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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청 문예운영과 문예운영팀장 ·수필가

인사이동으로 자리를 옮겨 아직 자리 잡지 못한 마음은 어수선하기만 했다. 매일 아침"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건네는 익숙지 않은 목소리가 낯설었다.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도. 늘 한결같은 고음의 소프라노 목소리가 아침의 고요를 깬다.

처음 대면하는데도 서슴없이 밝은 인사를 건네며 건강음료를 권한다. 그럴 때마다'남의 사무실에서 어쩜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을 섞어가며 말도 잘할까'라고. 속 좁은 내 마음은 그 사람에게 거리를 두고 경계하라는 방어태세의 신호를 보내왔다.

이상하다. 중독이 된 걸까. 시간이 지날수록 아침마다 들려오던 그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하루의 출발점이 없어진 듯했다."오늘도 힘차고 활기차게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라고 외치는 함박꽃처럼 환하게 웃는 얼굴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제는 큰소리로"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외치는 소리가"오늘도 열심히 시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세요."라고 힘을 실어 주는 응원으로 여겨졌다. 어느 해부터인가. 시간의 흐름이 완만하게만 느껴지던 나이 곡선이 너무도 빨리 흐름을 깨닫고 있다. 그렇게 나이를 먹어도 내가 갖고 있는 성격은 변하질 않는가 보다. 마음 수양이 부족한 탓인지. 상대의 순수한 마음을 읽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건강음료를 전달하며 내게 다가오는 사람을'나에게 접근하는 이유가 있는 거야'라고 선입견을 갖고 대했던 태도에 고개를 숙인다. 한 달, 두 달이 지나 다섯 손가락을 꼽을 정도의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변함없는 목소리와 웃음. 변하지 않는 상냥함과 친절에 절로 미소를 띠고 행복해한다.

살다 보면 내 의도와 상관없이, 선입견으로 오해를 해서 일을 그릇되게 판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잘못 입수된 정보로 마음의 빗장을 열려고 하지 않는 난감한 일들. 얼마 전 거버넌스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거기서 만난 퍼실리테이터와 이야기를 나누며, 역시 진실은 통(通)함을 알았다. 오랜 시간 이어진, 큰 이슈가 되었던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시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늦은 시간까지 일을 처리해가는 변함없는 열정에 대한 칭찬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이라는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고 돌아가고 있지 않을까.

이제 한 장 남은 달력이 마음을 초조하게도 하고 뜨겁게 달구기도 한다. 한해의 고마움을 담아 건네는 인사와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으로 기쁜 인사를 건네는 시기이기도 하다.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는 인사일지라도 받으면 좋고 건네면 더없이 좋은 게 인사가 아닐까. 인사를 먼저 건네지 못하는 것은 수줍은 개인의 성격 차이도 있겠지만 연습이 되지 않은 이유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인사를 먼저 건네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겠지. 만나는 사람에게 먼저 인사할 수 있도록 크게 소리 내어 연습을 해야겠다."안녕하세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올해도 수고하셨습니다.","건강하고 희망찬 새해맞이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내 얼굴도, 마음도 행복해지겠지. 그런 날들이 쌓이고 쌓이면 얼굴도 마음도 웃는 모습으로 행복 가득한 하트 모양이 될 것만 같다.

나이 마흔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듯.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내 얼굴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을 터인데. 한 줄의 주름살부터 얼굴에 녹아드는 인상이 내 삶을 말해주는 것이리라. 위대하고 멋진 화가의 작품을 보고 감탄하기보다는 내 삶을 노래한 작품인 내 얼굴을 보고.'훌륭하구나.'라고 말할 날을 위해 오늘도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네야지. 오늘도"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라는 인사가 아침의 적막을 깨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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