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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8.23 15:13:30
  • 최종수정2020.08.23 15:13:30

김미경

수안보초등학교 보건교사

장마철이라고 연일 비가 내리더니 오랜만에 맑은 하늘이 청량하다.

뜨겁게 내민 햇살을 받으며 커다란 상자를 받아드니 묵직한 무게가 허리로 전해진다. 상자를 든 채 차 문을 열어보려다가 찌릿한 전기가 허리에서 발끝으로 요동치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상자를 떨어뜨렸다. 엉망이 된 상자를 다독여 차 안에 밀어 넣고 나머지 방역물품을 가지러 교육지원청 문을 향해 다시 들어간다. 오늘은 이렇게 코로나 일상을 마무리했다.

고된 농사일로 입이 깔깔하여 밥맛이 없다 하시던 부모님 말씀이 떠오른다. 당시에는 밥맛이 왜 없을까라는 생각도 없이 그 소리를 흘려들었는데 내가 요즘 그렇다. 하루가 일찍 시작되어 예전보다 30분 일찍 출근길을 나선다. 아이들보다 일찍 출근하여 장갑과 마스크로 무장하고 교문에서 발열체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활짝 웃으며 달려오는 아이를 안아주던 때가 그립다. 이제는 손잡아주며 마음을 다독일 수도 없고 그저 눈인사만으로 교감해야한다. 마스크 너머로 말소리는 둔탁하고 두 팔 벌린 간격으로 마음마저 멀어질까 걱정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들의 일상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할머니 차에서 내린 아이가 멀리서 뛰어오며 소리친다. "선생님, 오늘은 열도 없고 아픈 데가 하나도 없어요." 비 내리는 날, 제 몸만큼 큰 우산을 쓴 아이가 뛰어온다. 하얀 마스크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헐떡이는 아이가 안쓰럽기만 하다. 오전에는 멀쩡하다가 오후만 되면 열이 나는 일이 반복되어 등교 중지를 시켰던 아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고부터 열이 나는 학생이 발생하면 비상이다. 체온 37.5도의 마지노선 앞에서 고민과 갈등이 엉키기 일쑤다. 요즘은 체온 37도에도 온몸이 반응을 한다. 37.4도였다가 다시 재보면 37.5도이고 들쑥날쑥 변하는 체온에 또 다른 체온계를 꺼내 들기를 몇 번 반복하게 된다. 매뉴얼에 따라 선별진료소에 전화를 건다. 죄지은 것도 없는데 전화를 하게 되면 지난 2주 동안 충주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말을 강조하게 된다. 선별진료소의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초조한 마음이 전해질까 봐 아이를 향한 눈빛은 따듯하게 웃고 있다. 참으로 다행한 것은 아직 우리 충주시 수안보면에는 코로나19 감염병 환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큰 위안이 되지 않는 것은 개인 방역과 마스크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리라. 우리 학구는 조손 가정이거나 맞벌이 가정이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서 열이 나거나 호흡기 증상으로 등교중지 시켜야 하는 상황을 설명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직장에서 일하다가 아이를 데려가야 하는 부모님도 힘들고 보내야 하는 학교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큰 목소리로 자신의 건강함을 전하면서 달려오는 아이가 참 행복해 보인다. 하루 빨리 백신이 개발되어 아이들이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세상을 깨울 듯 천둥 번개를 휘몰고 온 폭우도 아침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을 내놓듯이 코로나19로 인해 쳐 놓았던 가림막을 없애고 얼굴 마주하며 함께 웃고 떠드는 날이 성큼 다가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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