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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12.13 16:50:36
  • 최종수정2022.12.13 16:59:12

최종웅

소설가

윤석열 대통령이 민노총의 불법파업은 북핵 위협과 마찬가지란 말을 했다. 이 말의 취지는 민노총의 불법파업도 북핵처럼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키운 문제라는 뜻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노조의 불법파업이 북핵처럼 무섭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북핵을 무서워하는 것은 가공할 살상력 때문이다. 민노총이 집단파업을 해서 국가기능을 마비시킨다면 그 파괴력도 북핵 못지않기 때문에 북핵에 비유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욱이 지금은 안보·경제위기에 정치적인 위기까지 복합되어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데, 집단파업까지 한다는 것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니 북핵 못지않게 반국가적이다,

그런데도 대통령 말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중대한 결심을 암시하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일 수도 있다. 이 말을 듣고 박정희의 혁명공약을 떠올렸다는 사람도 많다.

박정희는 5·16을 일으키고 6개 조항의 혁명공약을 발표하면서 제1조에 "지금까지 형식적이고 구호에만 그쳤던 반공태세를 재정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좌파에 대한 척결이 시작되었다. 혹시 윤 대통령의 북핵 위협과 마찬가지라는 발언 이후 종북세력에 대한 척결이 시작되는 게 아닌가 의심할 수도 있다.

실제로 대통령의 말이 끝나자마자 여당 당직자들이 입이라도 맞춘 듯 민노총 좌경화를 우려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정책의장, 비대위원 등이 민노총이 집단파업을 하면서 한미동맹 파기, 국가보안법 폐기 등을 외치고 있는데, 이게 노동운동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비난했다.

특히 민노총 홈페이지에 북한 노동당 외곽단체가 보낸 격려사를 올려놓고 있는데, 이 글에는 "미국과 남조선 집권세력은 하늘과 땅 바다에서 침략전쟁 연습을 광란적으로 벌이고 있다. 온 겨레를 분노케 하는 반통일 세력의 대결 망상을 단호히 짓뭉개버려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글은 민노총이 지난 8월 한미동맹 파기 등을 주장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을 때 북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여당은 집단파업이 순수한 노동운동이 아니라는 점을 알리고 싶은 것이다.

실제로 민노총은 지난 1일에도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관에 넣어 땅에 묻자"는 성명을 발표하고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만 평화통일을 이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민노총 주장은 사실상 국가 체제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하며, 노동운동을 하면서 왜 한·미·일 군사동맹 해체 등을 주장하느냐고 반문했다.

여권이 민노총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이며, 이를 반영하듯 국정원 개편소식이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한 중앙 일간지는 12월 6일 1면 톱으로 국정원 고위간부 100여명이 대기발령되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들은 대부분 문재인 정부시절 남북회담 등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와 관련 없는 일을 하던 직원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문재인 정부 때 찬밥신세였던 대공·첩보 요원들이 부활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정원이 정보기관 본연의 자세로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권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국정원의 제1 임무는 대공인데 이것이 대부분 와해된 상태라며, 국정원 기능을 원상복구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국정원의 기능을 복원해서 민노총 등의 좌경화를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이 24년 1월까지만 존속하기 때문에 국정원만으로는 종북세력을 척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양하는 중이기 때문에 경찰과 합동으로 해야만 척결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부활하기 위해서는 24년 총선에서 압승하는 수밖에 없다.

여권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 또 다른 징후도 있다. 북한을 적으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적으로 표현하지 못했으나 6년 만에 국방백서에 적으로 표기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형식적이고 구호에만 그쳤던 반공태세를 재정비 강화하겠다는 박정희가 윤석열처럼 보이는 것은 그만큼 안보불안이 심상찮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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