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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수필가

며칠 전 보은에서 청주로 운전하며 나오는 중이었다. 하루건너 여름내 비가 퍼붓더니만, 어느새 들녘은 황금빛이다. 도로 양옆으로 활짝 핀 코스모스의 긴 사열까지 받으니 파란 하늘처럼 마음도 상쾌했다. 룸미러로보니 방금 지나온 한산한 꽃길이, 한들거리며 나그네들을 유혹하여, 마음은 코스모스처럼 흔들거렸다. 비상등을 깜박거리며 초가을의 풍경을 즐기다보니 시원하게 뚫린 자동차전용도로로 연결된다.

코스모스 핀 시골길의 정취를 맘껏 즐기고 새로 뚫린 도로로 올라서자 가슴 가득 갈바람을 채운 차안의 여인네들은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하고 저절로 합창을 한다. 비행기 활주로를 방불케 하는 넓은 길, 청주방향 직진 표지판이 멀리 보인다. 가속페달에 발을 얹고 한참을 달리는데 갑자기 길이 좁아졌다. 도로공사 마무리가 덜되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속도를 줄였다. 바로 그때였다. 아뿔싸! 어, 어, 이건 뭐야! 맞은편에서 쌍 라이트를 깜박이며 차가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이게 어인일인가, 저 사람 정신이 나갔나, 역주행을 해오다니, 죽으려면 혼자나 죽을 것이지!…근데, 뭔가 좀 이상하다· 브레이크를 밟으며 정신을 집중하고 보니 오! 주여! 세상에…중앙분리대가 오른 쪽에 있는 것이 아닌가. 그가 아닌 내가 역주행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등에 식은땀이 나고 머리가 곤두서며 당황했는데, 간신히 그 자리에서 차를 돌려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보은 쪽을 향하여 되돌아갔다.

이럴 수가! 한적한 곳이라 차량통행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대형사고가 날 뻔했잖은가. 전용도로가 끝나면 구 길로 나갔어야지, 안내판이 있었을 것인데, 코스모스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여 못 보았을까. 다시 그 자리로 와서 살펴보니 도로가 좁아지지 전 오른쪽으로 내려나가라는 꺾기표시가 작은 전광판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어떤 부자와 그 집 앞에서 구걸하며 목숨을 연명하던 거지가 함께 죽었는데 부자는 음부로 거지는 천국으로 갔다는 예화가 성경에 나온다. 부자는 천국에 가있는 거지에게 물 한 방울만 내 혀끝에 묻혀 달라고 사정을 하여서, 음부라 불리는 지옥은 극심한 고통이 지속되는 곳임을 설명한다. 그러나 거지는 그곳과 이곳사이에 큰 구렁이 있어 영원히 오갈 수 없으니 도와주고 싶지만 그리할 수 없다고 대답한다.

부자라고 다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거지가 다 천국에 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예화의 교훈은, 선한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의 대비보다는 천국과 지옥은 한번 가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백두산 산꼭대기에서 발원한 두 물줄기가, 골짜기를 타고 흘러가다 어느 시점에서 한줄기는 서쪽으로 한줄기는 동쪽으로 흘러가 동해와 서해로 갈라져 영원히 만나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실수로 잘못 들어선 길, 급히 턴을 하여 목숨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천국과 지옥 길은 한번가면 영원히,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니…. 영원은 얼마만큼의 시간을 말하는 걸까. 그날, 백년도 아니고 천년도 아닌 영원이라는 말이 자꾸 입에서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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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