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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8.03.03 16:17:0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일전에 삼성미술관 리움(Leeum)에서 열리는 특별전을 관람하면서 여백의 아름다움에 대해 새삼 감탄하게 되었다. 특히 이 미술관의 대표적 소장품인 조선시대 백자대호(白磁大壺)를 직접 감상할 수 있어서 더욱 뜻 깊었다.

최근 국보로 지정된 이 백자대호는 둥글둥글한 달덩이의 형상을 하고 있어서 일반적으로 ‘달항아리’라는 이름으로 즐겨 부르고 있는데, 나는 이 커다란 달항아리 앞에서 좀처럼 발길을 옮기지 못하고 한참을 서 있었다. 아무런 장식도 하지 않고 유백색(乳白色)으로 둥글게만 표현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은근한 끌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넉넉하면서도 부드러운 곡선과 당당한 양감 때문에 사람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준다’는 설명처럼, 절제된 순백의 미(美)와 균형감의 조화가 관람자의 시선을 무척 편안하게 해준다는 사실도 배웠다. 정말 달덩이를 보는 것처럼 따스하고 여유로운 정감이 저절로 느껴졌다. 그 때 내 가슴으로 전해지던 돌기 같은 전율은 여백의 매력을 발견한 충만한 기쁨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이렇게 달항아리를 만나고 난 뒤부터 우리 민족이 달을 무척 숭상하고 중시했던 정서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우리 조상들이 달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조선시대 최고 명작을 결코 만들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달덩이 같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항아리에 담겨지고 표현된 것이며, 나아가 달이 지닌 품성을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빚어낼 수 있었던 것이리라.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양 문화권 대부분은 달빛을 좋아한다. 음력을 즐겨 쓰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나는 아직 밤하늘에 떠 있는 둥근 보름달을 보면서 화를 내거나 싫어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런 만큼 달빛을 좋아하는 민족은 인정이 많고 성품이 온화하며 한껏 풍유를 즐길 줄 안다. 또한 교교한 달빛을 음유할 줄 아는 사람은 이성보다는 감성이 풍부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하겠다.

그래서 태양을 숭배하는 서양과 달리 우리 민족은 이해와 포용을 덕목으로 삼고 남을 배려하고 용서할 줄 알았다. 대체적으로 달을 배척하지 않는 민족은 남을 정복하거나 투쟁적이지 않다. 우리는 흔히 얼굴이 둥글고 복스러운 형태를 일러 ‘달덩이 같다’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달이 가진 원만덕성(圓滿德性)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말이다. 이렇게 따진다면 현대의 여성들이 선호하고 있는 콧대가 오뚝 선 갸름한 형태의 얼굴은 서구적 미인의 개념이라 할 것이다. 늘 보아도 지겹지 않고, 늘 만나도 물리지 않아서 언제나 기분 좋게 만드는 얼굴이 달덩이 같은 사람이다. 즉, 달덩이 같은 얼굴은 외모에서 우러나는 아름다움이라기보다는 내면에서 배여 나오는 향기 같은 것이다.

이른바 달항아리 같은 모습이 가장 한국적인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바라보면 볼수록 은은한 멋과 자태가 느껴지며, 가식 없는 맨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러므로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은 자꾸자꾸 채워서 만들어진 것이라기보다는 자주자주 비워서 형성되어진 절제의 미(美)다. 이런 모습이 한국인의 본래 얼굴이다. 우리네 어른들이 즐겨 불렀던 달타령을 보면 ‘정월에 뜨는 달은 새 희망을 주는 달’이라고 했다. 휘영청 떠오른 정월의 달을 보면서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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