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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택

시인, 충북문인협회장

옛날 한 고을에 인간미가 넘치는 만석꾼이 살았다.

만석꾼은 많은 머슴들을 거느리며 떵떵거리며 살았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고을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만석꾼은 나이 오십이 되면 머슴살이를 그만두게 하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고수했다.

요즈음 정년퇴직이라는 의미와 비슷했다. 갑돌이와 돌쇠도 금년 말이면 만석꾼 집에서 머슴살이를 그만 두어야 할 나이였다. 평소 두 사람은 모두 열심히 땀 흘리며 최선을 다했으나 성격차이가 뚜렷했다. 갑돌이는 매사에 긍정적인 반면, 돌쇠는 자신의 마음이 들지 않으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 일쑤였다.

만석꾼은 두 사람에게 "금 년 일 년 동안은 자신이 원하는 농지를 선택해서 책임제 농사를 지어보면 어떻겠느냐" 고 물었다. 두 사람은 만석꾼의 요구대로 조건 없이 농사를 짓기로 했다. 갑돌이는 멀리 떨어져 있어 힘은 들지만 기름진 논을 선택했고, 돌쇠는 비록 땅은 거칠고 투박해도 집에서 가깝고 농사짓기 용이한 농지를 선택했다.

두 사람은 같은 날 모내기를 했다. 무더위가 계속되자 벼는 무럭무럭 자랐지만 잡초가 많았다. 갑돌이는 지금까지 자신이 모셔온 주인에게 마지막으로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김을 매고 거름을 주고 농약을 살포하는 등 정성을 다했다.

그러나 돌쇠는 농사를 잘 지어봤자 별 볼일 없을 거라는 생각으로 김을 매는 둥 마는 둥 하며, 마을 정자(亭子)에서 쉬며 게으름을 피웠다. 땅도 기름지고 열심히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갑돌이가 지은 벼는 튼튼하게 잘 자랐지만 반면에 땅도 투박한데다 농사짓기를 소홀히 하며 게으름을 피운 돌쇠의 논에는 벼가 잘 자라지 못했다. 그 동안 만석꾼은 두 사람의 농사에 가타부타의 말 한마디 안했다. 모든 것을 두 사람에게 일임해 버렸기 때문이다.

가을이 되자 갑돌이가 지은 벼이삭은 고개를 깊숙이 늘어뜨려 겸손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돌쇠가 지은 벼이삭은 고개를 바짝 쳐든 채 거만하기 짝이 없었다. 만석꾼은 두 사람이 일 년 동안 땀 흘려 지은 농작물을 들러본 뒤 이렇게 말했다. "지난 십 수 년 동안 내 밑에서 농사짓느라고 참으로 고생들 많았네, 그 동안의 정리를 생각하여 금년에 자네들이 지은 농사는 자내들 몫이라고 생각하고 고스란히 선물로 주겠네" 만석꾼의 말이 떨어지자 두 사람의 얼굴엔 희비가 교차했다.

부산에 큰 신발 회사에서 인구가 많은 아프리카에 신발 판매 개척을 위해 조사팀 두 사람을 보냈다. 이들은 오래 동안 조사를 하고 돌아와 보고를 했다. 그런데 두 사람의 보고 내용은 전혀 달랐다. 첫 번째 보고자는 아프리카에 신발판매는 아예 생각지도 말아야 한다고 전제를 하고, 그 이유로는 그 나라사람들은 모두 신발을 안 신고 맨발로 다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두 번째 사람의 보고는 전자와 전혀 달랐다. 아프리카를 가보니 그 많은 인구가 신을 신은 사람이 없으니 그 사람들에게 신을 신게 만든다면 매상고는 그야말로 천문학적 숫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회사에서는 두 의견을 놓고 논의 끝에 후자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고 많은 사람을 아프리카에 보내 문명인과 신에 대한 설명회를 갖고 설득될만한 많은 광고지를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좋은 신을 보여주고 신겨보는 가운데 그들의 구매충동을 촉구해 많은 사람들이 신을 신게 하므로 놀라운 매출액을 올렸다.

위의 두 이야기에서 긍정의 성공과 부정의 실패를 본다. 컵에 담겨진 물을 보고 부정적인 사람은 "물이 절반밖에 안 남았네."라고 말하고 긍정적인 사람은"물이 아직도 절반이나 남았네."라고 말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주어진 현실을 긍정적인 자세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한 사람과 반대로 자신의 가슴속에 온통 부정적인 생각을 가득 담고 적당히 살아온 사람과의 삶에 대한 결과는 똑 같을 수가 없다. 최소한 자신에게 주어진 삶만큼은 긍정적으로 최선을 다는 것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평소 자신의 긍정과 부정 사이는 엄청나게 큰 차이의 대가를 낳게 되는 너무나 먼 거리라는 것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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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