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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클린마운틴 - 함우석 주필의 청주천리(10)

청주의 산 따라 물 따라

  • 웹출고시간2023.10.03 15:32:12
  • 최종수정2023.10.03 15:32:12

글 싣는 순서

1,우암산
2,상당산
3,구녀산
4,낙가산·것대산
5,선도산·선두산
6,양성산·작두산
7,부모산
8,미동산
9,목령산
10,동림산
11,은적산
12,옥화구곡
ⓒ 함우석주필
동림산 숲길의 변화가 비교적 느릿하다. 녹색 풍경이 느림보처럼 천천히 흐른다. 고요한 산의 숨결이 바람으로 전해진다. 골을 따라온 바람에 산객의 숨이 트인다. 파란 하늘은 더 파랗게 물들어 공활하다. 도열한 소나무가 말간 동요를 불러준다. 어디에 서든 지금껏 보지 못한 풍경이다. 내려오는 길에 선선한 바람이 자주 분다. 청정한 풍경에 몸의 감각들이 깨어난다. 짙푸르러진 숲길에 고요만이 가득하다.
[충북일보] 잠시나마 일상의 궤도에서 이탈하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쉼표를 찍고 싶다. 어느 나무 그늘 아래서 졸고 싶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떠돌고 싶다. 길을 만든 역사의 군상들과도 만나고 싶다. 길은 산속의 인대다. 봉우리와 능선을 잇는다. 청주의 산길과 물길 12곳을 선정해 둘러보기로 한다. 청주의 산길 물길 나들이다. 그곳에는 훌륭한 문화가치가 산재해 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새길 앞에 무엇이 돌출할지 모른다. 산과 숲, 물에 숨은 속살을 글과 사진으로 엿보려 한다.
ⓒ 함우석주필
◇동림산(458m)

금성마을 동림사 절집 앞에 차를 세운다. 절집을 눈으로 쓱 살피고 산행에 나선다. 오전 10시 마을 운동시설을 빨리 지난다. 동림산성 안내판을 살펴보고 들어간다. 들머리서 박문수 어사 조부 묘를 살핀다. 우측 잡초 우거진 길을 따라가 올라간다. 윗동림 마을의 느티나무는 둥구나무다. 수령이 400~500년을 지났다고 한다.

숲속으로 산길을 천천히 10여분 오른다. 잡초 잡목 우거져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푸른 나무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스친다. 쑥부쟁이 등 들꽃들이 가을 화원을 꾸민다. 녹음 우거진 길에 여러 들꽃이 피어난다. 산길이 야생화의 보고(寶庫)로 거듭난다. 큰 일교차 견뎌낸 덕에 채도가 선명하다. 거센 바람을 이겨내고 피어나 강인하다.

30여분을 더 구불구불 숲길을 헤쳐 간다. 시원한 산허리쯤에서 하늘 구경을 한다. 불어오는 산바람에 청량한 원시림이다. 꽃무리마다 태양 빛을 좇아 허리를 편다. 들꽃들이 풍경의 한 조각으로 자리한다. 생태계의 강인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산객들을 매료시키며 발길을 붙잡는다. 하늘이 맑아 대충 찍어도 너무나 예쁘다.

동림산 정상표지석.

ⓒ 함우석주필
9월말 서늘한 가을 산속으로 들어선다. 가을을 부르는 솔바람이 정말 시원하다. 울창한 숲길 한 옆에서 들꽃들이 반긴다. 하늘 위엔 뭉게구름이 느릿느릿 흐른다. 가을 하늘이 모든 걸 한꺼번에 제공한다. 걷기 편한 호젓한 흙길이 길게 이어진다. 시원하고 싱그러운 솔숲이 짙어져 간다. 옛길과 새 길이 공존하며 서로 이어준다.

동림산 중턱이 활엽수로 울울창창하다. 넉넉한 숲 구불구불 산길이 걷기에 좋다. 용자사터를 지나 장동삼거리에 닿는다. 장동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다. 충북과 충남 도경계선이 지나는 길이다. 오전 11시30분 느리게 정상에 다다른다. 묘지 가까이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하늘 위에 흰 구름이 양떼처럼 움직인다.

미호강 바람이 한동안 동림산에 머문다. 산 아래선 까치내 물이 윤슬로 반짝인다. 옛 추억을 전달하듯 태양빛에 일렁인다. 굽이친 여울이 산에 푸른 낭만을 보탠다. 빛의 세례를 받아 강물 색이 더 짙어진다. 자연과 사람들이 아름답게 공존을 한다. 미호강의 물빛이 점점 가을을 닮아간다. 가을이 내리쬐는 옥산 풍경이 따스하다.

추석 연휴 가을햇볕이 따갑게 이어진다. 햇살의 눈부신 움직임이 아주 상서롭다. 들판마다 햇볕에 타며 물드는 시간이다. 벼의 색깔이 점점 연노랑으로 채색된다. 땅 위의 온갖 생명에 결실의 힘을 보탠다. 아직은 덜 익은 과일과 곡식을 익혀준다. 남을 비추는 소임을 완수한 태양 덕이다. 정봉 뜰이 점점 더 황금들판으로 바뀐다.

자연이 만드는 결실 과정이 참 숭고하다. 곱게 익어가는 풍경이 참으로 그윽하다. 맑은 숲 향기가 가을볕과 잘 어우러진다. 가을바람의 연주가 소란함을 떨쳐낸다. 마음을 집중하니 바로 갈 곳이 드러난다. 청정한 풍경에 몸의 감각들이 깨어난다. 짙푸르러진 숲길에 고요만이 가득하다. 동림산으로 간 답사 산행이 꽤 행복하다.

자명골 폭포.

ⓒ 함우석주필
동림산은 이름처럼 숲이 빼어난 산이다. 동쪽의 산으로 청주 북서쪽에서 젤 높다. 충북의 도계가 세종시와 이웃하고 있다. 강감찬 장군이 노년에 은거하던 곳이다. 산길은 다른 산과 마찬가지로 여럿이다. 도계 탐사를 겸해 하는 산행 방법도 있다. 장동삼거리서 도계 따라 가면 정상이다. 하산은 자명골 장동저수지로 하면 된다.

하지만 나홀로 승용차 이용은 불편하다. 금성마을 쪽으로 들머리로 잡는 게 좋다. 여기서 순환형 산길을 따르면 편리하다. 옥산면 소재지를 지나 장동리로 쭉 간다. 21번 도로를 따라 동림사거리를 지난다. 맑은 개울물이 흐르는 개천이 눈에 띈다. 동림산 북쪽 자명골에서 흘러온 물이다. 머잖아 산 아래 있는 금성마을이 보인다.

마을 좌측으로 동림산 모습이 조화롭다. 들판과 산이 잘 어울리는 금성마을이다. 마을 주변의 재미있는 지명도 눈에 띈다. 요수수미엔 용이 올라갔단 전설이 있다. 동림사거리 뒤편 버드러지들도 재밌다. 윗동림 너머엔 둥구나무들이 펼쳐진다. 버드러지들의 서쪽 골짜기는 소롱골이다. 윗동림과 금계리로 가는 동고개도 있다. 동림산서 세종 쪽으로 미호강이 흐른다. 넓은 들판이 살만한 터전으로 보인다. 청주권 서북지역의 중심이 되는 산이다. 낮은 구릉지 사이에서 높이 솟아오른다. 주변 어느 곳에서나 보이는 높은 산이다. 주변에서 봐야 더 멋진 풍광을 보여준다. 정상에서 북쪽 주능선을 따라가면 도계다. 우측 동북 방향은 금성마을 쪽 능선이다.

순환형 하산은 도계를 따라가지 않는다. 동쪽능선으로 길을 잡아 내려가면 된다. 장동리 당골 마을을 바라보며 내려간다. 사람 흔적이 별로 없어 약간은 불편하다. 정비 안 돼 거칠지만 그런대로 운치 있다. 길을 찾아내는 맛도 느끼며 갈 수도 있다. 장동과 금성마을 코스가 조금 편리하다. 종주 산길도 다 좋지만 정비가 필요하다.
ⓒ 함우석주필
취재답사팀은 장동저수지로 내려간다. 동림사 쪽과 장동마을 쪽을 포기한다. 내려가는 길은 내내 가파른 비탈길이다. 그래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코스다. 계단도 비교적 정비가 잘 돼 있는 편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하산 길을 쭉 이어간다. 가을볕을 받아들이며 무상에 빠져본다. 길게 이어진 오솔길이 여유를 선물한다.

흰 구름과 함께 동림산 숲길을 걸어간다. 여기저기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아주 천천히 자연의 숨결을 길게 느낀다. 오래된 시골집처럼 아늑함이 밀려온다. 오래도록 간직할 추억 하나를 담아 간다. 서로 알려했던 마음을 조금 더 알아간다. 아름다운 자연색이 마음속을 색칠한다. 떠가는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편안하다.

동림산 숲길의 변화는 비교적 느릿하다. 녹색 풍경이 느림보처럼 천천히 흐른다. 가을 맞은 산야가 아직도 짙은 녹색이다. 가을 복판에서 치열하게 고유색을 낸다. 구름을 경계로 파란 나무가 몸을 뻗는다. 고요한 산의 숨결이 바람으로 전해진다. 골을 따라온 바람에 산객의 숨이 트인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바위에 몸을 기댄다.

깊고 짙은 산속으로 고즈넉이 들어선다. 청량한 숲에 서늘한 기운이 한껏 감돈다. 첩첩한 산길이 파도처럼 길게 일렁인다. 가을바람이 찬란한 하늘을 실어다준다. 적막한 숲에서 자연을 고즈넉이 즐긴다. 녹음 짙은 나무숲에서 새소리가 들린다. 가버린 여름이 슬픈 듯 요란하게 알린다. 땅 아래서는 쑥부쟁이가 시선을 잡는다.

강활꽃, 산박하꽃, 물봉선화 군락

ⓒ 함우석주필
어디를 쳐다봐도 파란 풍경이 경이롭다. 나뭇잎 사이로 빛이 산란해 더 신비롭다. 심연에서 금방 길어 올려 밝아진 색이다. 품격 갖춘 천고마비 계절을 잘 증명한다. 공기 속에 섞인 숲 향기가 아주 편안하다. 느끼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알게 된다. 솜사탕 구름떼가 진경산수화를 그린다. 파란 하늘은 더 파랗게 물들어 공활하다.

도열한 소나무가 말간 동요를 불러준다. 동림산 숲속 세상이 어느 순간 뒤바뀐다. 계절의 경계를 허물며 고유색을 지킨다. 바람결에 영롱히 빛나며 꿈을 꾸게 한다. 하늘이 그림처럼 현실 너머를 알려준다. 어디에 서든 지금껏 보지 못한 풍경이다. 내려오는 길에 선선한 바람이 자주 분다. 강활이나 꽃향유 등 저지대 꽃도 보인다.

낮과 밤의 길이가 비슷하고 날씨가 차다. 일교차가 커지면서 밤낮 기온차가 크다. 농촌 들녘에선 농작물 거둘 준비를 한다. 파란 하늘 아래를 황금색으로 꽉 채운다.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넨다. 대추는 나뭇가지에 한가득 열려 빨갛다. 과수원의 배는 잘 익어 튼실함을 알린다. 여기저기 모두 잘 자라 수확을 기다린다.

가을은 누구에게나 그리움의 계절이다. 사계의 절기는 계절시계와 다를 바 없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더라도 왔다가 간다. 한 뼘의 땅에서 미소 한 번 던지고 간다. 짧은 시간에 흔적 없이 말없이 스러진다. 아쉬움 없이 그냥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아름답지만 슬픈 계절의 유한성을 본다. 귀를 기울이니 자연의 소리가 잘 들린다.

산은 점차 가을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마음 급한 나무들이 낙엽을 떨어트린다. 저 멀리 장동저수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자명골 벌목산간 뒤로 하늘이 드러난다. 그 아래 장동저수지가 쪽빛으로 빛난다. 콜택시를 불러 금성마을 쪽으로 옮긴다. 마을 어귀서 코스모스가 바람에 나부낀다. 모두 다 가을이 반가워 춤을 추는 듯하다.


숲을 뚫고 들어온 볕뉘에 두 눈이 부시다. 가볍고 느린 걸음으로 가면서 사색한다. 무언가 생각이 떠오를 것 같은 느낌이다. 편안함과 행복감이 밀물처럼 밀려든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살짝 눈뜬 보상이다. 산허리 타고 지나는 길 아래가 아득하다. 바람이 불어오는 그곳으로 찾아 떠난다. 들꽃은 소리 없이 피었다 소리 없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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