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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날개 - 이름 없는 참전용사 안문준 옹

3대째 가난 대물림…"전쟁보다 두려워"
부상 입었지만 기록 없어 상이군경 탈락
자식은 부도… 손자 대학은 어이할꼬 '한숨'

  • 웹출고시간2012.06.24 19:07:5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참전용사 안문준옹 부부. 손을 꼭 잡은 노부부는 손자로 이어지는 가난의 대물림을 전쟁보다 더 두려워했다.

ⓒ 임장규기자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차가운 기운이 한반도를 감쌌다. 1949년 7월20일 21살의 까까머리 청년은 충주 16연대로 징병됐다. 3개월 훈련을 받고 의정부 2사단 16연대로 배치됐다.

설마는 현실이 됐다. 입대 1년도 안 돼 6·25전쟁이 발발했다. 탱크를 앞세운 북한군은 어마어마한 화력을 앞세워 돌진했다. 소총부대가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후퇴에 후퇴를 거듭했다. 낙동강까지 밀렸다. 전우는 하나 둘씩 죽어나갔다. 까까머리 청년은 눈을 찔끔 감고 방아쇠를 당겼다. 발목이 크게 다친 지는 나중에 알았다. 일단 적을 죽이는 게 급했다. 사상, 이념 따윈 몰랐다. 따발총을 든 북한군을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단 생각뿐이었다.

인천 앞바다에 연합군이 상륙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아픈 다리로 서울을 수복한 뒤 육군본부로 전출됐다. 부상 탓이었다. 전쟁이 끝난 1954년, 까까머리 청년은 '일등중사'(현 하사) 계급장을 달고 고향 충주로 돌아왔다.

"탕, 탕!" 요란한 총소리가 시골 산천을 가른다. 인근 부대에서 사격 훈련을 하는 모양이다. 마당의 이름 없는 삽살개가 깜짝 놀랐는지 '멍멍' 짓는다. "전쟁 때 포탄 터지는 소리 들어봤어? 살려달라는 비명 소리는? 저건 애들 장난하는 겨."

까까머리 일등중사는 84세의 백발노인이 됐다. 참전용사 안문준(충주시 신니면 마수리)옹은 "내가 명이 길긴 긴 가벼. 아직까지 살아 있는걸 보니"라며 껄껄 웃는다.

하지만 몸은 달랐다. 아픈 곳이 많았다. 낙동강 전투에서 다친 발목은 아직까지 안옹을 괴롭히고 있었다. 전쟁 당시 치료기록이 없어 상이군경에선 탈락했다.

전쟁 후 고향에서 만났다는 아내 이종순(82) 여사가 수박을 내왔다. 문을 들락거릴 때마다 '끼익' 소리가 났다. 군 입대 전 안옹이 직접 지은 나무 집은 벌써 일흔 해를 넘겼다.

이 집을 반세기 넘게 지킨 아내는 최근 들어 기력을 잃었다. 다섯 해 전과 지난해 직장암 수술을 받으면서다. "평생 농사만 짓고 살았어. 아내에게 미안할 따름이지. 고생만 시켜서."

안옹은 성실했다. 한 평생 논·밭을 매 4천평을 샀다. 하지만 자식이 북한군보다 더 무서웠다. 1997년 IMF 때 아들 빚을 갚느라 땅을 몽땅 팔았다.

아들은 아비의 사랑을 외면했다. 아내와 이혼한 뒤 손자만 달랑 남기고 집을 나갔다.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자란 손자는 어느덧 고등학생 3학년이 됐다. 지금은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주말에만 집에 온다. "저 녀석이 걱정이야. 우리가 죽기 전에 대학을 보내야 하는데, 돈이 있어야지…."

6·25전쟁 발발 62주년. 목숨 걸고 나라를 지켜낸 무명용사는 3대째로 향하는 가난의 대물림을 전쟁보다 더 두려워했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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