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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은 국토의 중심에 있는 관계로 예로부터 남북을 잇는 고리 역할을 했다. 게다가 백두대간이 충북을 통과하며 기호지역과 영·호남을 갈라 큰 고개도 많다. 추풍령, 괘방령, 조령, 하늘 재(계립령), 죽령 등이 거기에 해당한다. 지방출장을 오가는 관리들은 물론, 청운의 꿈을 안은 선비도, 봇짐, 등짐을 짊어진 보부상도 이 길을 통해야만 목적지에 이를 수 있었다.
옛 길에는 수많은 전설이 널려있고 문화재가 남아있으며 선인의 정취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주막거리에서 해장국과 탁배기 한잔으로 몸을 푼 남도 과객은 날이 저물기 전에 서둘러 고개를 넘었다. 행여 산적 떼라도 만나면 봇짐을 털리기 일쑤고 경국대전에도 없는 통행료를 지불해야 했다. 선남선녀가 만나 불륜의 씨를 잉태하기도 했던 풀 섶에는 이름 모를 풀들이 계절을 이어 달리며 밀어를 속삭인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선인의 애환이 서린 옛길 네 곳을 명승으로 지정 예고했다. 국가문화재로 지정될 네 곳은 문경새재 중 경북 문경읍 상초리∼새재 1·2·3관문 6.5km, 죽령 옛 길 중 경북 풍기읍 쪽의 2.5km, 강원도 양양∼홍천을 잇는 옛 길로 양양쪽 2.36km, 문경∼상주를 잇는 토끼비리 500m에 이른다.
고개란 지역과 지역을 잇는 곳인데 조령, 죽령 옛 길의 경우 충북 쪽은 문화재 지정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그것은 충북의 행정력이나 로비가 부족했던 게 아니라 옛 것을 업신여긴 우리들의 자업자득이니 누구를 수원수구(誰怨誰咎)하랴.
문경새재의 예를 들면 옛 길의 정취가 모두 경북 쪽에 몰려 있다. 문경 쪽 옛 길은 옛 그대로 비포장도로이다. 길 곳곳에는 과거길, 원(院)터 등이 그냥 남아있고 산불됴심(산불조심)이라는 조선시대의 비석도 있다. 게다가 왕건 영화세트가 남아 있어 정취를 더한다. 문경새재의 상가를 보면 문경 쪽에는 흥청거리나 연풍 쪽에는 경기가 신통치 않다.
연풍 쪽에서 3관문으로 향하는 길은 생뚱맞게도 도로포장을 해놓았다. 옛 맛이 전혀 우러나지 않는다. 인근에는 식당 몇 곳과 펜션이 줄지어 있다. 이런 관계로 충북 쪽의 3관문을 찾는 관광객은 많지 않으며 대부분의 관광객이 문경 쪽으로 몰리고 있다.
청주에도 짧은 구간이지만 옛 길이 있는데 새 길을 내는 과정에서 거의 잘려나갔다. 상당산성에서 명암지를 잇는 옛 길은 우리 고장의 대표적 옛 길이다. 것대산 봉수터 아래에 있는 상봉재를 넘어 명암지 뒤편으로 빠지는 옛 길은 고즈넉한 조선시대의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 주위에는 자연 암벽에 새긴 병마절도사 송덕비가 10여기 남아 있다.
대부분 글자가 마모돼 정확한 판독은 어려우나 송덕비의 모습은 아직도 완연하다. 길을 가다보면 역사의 나무에 열린 전설을 마주치게 된다. 기도를 하면 아들을 낳는다는 ‘아들바위’가 있고 지나가는 괴한에게 겁간을 당해 죽은 ‘큰 애기’ 애달픈 전설도 전해진다. 역사탐방을 겸한 산행 코스로 제격인 이 길에 어느날 문명의 아스콘이 덮쳐 숨도 못 쉬고 사라졌다. 오히려 토목 등 기술직을 대상으로 명암∼산성간 터널을 학습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역사의 파괴를 배우겠다는 것인지, 첨단문명을 배우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청주에서 보은으로 향하는 용암동, 월오동 일대에서 또 하나의 옛 길이 청주삼백리답사대에 의해 찾아졌다. 용암동 원당마을 소미재에서 월오동 미티재를 거쳐 보은으로 가던 옛 길이 확인된 것이다. 미티재를 넘으면 청원군 한계리로 통하고 이곳에서 황청리∼가덕∼피반령∼회인을 경유하면 보은으로 통한다.
아직도 수레가 넘던 흔적들이 남아 있고 서낭당도 있다. 소미재는 다른 말로 ‘장고개’ ‘수도고개’ 등으로 불린다. 동막골 나무꾼들이 이 고개에서 한참을 쉬었다. 여기에도 개발 붐은 어김없이 몰아쳐 옛 길이 없어질 위기에 처해있다. 주위에는 고급 빌라가 들어서고 일대가 택지로 개발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처럼 우리고장의 옛 길은 문전박대를 받으며 문명의 상처를 입고 있으니 국가문화재로 지정될 리가 없다.
/ 임 병 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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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