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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식

전 음성군 환경위생과장·시인

얼마를 더 기다려야 무심코 찾아온 허기가 채워질까?

아무 생각 없이 출근해 사무실에 앉아 무시로 가슴에 차오르는 허기를 감당하며 바라보는 창문 너머 풍경이 한 시간째 그대로다. 금요일 공식적인 근무가 없는 날 그동안 하지 못했던 개인적인 일을 한다는 명목으로 혼자 출근해 빈 사무실에 앉아 나도 한 시간째 그대로다. 창밖 풍경은 거기에서 나는 이곳 사무실 의자에 앉아 서로 경쟁 하듯 고집스럽게 그대로다. 생각해 보면 지금 내가 맞이한 이 시간, 이 허기의 시간을 위해 아무도 없는 이 빈 사무실을 찾는지도 모른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그런 논리는 이제 내게는 아니다. 채우기 위해 비우는 것이 아닌, 그냥 비어있고 싶어 비우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감당하고 있는 허기가 내게는 힐링이다. 점점 나이가 들면 안다. 아니 이 나이가 되면서 알았다. 미래를 위한 계획보다는 현재의 삶이 더 소중하다는 걸, 그래서 이제부터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은 없다. 늘 살면서 미래를 위한 이라는 명분으로 오늘의 나를 너무도 함부로 했다. 그렇다고 그렇게 살아온 삶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나마 지금처럼 살 수 있는 것도 그런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지금 이 시간 내가 즐기고 있는 시간이 사라진 이 허기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지를 알았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허기는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많이 느낀다. 아니 더 많이 가지고 싶은 사람이 늘 허기지는 것이다. 늘 비어있는 사람은 차마 그것이 허기라는 것을 느끼지도 못한다. 아니 하기를 느낄 여유가 없다. 그러고 보면 나도 허기를 느끼는, 아니 허기를 즐기는 욕심의 소유자인가. 세상을 사는 사람 중 욕심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억지로라도 욕심은 희망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싶지만 지금 내가 즐기고 있는 시간이 사라진 이 텅 빈 공간에서 비울수록 더 행복해지는 이 허기는 욕심도 희망도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양촌리 풍의 커피 한잔을 들고 아직 블라인드가 내려진 가장자리 창으로 다가가 블라인드를 걷고 완성된 창 너머의 풍경을 바라본다. 한 모금 커피를 넘길 때마다 조금씩 채워지는 허기, 창문 너머의 나를 바라본다. 오늘은 내가 나에게 한마디 해야겠다.

미안해

내가 너에게 너무 소홀했지?

늘 관심을 가지고 좀 더 아끼고 사랑하며 살았어야 했는데

그동안 힘들었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너를 위해 살게

다 잊고 행복해지자

지금부터라도.

허기의 시간에서 돌아서면서 생각한다. 지금 텅 빈 사무실에서 느끼는 허기는 채우고 싶은 것이 아니라 더 비우고 싶은 것이다. 남아있는 아주 조금 남아있는 현실의 시간 모두 비우고 나면 나도 몇 시간째 작은 창문에 머물러 있는 조각구름처럼 행복해 질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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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기업가 정신 확산… 미래 나아가는 기회의 창 열 것"

[충북일보] 차태환(61·㈜아이앤에스 대표이사) 25대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은 14일 "청주상공회의소가 기업의 손과 발이 되어 함께 뛰어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차 회장은 이날 오전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 직지홀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역경제와 회원사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여기고 최선을 다해 회장직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차 회장은 더 큰 충북 경제 도약을 위한 노력을 다짐하며 "ESG경영 확산에 따라, 기업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창출이 점점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신(新)기업가 정신 확산을 제시했다. 차 회장은 "지금껏 기업의 역할로 인식되어 온 이윤과 일자리 창출, 세금 납부를 통한 국민경제 기여 등을 넘어 기후변화, 저출산·고령화, 디지털전환 등 새롭게 발생하는 사회문제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기업이 가진 혁신역량과 기술, 자본, 아이디어를 활용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 실행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구성원들과 호흡하면서 함께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