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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날개 - 7살 채원이에게 닥친 날벼락

예고 없이 열린 수문… 급류에 휩쓸려 식물인간
보은 보청천서 사고… 오빠도 정신지체 판정
추석 앞둔 오늘 郡 상대로 손해배상 첫 공판

  • 웹출고시간2012.09.27 18:54:4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발랄하기만 하던 7살 채원이(왼쪽)가 수문 방류 사고로 졸지에 '식물인간'(오른쪽)이 됐다.

ⓒ 사진 제공=어린이재단 충북지역본부
엄마와 함께 송편을 빚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참 예쁘게도 만들었다. 옆에서 전을 자꾸만 집어 먹는 아빠한테 '버럭' 화를 냈다. 아빠는 '허허' 웃기만 했다. 6살 막내딸 채원이의 모든 게 사랑스러웠다.

해가 바뀌고, 또 추석이 돌아왔다. "채원아, 일어나봐. 송편 빚어야지." 엄마(35)가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 그저 눈만 껌뻑거릴 뿐이다. 그렇게 애교 많던 채원이는 어느 순간 '식물인간'이 돼 있었다. 엄마는 아직도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하룻밤 자고나면 금방이라도 깨어날 것만 같다. "왜 내 딸이, 아무 죄 없는 이 꼬마마이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요. 왜 저희 가족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건가요. 네?"

기억하기도 싫은 지난 4월30일. 보은군 보은읍 이평리에 사는 채원이는 오빠와 함께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반쯤 지났을까. 갑자기 수문이 열렸다. 경고 방송은 없었다.

"오빠, 살려줘!" 채원이가 물에 휩쓸렸다. 11살 오빠가 채원이의 손을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성난 급류는 오빠까지 단숨에 덮쳤다.

둘은 한참동안 사투를 벌였다. 물 높이보다 키가 큰 오빠는 숨이라도 쉴 수 있었지만, 채원이는 계속 물에 잠겼다. 그리곤 얼마 있다가 의식을 잃었다.

오빠가 먼저 깨어났다. 맥박이 멎었던 채원이도 기적적으로 눈을 떴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설령 깨어나도 시신경이 손상돼 앞을 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 현재는 자율신경이 다쳐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입니다."

믿을 수 없었다. 쉽게 말해 '식물인간'이 됐다는 얘기였다. 보은군과 유관기관은 1천만원 정도의 후원금을 전해왔다. 경고 방송 없이 수문을 연 관계자는 징계를 받았다.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막내딸이 졸지에 식물인간이 됐는데…. 하지만 병원 치료를 받을수록 돈이 급했다. 한 달 120여만원의 아빠(36) 수입으론 감당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5천만 원가량이 병원비로 빠져나갔다.

악재는 겹친다고 했던가. 채원이를 살린 오빠가 최근 '정신지체' 판정을 받았다. 11살 밖에 안 된 녀석이 7살 동생을 못 구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 거다.

27일 오후 엄마가 주섬주섬 서류를 챙긴다. 내일 청주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채원이의 부모는 수문을 관리하는 보은군과 농어촌공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8일이 첫 공판일이다.

예로부터 보름달이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는데. 에이, 미신이겠지. 아니야. 이거라도 기대보자. 엄마가 정성껏 두 손을 모은다. "달님, 우리 채원이도 학교에 갈 수 있게 해주세요. 다른 아이들처럼 책가방도 매고, 운동장도 뛰어 다니게 해주세요. 이 어미의 마지막 바람입니다. 꼭 들어주실 거죠?" 밤하늘을 수놓은 보름달은 아무런 말이 없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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