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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택

소이초등학교 교장

교권존중과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여 교원의 사기 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하여 지정된 날인 스승의 날이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매우 의미 있고 뜻깊은 날이다. 예전과 같은 풍성함과 떠들썩함은 없었지만 차분하면서도 온기있게 자축하면서 올해 스승의 날을 보냈다. 그리고 교직경력 30년을 기리는 연공상을 받았다. 여타의 많은 상들이 있겠지만 연공상은 어떤 상보다도 뜻깊은 상이다. 1990년 교사로서 첫 발을 내디딘 후로 31년을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의 행복한 성장을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해 왔기에 더욱 그렇다.

4년의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1990년 4월1일 첫 발령을 받았다. 나의 첫 발령 학교는 전교생이 31명에 불과한 분교였다. 발령장을 받고 첫 인사를 간 날 교감선생님께서 운전하는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 찾았던 산 속 작은 분교. 생각해 보면 그리 멀지 않은 길이 그 때는 왜 그리도 멀게 느껴지던지…….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던 폭 좁은 길 끝자락 산 중턱에 고즈넉이 자리잡은 교실 4칸의 작은 학교. 요란한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교문을 지나 운동장으로 막 들어설 때 한 아이가 맨발로 뛰어나왔다. 그러더니 운동장에서 넙죽 큰절을 했다. "새로 오시는 선생님이시죠? 어서오세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라고 하더니 교실 반 칸의 작은 교무실로 안내하던 아이. 지금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다.

1년 여의 분교 생활은 내 교직 인생에 아주 큰 물결을 일으켜 이정표를 세워주었다. 교육대학을 갓 졸업하고 현장 경험이 전혀 없던 나에게 모름지기 교사란 이래야 한다는 깨달음과 가치관을 갖도록 해 준 곳이다. 순박한 산골 아이들의 초롱한 눈빛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전교생 31명 가운데 내가 담임했던 아이들은 1학년 4명과 4학년 4명의 복식학급이었는데, 이 아이들과 생활하는 하루하루가 행복이요 기쁨이었다. 아이들이 쓴 시에 내가 곡을 붙이고 '이 주일의 동요' 시간을 통해 함께 배우고 익히며 꿈을 키웠다. 풍물을 배우고 탈춤을 익혀 본교와 함께하는 운동회에서 탈춤 공연을 함으로써 본교의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에게 분교의 당당함을 뽐내며 모든 분교 가족들이 가슴 벅차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행복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1991년 2월 폐교가 결정되어 아이들과 함께 본교로 내려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한 교사로서의 삶을 벌써 31년을 살았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연공상을 받으며 지난 시간들을 돌아본다. '내가 교사로서 잘 살았나?', '아이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교사였나?', '31년 동안 근무했던 7개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였을까?' 교사로서 '어떤 큰 가르침을 주기보다는 아이들의 삶에 작은 점이라도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아이들로 하여금 꿈을 키우고 인격을 함양하도록 도우며, 지식을 채우는 데도 게을리하지 않으려 애썼다. 항상 아이들의 입장에서 바라보았으며, 사랑과 정성으로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을 읽어주고 이해하려 노력했다. 이러한 모습을 교사로서 살아오는 동안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 발버둥쳤으며 지금도 변함없이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첫 부임을 하던 분교에서 큰절로 나를 맞아주었던 그 아이가 지금은 40대 초반의 중년이 되었다. 교육대학을 갓 졸업한 나에게 교사로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하여 몸으로 일깨워주었던 아이 그리고 산골 분교. 유난히도 눈빛이 초롱하고 똘망똘망했던 아이에게서 얻은 그 때 그 첫 마음을 잃지 않고 지키려 한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성장과 올곧은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힘이 있을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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