼기와 섞여 범벅이 돼 있다. 악취가 진동 했다. 우리 고장의 자랑인 화양동 계곡을 보여주기 위해 전국의 환경인들을 초대했는데, 청정 계곡이 아닌 쓰레기 무덤만 보여줬다. 창피했다. 그래도 워크샵에 참석한 학생 등 환경인들은 이해했다.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웠다. 이제야 정돈이 된 듯하다. "물이 한 바퀴 돌고 사람들이 들어가지 않으면 청명해 지려나". 모두 한마디씩 했다.

여름휴가 끝난 뒤, 우리나라 국토는 쓰레기 몸살을 앓는다. 가져온 음식물이나 남은 찌꺼기를 집으로 가져가는 것이 당연한데,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그곳에 버려두고 간다. '내가 가져온 쓰레기는 집으로 되가져 갑시다'라는 문구는 글씨에 불과했다. 하물며 취사 야영이 금지된 속리산 국립공원 내 화양동 계곡도 그런데, 다른 휴양지는 알아서 무엇하랴. 씁쓸했다.

1980년 경제성장과 더불어 레저를 즐기는 인구가 급증했다. 그러면서 산과 계곡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급기야 정부는 1991년 취사야영금지를 선포하고 지정 된 장소에서만 허용했다. 국민의 자정 노력과 의식수준이 향상됐다. 눈에 보이게 쓰레기는 줄었고 선진화 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IMF위기를 극복한 이후, 피서객이 다시 포화 현상을 보였다. 강과 계곡이 또다시 쓰레기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2007년 정부는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강력한 대책을 추진했다. 사전 예약제와 휴식년제 등 자연보호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확실히 천명했다. 하지만 개발과 관광, 생계라는 명목으로 국토는 파헤쳐지고 병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린벨트는 해제되고 국립공원은 규제를 풀어야만 했다. 더불어 국민의 자정 노력은 공허한 메아리로 흘러가고 법은 국민의 마음속에서 미세하게 새어나갔다.

속리산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따르면 7월 18일부터 한 달간 계곡이나 탐방로 주변에서 밥을 짓고 고기를 구어 먹다 적발된 인원은 126명이다. 이중 30명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되고 96명에게는 지도장이 발부됐다. 그런데 적발되지 않은 인원은 얼마나 될지, 음식물을 주문해 쓰레기를 투기 한 인원은 몇 명일지는 집계도 안 된다. 여름이 지나고 태풍이 오면 계곡에 투기된 쓰레기는 댐으로 모여들어 우리의 취수원으로 흘러들어간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과정보다는 결과주의가 팽배한 사회의 단면은 아닐까. 법을 지킨 사람이 손해 보는 사회, 군대 다녀 온 사람이 손해 보는 사회, 빛을 제대로 갚은 사람이 손해 보는 사회 등의 인식이 팽배해 진 것은 아닐까· 불법을 저질러도,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도, 세금을 안 내도, 위장, 논문표절 등 사회의 해악을 끼치고도 용서되는 사회. 아니 용서를 넘어 출세의 보증수표처럼 된 사회에서 그 정도도 못하면 '바보'라는 스스로의 안위 때문인 것일까. 이게 2014년 GDP 수준 세계 13위라는 경제 대국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이제 우리 스스로가 대한민국호의 선장이 돼, 우리의 국토를 보전하고 지킬 때다. 우리가 뽑아준 정치권력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의 미래 세대가 살아가야 할 땅을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스스로 지켜야 한다. 우리의 국민수준을 다시 찾자는 얘기다. 이제는 구호가 아닌 실천을 통해 하나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한다. 누가, 우리 스스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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