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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마니아’들이 존재하지만 수련회를 손꼽아 기다리는 마니아들도 참 많다. 수련회의 계절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산사를 찾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인데, 그들을 일러 ‘수련회 마니아’라도 부른다.

수련회를 얼마나 좋아했으면 마니아 수준이 되었을까 싶지만 우선 그들은 일 년에 한 차례는 반드시 수련회에 참여하며 매번 그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은 수련회 기간 동안 아주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한다는 특징이 있다. 다시 말해 일 년에 한번 정도는 단기출가를 통해 자기 자신을 살펴보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칭찬과 격려의 소리가 있고 비방과 냉소의 목소리도 있다. 또한 좌절과 실패의 시절이 있으며 축하와 감동의 시간도 공존한다. 그러나 우리의 삶 속에서 들리는 이러한 소리는 본성의 입장에서 본다면 모두가 소음이나 다름없다. 모두가 외부의 환경이나 조건이 만들어 내는 일시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소음에 의해 본성이 점점 매몰되어 간다. 자신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이루어진 사람과 일에 지쳐 조금씩 고사(枯死)하고 것이다. 주위의 수많은 소리들 때문에 ‘자기 안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일 시간조차 없이 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해인사 여름 수련회에 참가했던 어느 수련생이 남긴 후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20대는 부모와 친구들을 위해 살았고, 30대는 아내와 자식을 위해 살았으며, 40대는 동료와 일을 위해 살았는데 앞으로의 50대는 나를 위해 살아야겠는데, 그 해답을 얻기 위해 수련회에 왔다’

살다보면 누구나 말한다,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그러나 과연 무엇을 위해 그렇게 분주했을까. 가족과 내 일을 위해 정신없었다고 말하지 말라. 그것은 남과 비교하여 살아온 자신의 초라한 변명에 가깝다. 현재의 지위와 재산도 따지고 보면 남과 경쟁하여 만들어 낸 상대적인 만족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자신의 일과 행동이 개인의 욕심이나 업(業)을 바꾸지 못했다면 모두가 남의 일만 하고 보낸 허송세월이다.

새삼스런 표현이지만, 아직까지 나는 산사수련회에 참가하는 자체가 일상의 혁명이라고 믿는다. 잊고 지냈던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듣기 위해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일탈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휴식은 육체나 정신을 한가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행위에 집중하는 일을 말한다. 그래서 산사수련회를 여행지의 휴식이나 낭만으로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절에서 세속의 일을 접어두고 한가롭게 지내기를 기대한다면 십중팔구 ‘단기출가’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거듭 말하지만 수련회는 산사의 일상을 통해 세속의 일상을 놓아버리는 프로그램이다.

불교의 가르침은 무엇보다 인식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올바른 마음의 테크닉을 통해 상대적 갈등과 고민을 해소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수련회의 방향은 ‘마음 닦기’가 아니라 ‘마음 바꾸기’이다.

전국 산사에서 올해에도 다양한 여름 수련회가 개최된다. 이러한 단기출가 과정을 통해 ‘마음 바꾸기’에 도전하는 ‘수련회 마니아’들이 더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 현진스님 청주 관음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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