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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재

국민연금공단 청주지사 노후준비서비스 팀장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최근 출간된 이 책은 은퇴 후 단기 비정규직 일자리에 재취업하게 된 주인공이 겪는 힘겨운 노동과 불안정한 고용, 비인격적인 대우 등을 세세하게 녹여내고 있었다. 여기서 '임계장'이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준말이다. 그 의미를 풀어보면 임시직이라 언제든지 자를 수 있고, 계약직이라 맘에 안 들면 재계약을 안 하면 되고, 노인용 일자리라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으니 빈자리가 생겨도 쉽게 다시 채울 수 있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노후준비가 부족한 이 시대의 은퇴자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대접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공기업에서 38년간의 직장생활을 하고 정년퇴직했다고 한다. 소위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안정된 직장에서 남부럽지 않은 급여를 받아가며 장기근속해온 사람이다. 고용이 불안정하여 수시로 이직을 하거나 자영업을 하면서 경기침체의 골을 건너야 했던 사람도 아니다. 그런 만큼 자산축적과 노후준비도 잘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민연금도 장기간 가입했으니 적어도 월 150만 원 이상은 받을 수 있었을 것이고, 은퇴하면서 받는 퇴직금과 절세를 위해 가입한 개인연금도 상당했을 것이다.

이런 그가 왜 은퇴 후 다시 열악한 노동시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아쉬워했던 몇 가지의 문제가 있었다. 첫째, 무슨 이유에선지는 모르지만 소득이 있을 때 자산축적을 충분히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방 소도시에 아파트를 마련할 때도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아서 보탰고, 은퇴 후 받게 되는 개인연금 수령액도 많지 않았다고 한다. 둘째, 은퇴 몇 년 전에 대도시 아파트로 이사를 하면서 집값이 부족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새로 받았다는 것이다. 은퇴를 앞두고는 집의 규모를 줄이고, 있는 빚도 청산을 해야 하는데 주인공은 거꾸로 갔던 것이다. 물론 갑자기 대도시로 발령을 받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사야했던 집이지만 그래도 그 규모를 최소화해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셋째, 그나마 저축해온 돈과 최종 중간정산으로 받은 퇴직금마저도 은퇴 직전에 결혼하는 딸의 혼사에 대부분을 써버렸다는 것이다. 넷째,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면서 막대한 학비가 소요되는 전문대학원에 진학하게 되고 이 비용을 부모가 부담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은퇴할 때까지 노후준비를 잘 해왔던 사람들도 뒤늦게 자녀결혼이나 학자금 등에 과도한 지출이 발생하면 그간의 준비가 한 순간에 무너지고 만다. 이것이 은퇴를 전후해서 맞게 되는 무서운 복병이다. 복병을 이겨내지 못하면 은퇴생활에 대한 꿈과 계획했던 삶이 모두 날아가 버리게 된다. 이들 비용은 별도로 마련을 하던가, 지원을 하더라도 부모 자신의 노후생활비를 먼저 감안하고 지원을 해야 하는데 부모들 맘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주인공 역시 딸의 결혼비용에 축적한 자산의 대부분을 쏟아 붓고 계획에 없던 아들의 학자금마저 추가로 벌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주인공은 버스터미널 배차계장, 아파트 경비원, 빌딩경비원, 터미널 보안요원 등으로 일을 하면서 최저 시급에 매연과 미세먼지 그리고 쓰레기 더미 속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육체적인 고통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고용주와 이용자들의 갑질로 인해 받게 되는 정신적 스트레스다. 돈을 더 벌기 위해 24시간 교대근무인 아파트 경비원 일에 더하여 빌딩 경비원 일도 같이 하게 된다. 쉬는 날도 없이 매일 24시간씩 일을 하는 것이다.

무리하면 탈이 나게 되어 있다. 주인공도 결국에는 쓰러지고 만다. 유해한 환경에서 과로를 넘어 자해행위에 가까울 정도의 노동이 장기간 지속된 결과다. 나이 먹어 상한 몸은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완벽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다행히 주인공은 다시 일터로 나갈 정도로는 회복된 모양이다.

책에 아파트 쓰레기통을 닦고 있는 주인공을 보고 지나가던 젊은 아빠가 자기 아들에게 한 말이 나온다. "아들아, 너도 공부 열심히 하지 않으면 나중에 저 아저씨처럼 된다. 그러니까 공부 열심히 해라" 나는 그 젊은 아빠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당신이야말로 노후준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저렇게 될지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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