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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 대원들의 숭고한 죽음 '25주년'

눈보라 속 '후퇴 없는 전진' 6명 사망
불굴의 군인정신 '안보의 빛'으로 남아
천리행군 사고 현장서 어제 '추모제'

  • 웹출고시간2023.03.30 13:17:36
  • 최종수정2023.03.30 13:17:36

1998년 4월 1일 민주지산에서 동사한 국군 최정예 5공수 특전사여단 대원 6명을 기리기 위한 추모제가 30일 사고 현장 아래(영동군 상촌면 물한리) 안보공원에 세워진 위령탑에서 열리고 있다. 특전사령부는 매년 3월 말 위령제를 열고 있다.

ⓒ 영동군
[충북일보] 산벚꽃 산수유꽃이 피고 지고, 다시 1년의 세월이 아프게 흘렀다. 그해 눈보라 치던 혹한의 산속은 국군 최정예 특전사 대원 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리고 4반세기 동안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평화롭기만 했다. 후퇴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군인정신을 오로지 죽음으로 보여준 청춘들. 그들의 영혼이 매년 봄이면 민주지산 기슭에 노란 꽃다지로 피어 무심한 등산객들을 반긴다. 그렇게 25년이 훌쩍 지나갔다.

1998년 4월 1일. 5공수 특전사여단 대원들은 김광석 대위(충남대 ROTC 30기)의 지시에 따라 신속하게 장비를 챙겼다. 기상청은 약간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천리행군 5일째. 대원들은 오후 1시께 따스한 봄빛을 따라 들판을 건너 민주지산으로 향했다. 아무도 잠시 뒤 일어날 잔혹한 죽음을 상상하지 못한 채…

오후 2시께, 예상과 달리 많은 비가 내렸다. 하지만 최정예 특전사 대원들에게 이 정도 기후는 전혀 문제 될 일이 아니었다. 평소 산악 훈련에 잘 적응해온 대원들은 더 빠르게 행군을 이어갔다.

1시간 정도 지난 오후 3시께 대원들이 6부 능선을 통과하면서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가 일어났다. 급격하게 내려간 기온으로 인해 비가 눈으로 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원들은 눈 내리는 산하를 배경으로 가족에게, 애인에게 보여줄 기념사진을 찍어가며 행군을 즐겼다.

오후 4시께 8부 능선을 지나면서 강한 바람을 타고 내리는 폭설이 대원들의 시야를 가렸다. 김 대위는 순간 불안감을 느꼈다. 비에 흠뻑 젖은 대원들이 강풍을 동반한 폭설 속에서 저체온증을 견디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이런 불안감은 50여 분이 지나서 현실로 나타났다. 일부 대원들이 탈진 증세를 보였다. 김 대위는 즉각 통신장비를 이용해 훈련을 지휘하던 23 특전대대장에게 '훈련 일정을 멈추고 휴식을 취해도 좋을지'를 문의했다. 그러나 돌아온 명령은 '훈련강행'. 후퇴 없는 전진을 택한 대대장의 결단이었지만,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이 무렵 민주지산의 체감온도는 영하 30도에 달했다. 바람은 시속 55km로 불었다. 어느새 30㎝ 이상 쌓인 눈 때문에 등산로마저 찾을 수 없었고, 전우들의 얼굴조차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운 밤으로 변했다. 그러면서 대원들은 이미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김 대위는 부하들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구조요청을 하려고 했으나, 급격히 떨어진 기온 때문에 무전기 배터리마저 작동하지 않아 더는 외부와 교신마저 할 수 없었다. 특전대는 임시 구호소를 설치하고 대원들을 대피시키고 있었지만, 밤이 되면서 눈보라와 추위는 더 거세졌다.

결국 오후 6시 30분께 혹한과 강풍을 견디지 못한 대원 1명이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탈진상태서 전우들의 응급구호를 받던 이광암(34) 하사는 그가 지키고 싶었던 조국의 품속에서 그렇게 눈을 감았다.

오후 7시 10분께부터 탈진 대원은 더 늘어났다. 1시간 뒤 상태가 괜찮은 일부 병력이 하산에 성공해 민가에 도착했다. 그리고 민간의 전화를 빌려 영동소방서 119에 구조를 요청했지만, 구조헬기는 야간 악천후로 현장에 접근할 수 없었고, 오후 9시10분께 119구조대원들이 어둠 속에 간신이 걸어서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늦었다. 전해경(22) 하사와 오수남(19) 하사가 이송 중 눈보라 치는 민주지산을 바라보며 잠들고 만다. 이때까지 사망자는 3명. 이어 오후 9시35분께 지휘관으로서 정신력에 의지해 버텼던 김 대위마저 끝내 생사를 같이했던 부하 대원들을 두고 목숨을 잃는다. 이어 한 시간 간격으로 한오환(22) 하사와 이수봉(24) 중사가 비극을 맞이했다.

이렇게 그날 밤, 꽃다운 나이에 피어보지도 못한 특전대원 6명이 눈보라 속에서 사망했다. 이 일로 국방부는 사고의 지휘 책임을 물어 대대장을 보직 해임하고, 훈련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여단장과 여단 정보참모를 징계했다.

이 사고는 당시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는 물론 전 국민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현재 이들의 유해는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돼 있다. 국방부는 1999년 천리행군과 사망 순간까지 전우와 조국에 관한 사랑을 보여준 이들을 소재로 영화 '아! 민주지산'을 제작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전군에 고어텍스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특전사령부는 매년 3월 말께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사고 현장 아래(물한리) 세워진 위령탑에서 추모행사를 열어왔다. 올해 추모제는 30일 손 식 특전사령관(중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당시 대대장은 무리한 훈련으로 참사를 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훈련강행'에 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주어진 임무는 끝까지 완수한다'는 한국 최강 부대의 천리행군을 극한 날씨라고 멈췄다면 군의 사기는 크게 떨어졌을 것이란 시각도 있어서다.

군인으로서 목숨을 바쳐 '후퇴 없는 전진'을 택한 특전사 대원들의 숭고한 희생은 그래서 전군의 본보기로 남아있다.

영동 / 김기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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