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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날개' - 공부가 하고 싶은 수빈이

"못 먹어도 좋아요… 못 배우는 건 보단"
홀로 손녀 키우며 학원비 전전긍긍
아이 부모는 모두 가출… 연락 두절

  • 웹출고시간2012.08.06 18:57:2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수빈이네 가족. 왼쪽부터 수빈이, 할머니, 수빈이 동생.

평균 97점. 청주 한솔초 3학년 수빈이(9·흥덕구 수곡동)의 지난해 성적표다. '똘똘한' 반장답다. 그런데 1년 만에 뚝 떨어졌다. 영어 점수가 나오질 않았다. 왠지 서러웠다. 눈물이 났다.
 
수빈이는 실력 없는 과외 선생님을 원망했다. 다름 아닌 할머니(52). 이 엉터리 과외 선생님은 평생 누구를 가르쳐 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 교과서를 펼칠 일은 더더욱 없었다.
 
아이들이 알아서 척척 공부하면 좋으련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학교 공부를 따라가질 못했다. 그렇다고 학원 보낼 돈은 없었다. 하는 수 없었다. 몇 십 년 만에 교과서를 잡았다. 직접 공부해 가르치기로 했다.
 
암초는 '영어'였다. 요즘 초등학교 영어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수빈이를 데리고 영어학원을 노크했다. 기가 막혔다. 학원비가 한 달 식비와 맞먹었다. "나중에 보내줄게. 일단 돌아가자." 울먹이는 수빈이를 겨우 달랬다.
 
그녀는 손녀 2명과 임대아파트에 산다. 아이들의 부모는 모두 가출했다. 지금은 연락도 닿지 않는다. 몇 년 전엔 남편과도 갈라섰다. 정부 보조금 49만원이 그녀의 유일한 소득이다.
 
일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에어로빅 강사를 하면서 고관절이 망가졌다. 평생 모은 1천만원은 수술비로 다 썼다. 그마저도 한 쪽 다리만 고쳤다. 나머지 다리는 아직도 쓰질 못한다. 한 쪽 다리로만 생활하다보니 허리 디스크와 오십견이란 후유증이 왔다. 돈만 있었으면 모두 고쳤을 병이다. 하지만 가난한 할머니는 병 치료는커녕 아이들 양육비로 4천만원의 빚을 졌다.
 
"이젠 방법이 없어요. 식비를 더 줄이는 수밖에." 고작해야 한 달 10만원 남짓을 더 줄이겠다는 할머니. 그 이유가 서글프다. "차라리 못 먹는 게 나요. 못 배우는 것 보단."
 
다가오는 추석에는 아주 간소하게 차례상을 차릴 생각이다. 남는 돈으로 영어학원비를 내야 한다. 그녀는 그만큼 절박하다.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가르쳐야 한다. 못 먹어도 좋다.
 
조상들도 이해해 줄거라 말하는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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