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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11.01 16:11:08
  • 최종수정2021.11.01 16:11:08

이윤세

충주시 용산동 세무담당주무관

클래식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워봤다면 '슈베르트의 송어' 같은 곡들을 한 번쯤 듣게 된다.

태교에 클래식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그 말은 대체 누구의 입방정이었는지, 한 줄 가사도 없는 음악을 긴 시간 가만히 듣는다는 게 은근히 고역 아닌 고역이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장난스러운 듯 기분 좋게 헤엄치는 듯 한 피아노 소리가 들리지 않는 날이면 귀가 간질간질하고, 대신 입으로라도 그 멜로디를 흥얼거리곤 했다.

물론 본격적인 육아가 시작되면 음악만한 사치도 없어서, 대부분의 클래식 여정은 금세 멈추게 된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분명 그랬는데…,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용산동 길 한복판에 피아노를 옮기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이게 대체 무슨 조화인지.

사건의 발단인즉, 선뜻 피아노를 기탁하겠다고 결정해 준 한 주민분의 선의에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

흔치 않은 선물에 냉큼 손을 내밀면서도 이걸 어디에 사용해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어디 회의실 같은 데에 두고 먼지만 쌓이게 만드느니, 사람들 다니는 길거리에 가져다 놓고 아무나 연주하라고 하면 어떨까요.

스스로 생각해도 대책 없는 제안으로 들렸다.

비록 오래되긴 했어도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닌 악기를 길거리에 내놓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아우성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이미 뱉은 말을 주워 담을 방법이 없는지라, 등 뒤로 식은땀만 줄줄 흘리고 있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재밌어 보인다며 해보라고 시원한 대답이 돌아온 것이다.

용산동주민자치위원회와 협력해 'PLAY with 용산'이라는 그럴싸한 이름도 붙이고, 여기저기 적당한 장소를 물색한 끝에 충주여고 사거리와 용산초등학교 사이의 꽃길에 자리를 잡았다.

남산초등학교에서도 학생들의 그림 실력을 한껏 발휘해 세상에서 하나뿐인 멋진 색깔을 피아노 위에 입혀 주었다.

아름다운 꽃과 귀여운 음표로 장식된 덕분인지 제법 정성껏 가꿔온 꽃길에 어울리는 모양새가 되어 내 마음까지 뿌듯해졌다.

그리고 대망의 'PLAY with 용산' 첫날, 정해진 위치에 피아노와 안내판을 설취한 뒤 함께 노력한 사람들과 기념사진을 남겼다.

엉뚱한 상상 하나에서 시작된 일이 이렇게 많은 분들의 도움을 얻어 눈앞의 현실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보람찼다.

그런데 막상 피아노를 두고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간에 남몰래 정이 든 것인지, 혹여나 누구 한 사람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쓸쓸하게 자리를 지키고만 있게 되는 걸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차마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데, 엄마 손을 붙잡고 아장아장 걸어오던 아이가 피아노를 발견하고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는 잠시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금세 피아노 앞에 앉아 고사리 같은 손으로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비록 웅장한 선율을 뽐내는 고급 피아노나 전문가의 숙련된 솜씨는 아니더라도 거기에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따뜻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었다.

그제야 기분 좋게 사무실로 걸음을 재촉했다.

지금도 아침마다 꽃길에 들러 피아노 문을 열고 온다.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화려한 행사는 아니더라도 따뜻한 소리로 우리 이웃들의 일상에 작은 선물이 되어달라고 응원의 한마디도 같이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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