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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내가 꼭 한 번 보고 싶은 게 있다면 오로라다. 가끔 인터넷을 열어서 사진을 꺼내 보곤 하는데 자연의 최고 비경 중의 하나라면 오로라가 아닐까 싶다. 수많은 빛의 입자가 춤추듯이 허공을 오르내릴 때는 환상이다. 직접 보면 더 실감이 나겠지만, 때로는 풍경보다 사진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내게도 오로라에 대한 향수는 있었다. 어릴 적, 비가 온 뒤 유리창 모서리에 떠오르던 빛의 향연이 생각났다. 명멸하는 빛 속에 붉은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노을이 질 때처럼 선홍색 불못이 출렁이는가 하면 푸른 원형의 고리가 허공을 선회한다. 보랏빛 띠가 눈앞을 맴도는 순간 거대한 스펙트럼의 잔상이 빛의 폭풍으로 휘몰아치기도 한다.

밤에는 꿈속에서도 나타났다. 나선형 오로라는 초록색 달팽이처럼 화려했다. 눈썰매를 끄는 사람들 위로 자작나무 숲과 눈 쌓인 골짜기가 끝없이 이어졌다. 꿈속 같은 풍경이면서도 꿈속은 아닌 북극 지방의 판타지.

오로라는 새벽을 뜻한다. 녹색의 분수가 지평선 끝까지 뿜어지기도 하고 빛의 파도가 몰려갈 때는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듯했다. 하늘하늘한 구름이 말려 올라갈 때는 꽃무늬 고운 커튼이 펄럭이듯 또는 하늘대는 야회복처럼 예쁘다.

우주가 만든 최고의 판타지는 태양이 지구에 보내는 빛의 메시지였다. 태양의 폭발로 발생한 플라즈마(초고온 기체)는 대부분 지구의 자기장 밖으로 흩어진다. 그 중 남은 빛의 입자가 북극과 남극으로 모이고 그것이 대기 중의 공기와 충돌하면서 거대한 빛의 향연을 펼친다. 지구도 일종의 자석이기 때문에 자력이 센 남극과 북극에 강력한 빛의 프리즘이 통과하는 셈이다. 털 스웨터를 벗을 때 '따닥'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는 것처럼 대규모 방전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던 것.

어릴 때는 그저 신비한 느낌이었으나 지금은 자연의 경이로움에 더 집착하게 되었다. 오로라의 극치라면 누가 뭐래도 그 빛깔이었으니까. 대기 중에 펼쳐지는 모습도 다양하지만 황록색, 붉은색, 오렌지색, 푸른색, 보라색 등의 산뜻한 빛깔은 지구상의 어떤 색소로도 표현하기 어렵다. 극지방에서 자주 관찰되는 것도 대기권에 들어오지 못한 빛의 입자가 자력선을 따라서 공기와 부딪치는 까닭이다. 무지개가 유일하게 흡사하지만 오로라의 찬란한 빛깔은 가히 독보적이다.

최근 캐나다 옐로나이프에는'오로라 빌리지'라고 하여 편하게 관측할 수 있는 시설이 많다. 최상의 관측을 위해 전망이 좋은 곳에 설치해 놓고 가로등이나 네온사인 등 인공적인 빛까지 차단했다고 한다. 기다리면서 쉴 수 있는 오두막과 '오로라 알람'도 있어 연락이 오면 곧 바로 달려간다지. 여행비도 만만치 않거니와 아무 때나 쉽게 볼 수도 없으니 더더욱 간절하다.

가끔 그 곳의 현지인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우리는 일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것을 아침저녁 노을 보듯이 하겠지. 추울 때는 영하 40℃까지 내려간다니, 살기 좋은 곳은 아니어도 문명과는 거리가 멀어서 비경을 보는 셈이다. 특별히 북유럽과 그린란드 알래스카 등지보다 훨씬 올라간 북위 80° 지역은 불모의 얼음 대륙이다. 오로라 혼자 빛나고 있을 정경은 신의 영혼이 담겨 있다는 표현 그대로다. 태양에서 먼 극지방일수록 빛과 자연의 예술작품인 오로라가 찬란한 구름으로 밤하늘을 떠다닐 테니 아름다움은 그런 것일까.

아무튼 오로라는 나의 꿈이다. 나이를 생각하면 필요 이상의 집착이 민망해질 때가 있으나, 사진을 보며 예의 또 북극으로 떠난다. 직접 가서 보는 것도, 동화 속 주인공처럼 자작나무 숲을 날아가는 것도 아니고 순록과 눈썰매도 없으나 사진만 봐도 신의 영혼이라는 게 느껴진다. 내 인생의 오로라 또한 어쩐지 춥고 썰렁할 때 생길 거라면 극지방 특유의 조건도 감수해야 하리. 어릴 적 눈 감으면 보이던 신기루야말로 아름답고 찬란한 오로라의 효시였음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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