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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3.30 17:21:17
  • 최종수정2023.03.30 17:21:17

이두표

수필가

가격표에는 '10원에 5개'라고 써놓고, 5원을 내면 3개를 준다? 이해되는가? 판매 최소 금액을 10원으로 정했으면 5원어치는 팔지 말던지. 아니면 가격표에 '5원에 3개'라고 써놓던가. 국민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나를 떠나지 않고 있는 질문이다. 내 인생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 사소한 질문일 뿐인데,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1960년대 후반, 오창국민학교 후문에 있던 호떡집 얘기다.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세 번이나 바꿔 썼다. 그 호떡집을 알게 된 국민학교 2학년 때가 첫 번째이고, 자본주의 시장경제 이론을 배운 고등학교 때가 두 번째다. 그리고 사회 일선에서 물러난 최근, 세 번째 답을 썼다.

그 호떡집은 국민학교 2학년인 우리 같은 꼬맹이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았다. 호떡 맛도 맛이지만, 그보다 우리를 홀딱 반하게 한 건 판매 방식이었다. 가격표에는 '10원에 5개'라고 써놓고, 5원을 내면 3개를 줬다. 더 환상적인 건 10원을 내고 5원어치만 사고 5원을 거슬러 받은 다음, 그 자리에서 금방 5원을 내면 또 3개를 주는 거였다. 자연스레 그 호떡집은 우리 같은 꼬맹이들로 언제나 북새통이었다. 호떡을 먹고 싶으면 우리는 돈을 모았다. 1원씩, 2원씩, 그래서 5원이나 10원을 모으면 한껏 들떠서 호떡집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10원에 5개인 호떡을 5원에 3개나 먹을 수 있다는 마법 같은 비법을 공유한 채로. 우리는 그 호떡을 먹으며 호떡집 주인이 아주 쉬운 산수조차 할 줄 모른다고 낄낄댔다. 그때 나는 내가 호떡을 판다면 5원에는 2개만 주겠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답이 바뀌었다. 작은 호떡집이건 거대한 기업이건 많이 팔아서 많이 벌려고 장사를 한다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초를 알게 되면서, 문득 옛날 그 호떡집이 생각났다. 그 호떡집의 판매 방식에 대하여, 자본주의식으로 이해하고 싶었다. 친구들과 토론 끝에 찾아낸 답은 이랬다. '그때 꼬맹이들에게 10원은 큰돈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구경하기 어렵다. 5원은 그래도 모으면 모을 수 있는 만만한 돈이다. 학용품 사고 남은 잔돈을 모아도 되고, 동무들과 합쳐도 된다. 그러니까 '10원에 5개'라고 써놓고 5원에 3개를 준 건 주 수요자인 꼬맹이들을 홀리기 위한 판매 전략이다. 5원을 가지고 다른 데다 못쓰도록 한 거다. 결론적으로 호떡집 주인은 산수를 모르는 게 아니라 약아빠진 장사꾼이다.' 이후 사회인이 되어 돈을 최고로 치는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 답은 점점 더 단단해졌다.

이제 나이가 들어 직장에서 퇴직하고, 사회 일선에서도 물러났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소중함을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흘려보낸 인연들이 많이 떠올랐다. 아무런 대가 없이 그들이 내게 베풀어준 호의들이 하나하나 생각났다. 그들은 자본주의 방식으로는 이해되지 않게 세상을 산 사람들이었다. 옛날 그 호떡집 주인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우리는 대부분 가난했다. 아무리 맛있는 호떡이라 할지라도, 10원을 선뜻 낼 수 있는 꼬맹이는 거의 없었다. 호떡집 주인이 '최소 판매 금액 10원'을 철저히 지켰다면, 우리 중 열에 아홉은 침만 꼴깍꼴깍 삼켰을 거라는 얘기다. 사회 일선에서 물러난 이제야 침만 꼴깍꼴깍 삼키고 있는 꼬맹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호떡을 먹고 싶어 하는 꼬맹이들의 간절한 눈빛이 이제야 보였다. 호떡집 주인은 꼬맹이들의 침 삼키는 소리와 간절한 눈빛을 그때 본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우리 같은 꼬맹이들에게 5원에 3개씩이나 준 게 아니었을까?

왜, 호떡집 주인은 '10원에 5개'라고 써놓고 5원에 3개를 팔았을까? 굳이 답을 낼 필요도 없는 이 질문에 대하여 나는 답을 평생 찾으며 산 셈이다. 그것도 세 번이나 바꿔 쓰면서. 그렇지만 어떤 게 정답인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다만 내가 지금 호떡 장사를 한다면, 나도 '10원에 5개'라고 써놓고 5원어치를 달라고 하면 3개를 주지 않을까 싶다. 옛날 그 호떡집 주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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