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황인지

청주시 복지정책과 주무관

아침 6시에 맞춰진 알람 소리에 눈이 떠졌다. 자연스럽게 주방으로 향해 밥을 짓고, 아이들 반찬거리를 찾느라 냉장고 문을 열어 채소와 재워놓은 고기를 꺼내 냄비에 볶기 시작하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육아휴직 후 복직하는 날이어서 더 긴장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부리나케 아침을 준비해놓고 출근을 준비하던 중 둘째 딸의 어린이집 수첩이 눈에 띈다. 벌써 세 권 째. 아이의 하원 후의 생활과 등원 전까지의 일상을 적는 작은 수첩이지만 그 수첩을 적어간 1년 반의 시간 동안 아이가 큰 탈 없이 잘 자라줘서 무척 다행이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아내의 회사 복귀에 맞춰 무작정 시작한 육아휴직.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13개월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걱정이 많았지만, 순하고 순한 둘째 녀석은 내 걱정을 덜어주려는 듯 잘 먹고 아빠 품 안에서도 잘 자고 해줬다. 그 아이가 벌써 네 살, 세 돌이다. 무사히 휴직 기간 동안 내 역할을 다 해 낸 것 같고, 품 안에 폭 안겨지던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을 정도로 잘 자라줘서 감사할 뿐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육아휴직 급여자 5만 3494명 중 남성 휴직자는 1만 1080명으로, 전체의 20.7%를 차지했는데 남성 휴직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는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아닌 공무원이 빠진 숫자로, 올해 추세대로라면 2만 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점점 사회 분위기가 엄마 양육에서 부모 양육, 즉 '맞돌봄'으로 점점 바뀌고 있음을 나타낸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 형제, 친척, 이웃 등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기울이고 애정을 쏟아야 하며, 아이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말로서 육아가 그만큼 힘들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래서 남성들이 육아에 대한 두려움과 급여 감소, 조직 내 경력 단절과 승진 불이익 등 많은 이유로 여성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직 우리들 현실이다.

그러나 내 아이를 키움에 있어 엄마, 아빠가 따로 있을까? 더 이상 엄마에게 아이를 전가하지 말자. 내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온몸으로 행하는 고된 기쁨을 즐겨보자. 그동안 '여건이 안 돼', '생활비가 부족해'라는 변명으로 아내에게 육아를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되돌아보자. 그리고 가정에서의 충분한 상의와 고민 후 결정했다면 실천해보자.

따뜻한 아침햇살을 받으며 아기 띠에 내 아이를 안고서 커피 한 잔 들고 동네를 산책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내 아이가 주는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 돼 돌아올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아너 소사이어티 충북 72번째 회원' 변상천 ㈜오션엔지니어링 부사장

[충북일보] "평범한 직장인도 기부 할 수 있어요." 변상천(63) ㈜오션엔지니어링 부사장은 회사 경영인이나 부자, 의사 등 부유한 사람들만 기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1월 23일 2천만 원 성금 기탁과 함께 5년 이내 1억 원 이상 기부를 약속하면서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의 충북 72호 회원이 됐다. 옛 청원군 북이면 출신인 변 부사장은 2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부모님을 도와 소작농 생활을 하며 학업을 병행했다. 그의 집에는 공부할 수 있는 책상조차 없어 쌀 포대를 책상 삼아 공부해야 했을 정도로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 삼시 세끼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그의 아버지는 살아생전 마을의 지역노인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했다. 변 부사장은 "어려운 가정환경이었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자라왔다"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오늘날의 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옥천군청 공무원을 시작으로 충북도청 건축문화과장을 역임하기까지 변 부사장은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나아지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