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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4.25 16:14:48
  • 최종수정2021.04.25 16:14:48

이정희

수필가

개울가에도 봄이 무르익었다. 풀덤불 사이로 헤엄치는 물오리가 보이고 돌막에 부딪치면서 물보라가 하얗게 부서진다. 물에도 봄빛이 들었는지 코로나19 때문에 어수선한 중에도 절기는 찾아왔다. 물가에는 바싹 마른 갈대가 어우러지고 버들까지 푸르러졌다. 파아란 하늘과 연둣빛 차일이 어우러지면서 전형적인 봄 풍경을 자아낸다.

물은 다양한 움직임으로 계절 감각을 연출한다. 이른 봄 어느 날 얼음 녹은 물과 봄비가 어우러져 벌창을 하면 톡톡 튀는 버들강아지와 산수유 꽃이 보였다. 날씨는 쌀쌀해서 풍경은 을씨년스럽더니 민들레가 흐드러지면서 무척이나 서정적이다.

앞으로 장마철이 되면 흙탕물로 뒤집어질 게다. 얼마 후에 보면 크고 작은 돌섬이 삐죽 나와 있겠지. 장마가 끝난 뒤 모래와 토사물이 쌓이다 보면 섬도 아닌 섬이 생겼다. 이따금 왜가리와 백로가 드나들면서 제법 물새 우는 강변처럼 보였다. 무더위가 끝나고 가을에는 참빗질이나 한 듯 빤질빤질했다. 가랑비 뿌릴 때도 얼레빗으로 넘긴 듯 어글어글하더니 단풍이 지고 철새가 드나들 즈음에는 그믐달마냥 새치름했다.

가끔 보면 드나드는 새들까지 패가 나뉜다. 요즈음 같은 봄에는 아기자기 산새가 날아들었다. 꽃 피고 새 우는 봄 그대로다. 초여름 신록을 담을 때는 물도 플라타너스 우듬지가 보이도록 싱그럽고 당연히 작고 귀여운 물새가 찰박인다. 장마가 지기 전까지는 개울도 잠잠해서 물새가 헤엄치는 모습이 그림처럼 정겹다. 그러다가 한겨울에는 뚝심이 있고 억세 보이는 청둥오리가 날아들곤 했으니 참으로 자연스럽다.

구름도 철철 바뀐다. 봄에는 황사에 꽃샘추위로 어수선했다. 여름 하늘의 구름은 잔물결 하나하나를 일으킬 것처럼 세밀해진다. 더위가 시작되면 목화솜처럼 풍성하고 얼마 후에는 먹장구름에 덮이면서 바람까지 설쳐댄다. 뒤미처 초가을에는 새털구름이 진을 치기 시작한다. 백로와 해오라기가 하늘 가장귀를 폭폭 수놓을 때는 흩어 뿌린 듯 고왔다. 가으내 푸르렀던 하늘도 단풍 시즌에는 잿빛으로 가라앉고 철새가 오가는 길목으로 바뀐다.

절기에 맞춰 뜨는 셈이다. 장마철이라면 명주이불 같은 구름은 겉돌 테고 폭풍이 지나갈 때 풀 먹인 듯 화사한 새털구름은 어쩐지 생뚱맞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초가을 구름이 겨울하늘 드리워지면 허구한 날 추워 떨지 않을까. 따스할 때는 얇은 옷을 입고 썰렁한 날은 바람막이 휘장을 치고 방어한다.

바람도 계절풍이다. 봄에는 약을 올리듯 살랑대는 샛바람이 있다. 꽃은 피었어도 이따금 불어대는 바람의 기세는 굉장했다. 비닐 덮개가 날아가고 가건물 등은 형체도 없이 분해된다. 장마철이 가까워지면 축축한 마파람에 곡식이 우긋해지고 가을 하늬바람은 곡식을 단단히 영글게 한다. 뒤미처 겨울이면 높바람이 파고든다. 어찌나 극성인지 그 별명은 된바람에, 겨울나무를 죄다 악기로 만드는 주범이었다.

물과 구름과 바람의 변화도 우리들 속내와 비슷하다. 살다 보면 잔물결에 감동을 받기도 하고 사나운 먹장구름에 시달리듯 곡절도 많고 사연도 많다. 한 가지 모습으로는 단조롭기 때문에 풍경도 골고루 다양한 거다. 우리 꽃처럼 예쁜 구름을 좋아하지만 먹장구름이 아니면 비도 오지 못한다. 소망은 곧, 아무리 불행도 한걸음 물러날 때 보인다.

오늘 따라 개울이 참 맑다. 바람도 구름도 참 다양했으나 그래서 사철 풍경이 곱다. 산들바람도 좋지만 폭풍도 지나가야 깨끗해지듯 살 동안의 깨우침도 곡절애서 얻는다. 누군가는 또 인생은 슬픔과 기쁨으로 짜는 옷감이라고 했으니, 먹구름이 있어야 푸른 하늘의 진가를 안다. 고난보다 최상의 교육은 없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고난의 오솔길뿐이다. 그것을 인생 목록에 추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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