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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노트북에 문제가 생겼다. 코로나19 때문에 직접 갈 수는 없고 원격상담을 받기로 했다.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20분 통화 끝에 원만히 해결되었다. 서비스 센터를 방문하지 않고도 여직원과 똑같은 화면을 켜 놓고 명령에 따라 진행하면서 상담을 받는 시스템이다.

상담 도중에 깜짝 놀란 기억도 생생하다. 한창 진행 중인데, 어느 순간부터는 여직원이 조종하는 듯 화면이 막 움직인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얼핏 마우스를 건드렸다. 그러자 별안간 "마우스 건드리지 마세요!"

놀라운 일이었다.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지만 그 동안 여직원의 손바닥에 있었던 것일까. 원격 상담은 자주 들어 왔지만 멀리서 내 모습을 조준하고 있다는 게 두렵다. 감시카메라처럼 누군가 나를 계속 미행하는 것 같은 상상 때문이다.

지난 3월 코로나19가 처음 확산될 즈음 미국에서 돌아온 사람도 그랬다. 하루는 마트로 가는 중인데 어딜 가십니까?라는 호통이 들리더란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지. 그제야 공항에서 입국 수속 끝에 손목에 무슨 장치를 했던 기억이 나더라나? "마우스 건드리지 마세요"라는 말에 당황한 나처럼 그랬겠지.

원격 미사일이니 원격 조종 모형 비행기 원격폭탄이 다 그런 식이었을까? 복잡하게 현지에 갈 것도 없이 멀리서 조준하고 장착한다. 멀리서 보기 때문에 현장에서보다 시야가 넓어서 더 정확할 수 있다. 앞으로는 병원도 그런 식의 원격진료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상대방을 보면서 영상통화를 하듯 그럴 거다. 무서운 세상이다.

하지만 이 모두는 동화에서 이미 언급된 내용이다. 어릴 때 읽은 수많은 이야기의 공통점 하나가 곧 원격조준이다. 여행을 하던 나그네 한 사람이 문득 가족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스토리대로 그릇에 물을 담아 놓으면 집안 전체가 보인다. 병석에 누워 있는 가족이 나타나면 서둘러 돌아가고 특별한 일 없으면 그냥 가던 길 간다.

최근 아들네 집에도 그렇게 원격장치를 해 두었다. 아이들만 있을 때 잘 놀고 있는지 파악하는 듯하다. 노부모님 계신 집에서는 그런 식으로 부모님 생활상을 점검한다. 동화 속 상상의 세계가 실현된 거라면 우리 생각한 것은 모두 이루어진다는 뜻이었으리.

그 외에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것도 엑스레이와 초음파로 볼 수 있다. 몸 안의 장기를 찍는 엑스레이만도 대단한데 초음파는 그 움직임까지 찍어낸다. 거짓말 탐지기 역시 사람의 마음까지도 읽어내는 상상 그대로의 기구였던 것.

이래 가지고는 남몰래 어떤 짓도 꾸미기 힘들다. 당연히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어디서든 위치 추적이 되는 스마트 폰의 위력도 대단하다. 지금은 동화에서나 상상했던 일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첨단 과학 시대였던 것.

동화를 읽기 시작한 게 초등학교 때부터라면 50년 동안 충분히 가능하다. 동화에서는 흥미진진에 스릴 만점이었던 상상의 세계가 정작 현실화되자 공포스러운 느낌은 왜일까. 범죄사건 같은 경우 유력한 용의자는 옴짝달싹도 힘든 세상이 올 것 같다. 어디 가서 뭔 짓만 해도 "당신 지금 뭐하는 거야"라고 호통이 떨어질 테니.

요즈음에는 모임도 어지간하면 원격회의를 통해서 만난다. 코로나 19 때문에 시작된 원격 수업도 비슷한 맥락이다. 동화 속에서의 일이 실제로 이루어진 것도 놀랍거니와 하필 코로나 19 때문에 보급된 각종 원격 시스템도 묘하다.

어쨌든 앞으로의 귀추가 궁금하다. 다시 또 노트북에 탈이 생길 경우 직접 가자니 코로나 19가 두렵다.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 한 달리 방법은 없지만 그렇더라도 내 집에 앉아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니 참으로 가공할 만한 세상에 살고 있지 싶다. 과학의 힘은 역시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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