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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택

오선초 교사·동요작곡가

잊고 살았다. 교직에 첫 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가 가르친 제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모두들 잘 살고 있겠지?'라고 믿으며 해마다 또 다른 제자들이 아름다운 삶을 가꿀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하기 위해서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나의 교직 생활도 어언 30년을 훌쩍 넘겼으니 제자들의 수도 수백 명이고 나이도 벌써 40대 중반에 이르는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내가 순간순간 어떤 가르침을 주었는 지 상세하게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때 그 시절 나의 말 한마디에 힘을 얻어 열심히 삶을 가꿔가고 있는 제자들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보람이고 기쁨이다. 이제는 나름대로 자신들의 삶을 가꾸며 잘 살고 있다고 하니 반갑고 고맙다.

목련과 개나리 피었다 지고 아카시아 향기가 온 산으로 퍼지던 작년 어느 봄날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제자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선생님. 잘 지내시죠? 저 ○○예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 한 번 뵙고 싶어요." 반가운 마음에 얼른 답 문자를 보냈다. "물론 기억하고 말고. 어린 시절 키는 작았지만 당차고 똘망똘망했던 ○○를 잊을 수 없지. 이리 오랜만에 소식 전해 주니 고맙고 반가워. 그래 시간 내서 한 번 보자." 그렇게 짧은 소식을 전하고 그 후로 한 동안 연락이 없다. 어디 사는지 어떻게 사는지, 궁금증이 점점 커져갈 즈음 주말에 찾아오겠다는 연락이 왔고 제자를 만났다.

이제는 40대 중반의 어엿한 중년이 된 제자와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그 동안 살아 온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족, 결혼, 자녀, 직장, 그리고 나와 함께 했던 13살 어린 시절의 추억. 그렇게 한참 추억 이야기를 하던 제자의 눈에서 갑자기 굵은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너무도 힘든 삶을 살았노라고, 삶의 고통과 우울증으로 생을 마감하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노라고 말하는 제자를 보며 애가 끊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제자의 절절한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할 수 있는 공감과 위로의 마음을 전했지만 애가 끊어지는 아픔은 어찌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생을 마감하는 극단적 선택만은 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애'는 창자를 뜻하는 순 우리말인데, 애가 끊어진다는 뜻의 '단장(斷腸)'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 진나라 시절 환온의 군대가 삼협을 지날 때 아기 원숭이를 잡아 데리고 배에 태웠는데, 어미가 1천여 리를 따라온 뒤 강가에 다다른 배에 올랐지만 너무 힘들고 지친 나머지 죽고 말았다고 한다. 이 때 어미 원숭이의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있었다고 하는데 단장이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 그러니 단장은 부모 자식간이든 연인간이든 친구간이든 창자가 끊어질 정도로 슬픈 이별의 아픔을 나타내는 말이다. 애가 끊어지는 고통과 슬픔을 단 한 번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내 당부의 말이 제자의 마음에 닿았을까? 그 후로 늘 궁금했었는데, 이제는 마음도 많이 회복되었고, 복직도 하여 두 딸 아이와 열심히 잘 살아가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기쁘다. 이제는 제자도 나도, 그리고 세상 모든 이들이 애끊는 고통과 슬픔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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