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2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태재

국민연금공단 대전세종지역본부 노후준비서비스 팀장

늦은(?)나이에 캠핑을 시작했다. 물론 젊은 시절에도 캠핑을 하기는 했다. 여름 휴가 때 어린 아들들과 함께 놀기 위해 물가에 가서 텐트 치고 물놀이도 했다. 그런 캠핑도 애들이 중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는 그만두게 되었는데, 이제 다시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 같은 캠핑이 아닌 요즘 유행하는 소위 '차박 캠핑'을 하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아내는 TV에서 어느 연예인이 캠핑하는 것을 보고 그 모습을 동경해왔다. 캠핑하면서 이른 아침 상쾌한 공기 속에서 캠핑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그렇게 멋있어 보였다나. 어쨌든 우리도 그런 캠핑을 흉내 내 보기로 한 것이다.

흉내만 내는 캠핑이라서 TV 속의 그 연예인처럼 갖출 것 다 갖추고, 끼니마다 맛있는 음식 해 먹으면서 사람까지 초대하는 그런 캠핑은 아니다. 차박 캠핑인지라 잠은 차 안에서 자고 식사는 해 먹기도 하지만 대부분 캠핑지 근처의 맛집에서 사 먹는다. 아침은 식당 문을 여는 곳도 많지 않고 아침부터 사 먹기도 그래서 간단하게 라면이나 어묵탕으로 해결한다. 그래도 아침 커피는 꼭 차 밖으로 나와 캠핑 의자에 앉아 아침 공기와 함께 마시는 것을 추구한다.

구입한 용품도 간단하다. 차 안에서 깔고 잘 수 있는 매트 하나, 릴렉스 스타일의 캠핑 의자 두 개, 캠핑 테이블 한 개. 그리고 가끔 필요할 거 같아서 구입한 그늘막 한 개가 전부다. 밤에 덮고 자는 이불은 집에서 쓰던 이불과 전부터 가지고 있던 침낭 하나로 해결했다. 그런데 이런 것들보다 아내가 꼭 사고자 했던 중요한 용품은 바로 '감성 전구'다. 구입한 용품들 중 가격은 제일 저렴하지만, 캠핑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백미다.

캠핑을 시작하게 된 또 다른 계기는 우리가 최근 차를 바꿨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줄곧 세단형 승용차만 타왔는데 이번에 SUV 차량으로 바꿨다. 은퇴 후에 여기저기 여행을 자주 다닐 텐데 승용차는 높이가 낮아서 바깥 경치가 잘 안 보인다는 이유 때문이다. 몇 해 전 다녔던 글쓰기 교실의 선생님 부부가 은퇴 생활을 하면서 SUV를 타고 다니는 걸 보고 부러워했던 적이 있었다. 차를 고르면서도 차박하기 좋은 차, 기름값이 덜 드는 차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렇게 해서 시작한 차박 캠핑, 그동안 많이 다니지는 못했지만 벌써 잊지 못할 좋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다. 차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들으며 차 안에서 잠자보기, 저녁 차 안에서 노을 감상하기, 아침 차 안에서 일출 맞이하기, 모닥불 피워 놓고 불멍 때리기, 그토록 해보고 싶었던 캠핑 의자에 앉아 아침 공기와 함께 커피 마시기 등 남들이 하는 건 거의 다 해본 셈이다. 한 가지 더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가을 낙엽 떨어지는 숲속에서 낙엽 맞으며 차박해보기이다.

우리 부부가 차박 캠핑에 쉽게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상황이 맞았기 때문이다. 애들 없이 부부 둘만 다니니 이런저런 체면치레와 구색 맞추기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고, 매끼 식사도 부부 입맛에 맞게 간단히 해결하면 되었다. 챙겨야 할 게 많지 않으니 쉽게 떠날 수 있고, 젊은 시절처럼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텐트를 쳤다 걷었다 하는 일도 안 해서 좋았다. 잠자리도 차 안에서 자기엔 두 명이 딱 좋다. 한 마디로 자녀들이 독립한 이후 생활의 자유를 얻었기 때문이다.

중장년층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서 "은퇴 준비를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면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이 '돈과 건강'이다.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여가와 취미'라는 대답은 유도 질문을 해야 간신히 나온다. 물론 은퇴 후에도 생계유지를 위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여가와 취미는 사치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취미생활이 꼭 시간과 돈을 많이 들여서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취미를 우선 찾아보자. 반평생 일만 하고 살아왔으니 이제는 좀 쉴 때도 되지 않았는가. 일을 하더라도 예전처럼 일만 하진 말자.

캠핑을 다니면서 보니 은퇴한 부부가 함께 캠핑을 하거나 여행을 다니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낚시하는 사람들은 또 왜 그리 많은지. 베이비 부머들이 직장에서 나와 이제는 취미 생활터를 점령하고 있는 것 같다. 5060은 늦은 나이가 아니라 오히려 캠핑하기에 딱 좋은 나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