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16.3℃
  • 맑음강릉 13.7℃
  • 맑음서울 17.1℃
  • 맑음충주 16.4℃
  • 맑음서산 12.7℃
  • 맑음청주 16.7℃
  • 맑음대전 16.8℃
  • 맑음추풍령 16.3℃
  • 맑음대구 20.6℃
  • 맑음울산 20.3℃
  • 맑음광주 15.5℃
  • 맑음부산 17.0℃
  • 맑음고창 11.6℃
  • 맑음홍성(예) 14.3℃
  • 맑음제주 15.0℃
  • 맑음고산 13.4℃
  • 맑음강화 15.5℃
  • 맑음제천 16.0℃
  • 맑음보은 15.8℃
  • 맑음천안 14.9℃
  • 맑음보령 10.7℃
  • 맑음부여 15.3℃
  • 맑음금산 15.8℃
  • 맑음강진군 16.4℃
  • 맑음경주시 20.8℃
  • 맑음거제 20.0℃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5.02.09 14:06:35
  • 최종수정2025.02.09 14:06:35

이정희

수필가

뚝배기의 박지기장이 바글바글 끓는다. 밥을 먹기 시작한 게 10분 남짓인데 여전하다. 박지기 장 한 숟갈에 호박과 두부와 파를 넣은 게 전부였건만, 특유의 구수한 맛이 돋보인다. 찌개는 모름지기 오래 끓어야 맛이 나는 걸까.

불현듯 더디 가는 삶이 그려진다. 급하다고 가스를 올려 봐야 기본으로 달궈지는 시간이 필요한지 가장자리가 탈 뿐이고 소정의 시간을 채우고서야 끓는다. 아차 싶어 도중에 줄이곤 하는데 어쩌다 고온으로 끓이다 보면 건더기가 익지 않아 설컹설컹하다. 바글바글 끓은 맛 같지 않고 화덕 내 비슷한 냄새가 나서 맛이 덜하다.

친정어머니는 생선조림을 할 때마다 뚝배기에 안치셨다. 다른 그릇보다 두꺼워 그런지 바닥에 깐 무도 한결 부드럽다. 달걀찜을 할 때도 은근한 불에 익히므로 맛이 각별하다. 두껍고 투박해서 끓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가 볼품은 없어도 특유의 맛 때문에 찌개와 조림 등 다용도로 쓰인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다.

바글바글 끓어나는 뚝배기는 옮길 때도 편하다. 스테인레스는 뜨거워서 잠깐 식혀야 되지만 뚝배기는 끓어날 때 옮겨도 과히 뜨거운 걸 모른다.

천천히 오래 달궈진 그릇이라 뜨겁기는 해도 손을 델 정도는 아니다. 쉽게 뜨거워진 그릇은 금방 식고 자칫 데기도 한다. 빠르기에 중독된 현대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질그릇의 된장찌개가 맛있는 것도 두 번 세 번 구워 만든 뚝배기에 안쳐서 오래 끓인 때문이다. 일단 모양을 낸 후 초벌구이를 하고 유약을 발라 재벌구이에 들어갔으니 그 과정도 지루했다. 초벌구이를 한 뒤에도 그늘에서 여러 날 말린다. 천천히 오래 끓는 데서 파생된 느림표 노하우는 만들 때부터 시작되었다.

오래 끓는 게 천천히 데워지는 거라면 질그릇처럼 오래 뜨거운 사람이고 싶다. 은근한 불에 일군 누룽지는 아무리 두어도 타지 않는다. 타기는커녕 더욱 두껍게 눌어붙어 한결 구수하다. 온기는 괜찮으나 지나친 열기는 밥을 태우고 냉골 내까지 풍긴다. 진솔한 정 때문에도 천천히 뜨거워져야 맞다.

내 삶의 악보에 적힌 빠르기표를 점검해 본다. 전정한 속도의 안배는 천천히 붙는 가속이고 서두른 만큼 뒤처진다. 된장만 해도 메주를 만들고 콩을 삶아 버무릴 동안 반 년은 걸린다. 금방 크는 게 한계도 쉬 온다면 느린 게 진짜다.

허둥지둥 달려간 후에는 돌아오는 게 더 힘들다. 원만한 속도가 오래 오래 괜찮은 삶을 만든다는 걸 모른 채 지름길을 가면서도 초고속을 원한다. 가장 멋진 빠르기는 속히 갈 수 있는데도 한 걸음 뒤처지는 여유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자세는 안단테 악보로써만 가능하다.

살다 보니 빠른 게 전부는 아니었다. 속도는 별반 중요치 않은 인생의 스케치, 오래 오래 괜찮은 삶을 보는 것 같다. 거북이처럼 달팽이처럼 속도를 끌고 가다 보면 느린 만큼 빨라지기도 한다. 오래 오래 변함없는 진솔한 정 때문에도 천천히 뜨거워져야 맞거늘 한꺼번에 욕심을 낸다.

못생겨도 오래 뜨거운 질그릇 같은 사람이 드물다. 뭔가 속히 될 때는 와짝 타는 검불마냥 재티만 날릴 수 있다. 우리 꿈도 조급히 굴다가 무산되기 쉽다. 천천히 가는 습관이야말로 빠르기에 중독된 현대인의 최고 처방전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충북일보·KLJC 대선 주자 공동인터뷰 ④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충북일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는 첫 대통령으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책·이념을 넘어 서로 감옥 보내려고 하는 정치는 이제 멈쳐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세계 추세인 글로벌 마인드·이공계 출신의 대통령이 대한민국에서도 탄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인이 당선돼야 하는 이유는. "이번 탄핵을 겪으면서 대한민국 정치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최근 3~4년 동안의 기간을 보면 여야는 정책이나 이념의 대립보다는 서로를 감옥 보내려고 하고 방탄하려고 하는, 정치가 교착 상태에 빠지는 상황이다. 최근 트럼프발 경제 위기, 중국의 과학기술 강국으로의 부상 등에 대처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국제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된 이후에 자라온 세대의 입장에서 완전히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된다. 그래서 글로벌 마인드가 있고 이공계 출신인 저 이준석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양극화 문제와 지역균형발전의 해법은. "윤석열 정부 들어 재정이 굉장히 안 좋아진 건 사실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100조원대 재정 적자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 문제가 고착화됐다.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