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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11월인데 민들레가 피었습니다. 하필 호되게 추운 날 건물 한 귀퉁이를 찢고 나온 걸 보니 하품이 나더군요. 늦가을인데 보도블록 틈새를 비집고 피었으니 얼마나 당찬 녀석인지 알겠습니다.

하기야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지난 해는 눈보라가 날릴 때 피는 녀석도 보았으니까요. 아무리 이삭으로 피는 게 있다지만 잎이란 잎은 바람에 날리고 만 그 때 바닥에 깔린 꽃은 뜻밖의 반전입니다.

된내기가 뿌리고 난 뒤 푸근해지기는 했어도 삭풍은 여전히 매서웠습니다. 필 자리도 시기도 아니라서 생뚱맞기는 하지만 11월을 물들일 수 있어 더 눈물겨웠습니다. 언젠가 피우려던 집념이 늦가을 말미에 선명한 꽃을 새겼다면 봄 자락에 찔러 둔 소망도 이루게 될 테니, 부화되지 못한 꿈이라도 훗날을 기약할 수 있겠지요.

늦가을의 민들레가 남다른 느낌이라면 시기를 놓친 후 영그는 소망도 괜찮습니다. 이른 봄 흐드러지게 필 때와는 달리 추운 날씨에도 언감생심 파고든 기세는 정말 대단했거든요. 무심한 발길에 수없이 꺾였을 테지만 언젠가 피우려던 집념이 늦가을 말미에 선명한 꽃을 새겼습니다.

나도 그처럼 늦게나마 꽃을 피울 수 있는 삶을 소망해 봅니다. 열심히 내 인생의 꽃을 피운다고 해 왔어도 돌아보면 요것이야 싶은 게 없었습니다. 어느 새 제 나이도 11월 느낌이었으나 지금이라도 노력하면 나름 꽃은 피울 것도 같습니다. 11월이 되면 민들레뿐이 아닌 덩굴장미도 피었기 때문입니다.

허름한 주택가 자갈밭에서 바람까지 썰렁한 해거름입니다. 울타리에는 바싹 마른 풀 더미가 뒤얽혀 있습니다. 늦가을 풍경은 칙칙하기만 한데 붉은 장미는 환상이었습니다. 금방 겨울이 될 테고 많지도 않은 서너 송이는 곧 시들고 말겠지요. 그래서 더욱 짠하지만 그렇게나마 피우는 겁니다. 단순히 꽃의 완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봄꽃인데도 늦가을에 후렴으로 피는 의미를 새기면서 후반전 인생을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꽃이 피면서 나를 불러 세울지 모르지만 팍팍한 삶에 소망을 품을 수 있기에 더욱 소중합니다. 돌 틈이든 깨진 곳이든 가리지 않는 게 더욱 대견합니다. 그 민들레가 봄에 어떻게 피었는지는 모르지만 상관은 없을 테지요. 봄에 피었다 해도 늦게 다시 피는 것 또한 괜찮을 테고, 유감스럽게도 봄에 제대로 피지 못했다면 한편으로는 다행이었죠.

늦가을 민들레와 덩굴장미를 보면서 인생은 후반전이라고 거침없이 말하게 된 것입니다. 서설이라도 내리면 금방 죽어버릴 것이나 그런 속에서도 피우는 의지라면 봄에는 훨씬 더 예쁘게 필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삶도 전반전에 승리한 인생과 후반전에 역전된 유형으로 나누어 봅니다. 초반부터 무난한 삶은 별다른 장애물 없이 목표에 도달하겠지만, 더 큰 의미라면 모두가 포기한 상태에서 역전이 되는 것이겠지요. 방해를 할 때는 극복할 것이고 장벽이 있으면 타넘는 방법도 있습니다.

삶의 후반에 들어서면서 열정이 식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렇게 인생의 후반을 장식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소망이라 하겠지요. 인생 초반에는 허송세월했어도 만회할 기회가 있다는 건 축복이니까요. 11월의 덩굴장미와 민들레처럼, 어떠한 시련도 문제 삼지 않을 만한 의지도 키웠습니다. 우리 삶의 타켓은 자신이라는 것과 언제고 자기 혁명이 수반되어야 함을 거듭 깨우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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