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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 문예운영과 문예운영팀장

일 년 동안 줄곧 들고 다녔던 가방을 들여다본다. 작년 이맘때부터 넣고 다녔던, 때 묻은 자료들을 꺼내 책꽂이로 자리를 옮긴다. 묵직하게 눌렸던 체증이 없어진 듯 몸도 마음도 개운하다. 그런데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무슨 일이든 끝나고 나면 '좀 더 열심히 할걸'하고 만족하지 못하는 미련 때문인가.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이 그 어느 해보다도 무겁다. 건강검진 결과 여기저기 좋지 않다는 결과를 받았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이유라고 답하기엔 양심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게으름을 탓해야겠지. 땀 흘려 운동을 하지 않고 몸을 돌보지 않은 결과는 약해지는 뼈와 늘어지는 살과 높아만 가는 체지방 수치이다. 나 혼자만의 약속이라서 지켜나가지 못하는 걸까. 살과의 전쟁을 선포해도 작심삼일이다. 많은 버킷리스트가 있으면 뭐 하나. 건강이 무너지면 이룰 수 없는 것을. 올 한 해 목표 중 첫 번째는 운동과 식이조절로 체중 감량하기이다. 목표를 세우고 사람들에게 말을 하면 목적을 달성하기가 더 수월하다 하니 공개적으로 올해 이뤄야 할 첫 번째는 체중 감량이라고 말해야겠다. 나 혼자 살 빼야지 하면 또 하루 이틀 지나 공염불이 되겠지만 공표한 약속이니 결승선에 도달할 때까지 멈추지는 않겠지라는 소망을 담아본다.

학창 시절 새 교과서를 받으면 지나간 달력으로 책 표지를 깨끗이 싸서 책가방에 담아놓았던 기억이 있다. 책들을 품고 있는 가방은 설렘과 희망이었다. 가방을 들고 새로이 만날 친구들을 상상하며 학교를 향하던 발걸음이 그립다. 지난 일 년, 동고동락했던 가방을 다시 펼친다. 다시 함께할 올해의 소망 자료들을 넣으며 '다시 힘차게 달려보는 거야'라고 외쳐도 본다.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이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을 떠올리며 다시 학교 문을 두드리고 새로운 출발선에 서니 작은 두려움도 밀려온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보람된 것일까를 수없이 되뇌어 보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갈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결론은 다시금 책가방을 들 용기를 낼 수 있게 했다. 코로나19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누가 봐주든 봐주지 않든 자신들이 할 일을 묵묵히 하며 걸어가는 사람들에게서 전문가의 열정을 배운다.

코로나19 이전의 세계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의견들이 분분하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이다. 문화의 탈바꿈이 일어나는 시간이다. 지난 일 년을 지나오며 산업, 경제, 모든 일상적인 생활 시스템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코로나19가 인류 문명 발달에 던져 주는 화두는 무엇일까.

코로나19로 활동에 제약을 받다 보니 집 안에서 생활하다는 의미의 새로운 "집콕"이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그리고 집으로 배달되는 문화예술 꾸러미로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는 집콕 문화도 붐이다.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시간을 같이 보낼 기회도 잦아졌다.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고 정을 나눌 수 있는 점은 분명 유익한 영향 이리라. 환경이 나쁘다고 불편과 불만만 있겠는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고 지혜를 모아 도와 간다면 이 또한 지나가지 않을까. 살아가기 힘들다고 자책하기보다는 서로를 위로하며 마음이라는 가방에 희망을 넣고 다시 함께 웃음꽃을 피울 날을 기다려 봄이 어떨까.

다음 해 이맘때는 모두들 건강해진 몸과 마음으로 코로나19에 얽힌 이야기를 소환하여 이야기꽃을 피웠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올 한 해 소원을 담은 가방을 들고 오늘도 우직한 소처럼 힘찬 발걸음을 내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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