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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택

시인,충북문인협회장

5월은 가정의 달이요, 청소년의 달이다. 5일은 '어린이날'이고 8일은 '어버이날'이며 '스승의 날'이 15일, '성년의 날'이 17일이다.

어린이날은 미래 사회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티 없이 맑고 바르게, 슬기롭고 씩씩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기념일이고 어버이날은 범국민적 효(孝)사상 앙양과 전통 가족제도의 계승 발전을 위하여 효행 자와 전통 모범가정, 장한 어버이를 발굴해 포상·격려할 목적으로 제정한 기념일이다.

스승의 날은 스승의 은덕에 감사하고 존경하며 추모하는 뜻을 기리기 위하여, 성년의 날은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짊어질 성인으로서 자부심과 책임의식을 부여하기 위하여 제정한 날이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많은 나라에서도 자라나는 어린이의 꿈과 희망, 부모의 은혜, 스승의 존경, 성년의 의식행사를 통하여 참 사람의 인격을 형성하여 건강한 사회, 건전한 국가를 이룩하려는 노력을 한다.

5월이 되면 초등학교 시절 학교일을 돌보와 주던 아저씨 생각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는 학교에서 정확하게 조회시간, 공부시작과 종료를 구분하여 학교 종을 쳐 주기도하고 학교의 허드렛일과 선생님들의 심부름도 하는 아주 작은 키의 양씨 성을 가진 아저씨였다.

방과 후 운동장에서 공치기 하고 늦게 집에 갈 때면 그는 3백여 평 되는 학교 채소전에 거름을 주고 김을 맸다. 겨울이면 아침 일찍 교실마다 장작난로를 피워 따뜻하게 하는 등 쉼이 없이 부지런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어느 때인가 짓궂은 고학년 형들이 그가 무거운 두엄 지계를 지고 가는데 지게꼬리(끈)를 밟고 장난을 칠 때면 조금의 노여움도 없이 뒤돌아서서 싱긋이 웃으며 다시 갈 길만 가기도 했다. 어느 날의 일이다. 학교 창고에 두었던 구호품인 밀가루 두 부대가 없어진 도난사건이 일어났다. 지금이면 별 것 아니지만 당시만 해도 밀가루 두 부대면 큰 재물이었다. 학교가 발칵 뒤집히고 지서에서 순경이 왔다. 순경은 몇 사람의 애기를 대충 듣고 나서 꼬마 양씨 아저씨를 불렀다. 순경은 우선 와들와들 떨고 있는 꼬마 양씨의 뺨부터 냅다 후려 쳤다. 그런 다음 멱살을 틀어잡고서는 날카롭게 째려보며 말했다. "새끼, 너?" 꼬마 양씨 아저씨는 캑캑거리며 잔뜩 겁을 먹고만 있었지, 아니라는 말을 못했다. 아이들은 운동장에 둘러서서 모두 숨을 죽여 가며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그 때 서무주임이 어색하게 웃으며 걸어와 순경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설명했다. 밀가루 부대의 계산이 잘못됐다는 것 같았다. 꼬마 양씨가 범인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잘 좀 세지, 에이...."순경이 침을 탁 뱉었다. 그러고서는 영문을 몰라 우물거리고 있는 꼬마 양씨에게 "빨리 꺼지지 못해!"하고 손을 울려 매었다. 그제야 꼬마 양씨는 안도의 얼굴로 도망치 듯 그 곳을 빠져 나갔다.

다음 날 방과 후 꼬마 양씨가 의자에 못질을 하려 교실에 들어왔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아저씨, 어제 밀가루 말이 예요"하고 말을 붙였다. 왜 처음부터 가져가지 않았노라, 무례하게 사람을 때린 순경에게 항의 한 마디 못했느냐고 물어 볼 심산이었는데 그 분은 나를 바라보고 웃었다. "찾았으니 참 다행이야, 참 잘 됐어"하고 부서진 의자에 못질 만 했다.

그 후 나는 양씨를 잊고 살아오다가 불혹(不惑)의 나이가 넘고부터 그가 성자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서로 사랑해라!, 용서하라!, 자비를 베풀어라!"하면서 "내가 옳다! 아니다!"라고 아귀다툼으로 변명하는 이들의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 5월 가정의 달, 청소년의 달을 행사로만 지날 것이 아니라 참 사람의 속찬 인격을 형성하는 5월이 되었으면 한다. 헤일 수 없는 깊은 인간상의 꼬마 양씨는 어느 성직자보다도 훨씬 큰 성자라고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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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