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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겨울나무를 본 것은 숲 속 어름을 지날 때였다. 눈보라 치는 언덕에서 온몸으로 겨울을 밀어내는 중이었다. 귀 끝이 아리도록 추운 날, 앙상한 가지로 나야 되는 겨우살이 일대기가 얼마나 눈물겨운지 몰랐다. 겨울이면 허허별판에서 바람을 맞고 있었을 텐데 유독 눈에 띄었던 거다.

우연인지 몰라도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을 따라가는 중이었다. 산기슭을 돌아가니 올라간 자국은 있는데 내려 온 자취가 없다. 공교로운 중에도 그런 생각을 했다. 보이지 않는 그 길은 꿈으로 이어졌겠지 라고.

가끔 겨울나무가 작곡한 바람교향곡을 듣는다. 언제부턴가 나도 내 안에 겨울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앙상한 가지의 멜로디가 기억의 후미를 돌아갈 때 우듬지에서는 휘파람 같은 소리가 떠돌았다.

봄 여름 가을의 징검다리를 건너 올 동안 붉은 잎 털어내면서 안타까운 사랑을 노래했으리. 모진 바람에도 눈 질끈 감은 채 연주하는 겨울 소나타, 그래서 겨울나무였을까.

어느 날은 바람의 현으로 눈물을 쏟는 겨울 악기처럼 또 어느 날은 기도하는 손마디처럼 아련해 보였다. 겨울 강 언덕에서 수많은 가지를 풀어헤치고 끝없는 허공을 저어가던 구슬픈 영혼. 오랜 날 추위를 견딘 걸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졌으나 그래서 싹을 틔우고 그늘을 만들고 숲을 일구어 냈다. 그렇게 온 산골짜기와 울멍줄멍 뻗어나간 산맥을 에워싸고 지킬 수 있었노라고 하면서.

얼마나 추웠을까. 겨울나무라 해도 동무가 있으면 괜찮았을 거다. 높새 우는 바람골짜기 혹은 벌판에 유배된 채 떨고 있으나 그렇게 봄을 꿈꾸었다. 뼛속 마디마디 얼어붙은 한기를 져 내리면서 붉은 꽃잎과 연둣빛 새순을 아로새겼다.

잎 하나 없는 줄기는 앙상했으나 썰렁한 벌판에서 견디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계절의 징검다리에서 켜 대는 앙상한 선율이 빈 메아리로 돌아올 때도 슬프지는 않았을 테지. 엄청난 서슬에 겨울은 둬 발짝 물러나고 봄 뿌리는 점점 실해졌다.

앙상한 나무 한 그루가 겨울을 떠받치고 우주를 버티는데 우리가 더 속을 끓였다. 기세가 약해지다 보면 봄도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골짜기에서 빈손으로 하늘 떠받치는 고독한 하늘지기를 보면 외로워도 참아야 하는 삶이 떠올랐다. 얼어붙은 땅에서 그보다 차가운 몸으로 견디는 따스한 심장을 보았다. 아주 추우면 흔들리지도 않지만 그 집념으로 초록에서 단풍의 곡절을 헤쳐 가던 겨울나무 일대기.

겨우내 떨고 있는 모습은 안쓰럽지만 꽃을 피우고 열매를 꿈꾸는 과정이었다. 얼음 골짜기에서도 봄물은 흐른다. 까칠한 손으로라도 움켜 쥘 봄이 있는 한 겨울은 봄의 서곡으로 남는다.

바람을 꿈꾸는 겨울나무처럼 살면 운명도 수그러질 테지. 춥고 매서운 겨울일수록 봄은 더 따스하고 푸르다. 수많은 겨울을 보낸 뒤 깨우친 사실이었다. 아무리 깃을 여며도 혹독한 바람은 그만치 찬란한 봄을 약속한다.

그렇게 살고 싶다. 며칠 전 무지하게 춥던 날 겨울소나타의 마지막 악장에서는 새벽놀 같은 안개비를 보았다, 겨울나무가 두 팔 아름 껴안은 것은 눈물보다 진한 소망이었다. 나 또한 눅눅한 가슴 한 켠에 꽃씨를 묻었다. 푸른 잎과 봉오리를 새기면서 겨울나무에게, 추운 만큼 따스한 메시지를 보낸다. 겨울이면 봄도 멀지 않다고. 아직도 추위는 남았지만 기다리면서 봄이 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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