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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3.05 17:36:06
  • 최종수정2019.03.05 17:36:06

김경숙

청주오송도서관 운영팀장·수필가

아침 일찍 한산한 도로를 달린다.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며 여유도 부려본다. 그도 잠시 도심을 벗어나니 뿌연 안개가 엄습해온다. 차량에서 나오는 불빛으로만 앞을 분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른 아침이라 앞서가는 차량도 드물다 보니 답답함이 가슴을 죄어온다. 매일 오가는 도로라지만 안개에 가려 주변의 형체는 전혀 가늠할 수가 없다. 주위를 살필 엄두는 낼 수도 없고, 앞만 똑바로 보고 갈 수밖에 없다. 가도 가도 걷힐 줄 모르는 안개. 그대로 멈추고 싶다. 앞서간 차량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보이질 않는다.

컴컴한 동굴 속에서 손전등을 잃어버리고 허우적대며 걷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도 참으로 다행스럽다. 길의 형태로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 천천히 다가가면 언젠가는 닿을 수 있다는 확신을, 수차례 오고 갔던 경험이 가져다준다. 내가 도착할 목적지는 안개를 뚫고 지나가야 할 곳에 있다는 믿음이. 안개라는 장애물을 버티고 갈 힘도 실어주고, 지나온 내 삶을 반추해볼 기회도 주고 있다.

어느 해 삼월. 하얀 손수건을 가슴에 달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어머니의 품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딛던 순간이 어렴풋이 다가온다. 넓은 운동장에 서서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움직이던 모습들. 앞으로나란히, 좌향좌, 우향우, 씩씩하게 두 팔을 흔들며 걷던 까마득했던 기억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적응하는 것도 두려움의 존재였다. 교복을 입고 교문을 들어설 때마다 마주쳤던 선도부의 매서운 눈초리는 얼마나 큰 공포로 다가왔었던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길과는 전혀 다른 학과로 진학하면서 보내야 했던 고뇌의 시기. 대학에서 낙방하면 인생이 끝나는 줄 알고 성적에 맞춰 들어가 보냈던 덧없는 세월도 막막함이었다. 얼떨결에 시작한 직장 생활. 행복을 느낄 수도 생활의 여유도 없었다. 하루하루가 고되고 힘겹고 지루하기만 했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이 지나니 사명감이 생기고 터득하게 된 나만의 가치관. 삶의 철학. '내가 아는 만큼 시민은 행복해진다.'라는 좌우명이 생겼다. 그 말을 곱씹으며 살아갈 때 희열도 맛볼 수 있었다. 내 삶을 뿌옇게 뒤덮은 안개가 걷히고 다시 삶의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삶 속에서 얻는 성취감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알았다. 다른 사람들도 가니까, 나도 그냥 따라가는 삶이 아닌 삶. 주체성을 갖고 "삶"이라는 인생의 항해를 위해 노를 저을 때 행복이 찾아옴을 알았다.

"다시 한번 학창시절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이라는 바람을 품고 있다면. 그 순간부터 다시 시작해도, 절대 늦지 않음도 나이 들어 배움을 접하면서 알게 되었다. 긴 겨울을 이겨내고 연둣빛 싱그러움으로 세상을 물들이는 풋풋한 삼월 대지의 기운이. 입학과 졸업, 취업과 퇴직으로. 또 다른 삶의 항해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이라는 선물을 안겨줬으면 좋겠다. 걸어 보지 않은 길일지라도 새로운 길 위에서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가슴을 졸이며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도 뿌연 안개는 걷힐 줄을 모르고 있다. 앞으로 나갈 용기가 없어 그대로 도로 위에 멈춰 섰더라면. 눈앞에서 펼쳐졌을 일들을 생각만 해도 아찔함으로 몸서리가 쳐진다. 살아간다는 것은. 희뿌연 안개와 같은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느릴지라도 천천히. 꿈을 향해 헤쳐 나아갈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대지가 기지개를 켜고 꽃망울이 피어오르는 삼월. 거센 파도와 암초에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인생의 노를 저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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