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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갖는 문화의 차이 ⑨ 음식의 민족주의

같은 음식이라도 나라마다 맛은 다 달라

  • 웹출고시간2008.09.30 20:58:1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사람들이 가장 못잊는 것이 된장과 고추장, 김치, 간장이다.

어릴적부터 양식만을 먹은 사람들도 자라서는 우리 전통의 음식을 찾고 있는 것은 한국 음식에 대한 저항을 느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입맛에 대한 민적의 유전질이 가장 강력한 우성(優性)으로 늦게까지 잔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체의 모든 부위는 쓰면 쓸수록 발달하고 쓰지 않으면 쓰지 않을수록 퇴화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음식도 특정한 맛의 음식을 많이 먹는 민족은 그 맛을 감지하는 미각이 뛰어나고 반면에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

음식은 지형적 또는 기후적인 특성이 음식의 맛을 각기 다르게 나타내고 사람들의 구미도 다르게 만들고 있는 민족주의가 있다.

같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라도 나라마다 각기 다른 것은 음식에도 민족주의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더운지방과 추운지방의 음식은 보존상태부터 다르면서 맛과 향까지 특유의 미각을 가지고 있다.

세계 각국을 여행하다보면 음식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그들만의 특유의 음식의 민족성이 존재하면서 다른 음식을 접할때는 거부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밥맛 민족주의

네팔의 히말라야를 등반할 때 고산족인 현지인이 지은 밥맛은 우리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쌀은 한국사람이 상식하는 자포니카종을 사용하나 맛이 틀리다. 이들은 쌀을 양푼에 담아 물을 가득 붓고 일단 끓인 다음 우러난 밥물을 따라내고 다시 가열한다. 즉 자포니카 쌀의 특성인 진득진득한 찰기를 일단 끓여서 없애버리는 것이다. 그 버린 밥물에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밥맛이 들어 있는 것을 그들은 모른다.

어떤 쌀이나 어떤 취사법이 더 밥맛을 좋게하고 나쁘게 한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나라와 민족의 오랜 입맛이라는 문화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 나라와 민족이 장기간 동안 가장 자주 입에 대어 온 그 나라에서 생산된 산물 이상 좋은 밥맛을 내는 어떠한 외국의 산물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는 한국에서 재배한 무나 배추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것으로 김치를 담그면 한국 김치 맛이 안 난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해 주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쌀이라도 진천쌀이나 이천쌀이냐에 따라 임금에게 진상되는 진상미도 맛을 달리했을 정도이니 산지와 밥맛의 함수가 참으로 대단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중국 청나라의 장영이 지은 ‘반유십이합설(飯有十二合說)’이나 ‘찬희잡지’에 조선사람이 밥 잘짓고 밥맛 좋기로 소문이 나있음을 기록하고 있다. 밥맛은 벼농사가 가능한 북한게에서 기후에 따라 지은 쌀일수록 밥에 찰기가 지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더하기 때문이다.

우리 밥맛의 우수성은 한국쌀과 미국쌀, 일본쌀의 밥 냄새와 찰기, 밥 모양, 씹는 맛 등 5개 분야의 비교조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성적순위가 한국쌀인 일품벼-추정벼-고시히카리-동진벼-미국쌀이 칼로스였다. 칼로스 쌀은 씹는 맛에서만 3위였고 기타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술 문화

서양사람들처럼 자기술잔에 먹고싶은 만큼 따라마시는 음주문화를 자작(自酌)문화라고 하고 중국이나 러시아 처럼 잔을 맛대고 건배를 하고 마시는 것을 대작(對酌)문화라고 부르고 한국사람들처럼 술잔을 주고 받으며 마시는 음주문화를 수작(酬酌)문화라고 부른다.

일본도 어느 시기에 수작을 한 적이 있으나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 현재 수작문화를 하는 민족은 우리민족과 아프리카의 한 민족만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수작문화는 사람과 사람을 정신적으로 결속시키는 숭고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죽음으로써 약속한 것을 보증할 필요가 있을 때 한잔에 쏟아부는 짐승피를 나누어 마시는 혈맹(血盟)을 했고 화랑들이 한솔차를 나누어 마심으로 공생공사를 다지는 다례(茶禮)로 진화하고 그것이 한잔 술로 나누어 마시는 수작으로 변해왔다.

경주의 포석정에서 술잔을 띄워 돌려 마시는 곡수(曲水)는 군신이 둘러 앉아 한잔 술 곡수에 띄워 마심으로 동심일체, 일심동체를 다졌던 것이다.

세조는 쿠테타 음모를 진행중인 시절부터 회심의 술자리에서는 바지춤에 숨겨 갖고 다니던 표주박을 꺼내어 한잔술을 나누어 마심으로 은밀히 뜻을 다져 자기사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또 혼례시 표주박에 술을 따라 신랑 신부가 입을 맞대고 마시는 절차가 있는데 이는 수작의 상징적인 의미라는 것이다.

성종때 정승 신용개는 혼자 술을 마시면서도 수작을 했다고 한다. 달뜨는 밤 국화 화분을 앞에 놓고 화분에 술을 권해 따르고 다시 그 술잔에 국화꽃을 띄워 돌려 마시곤 하면 늦도록 했다고 한다. 이처럼 한국 사람은 구작하지 않고는 술맛을 못 느끼는 민족이었다.

건배용어를 살펴보면 상대방의 유쾌한 기분을 빌어주는 치어스형(cheers.영국 미국 호주 등)과 술에 빵조각을 띄워 마시던 유풍으로 토스트형(toast. 영국 카나다), 상대방의 건강을 빌어주는 상테형(sante.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뜻대로 되기를 바라는 프로지스트형(prosit. 독일 네덜란드), 잔을 비우자는 뜻인 건배형(乾杯. 중국 일본)으로 구분된다.

#쇠고기 문화

한국사람이 유럽사람보다 쇠고기를 부위별로 세분해서 맛을 가려먹는 것은 미각문화가 발달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여사는 쇠고기에 따른 미각이 가장 세분화된 민족이 우리 한민족과 동아프리카 보디족을 들고 있다.

미드여사는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사람들은 쇠고기를 최고로 35분류로 해먹고 일본사람은 15분류, 보디족은 51분류, 우리나라는 120분류를 해먹는다고 했다.

등심서부터 시작한 살코기와 양, 간 같은 내장, 쇠꼬리 우족은 물론 도가니까지 바르고 쇠가죽 곁에 붙어 수구레까지 긁어먹으며 척추뼈 속에 든 등골까지 빼먹는다. 소는 코로 소리를 듣는다고 알았기에 소 코를 삶아 먹으면 귀가 밝아지고 ‘집우이(執牛耳)’ 라고 해 소 귀를 잡고 약속이나 맹세를 했기 때문인지 소 귀를 삶아 먹으면 정직해진다고 했다.

소 담(膽)속의 결석인 우황까지 꺼내 약으로 쓰고 우각태라 해 소 뿔속에 들어 있는 아교같은 골질까지 파내 고아 먹었다.

소뼈다귀까지 외국에서 대량으로 수입해 그 속에 스며 있는 골즙까지 우려먹는 미각 문화는 해장국물이나 설렁탕 국물맛의 기조가 돼 탈지방성의 구수한 맛을 내고 있다.

한국인의 식육문화의 근원은 어디인가.

소는 농사짓는 민족에게 가장 소중한 희생음식으로 어느 한 부위도 버려서는 안되는 신성설과 가난하게 살았기에 촌분(寸分)도 남아나지 않게 먹어치운다는 빈곤설, 소의 모든 부위는 그에 합당한 사람의 같은 부위의 약이 되고 유익하다는 유담주술설, 자연환겨잉 풍요로워 뭐든지 찾아먹는 잡식설 등이 있으나 어느 특정한 하나를 지칭하기 보나는 보무가 복합돼 이색적인 식문화가 이루어 졌다고 본다.

이상규 주성대학 교수는 “음식에도 각기 다른 특징이 있다”며 “같은 종류의 음식이라도 다른 맛을 내는 것은 지역적 또는 문화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음식에도 각기 나라와 지역별로 사람들이 만들어 낸 민족주의가 있다”며 “지금은 특성이 있는 음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어 우리나라도 김치와 불고기가 인기를 얻듯이 새로운 음식개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이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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