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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오송도서관 운영팀장·수필가

내년부터 일반인도 국제 우주정거장을 체험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와 같은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은하철도 999"라는 만화를 기억하리라. 사십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노랫말이 입가에 맴돈다. 별나라 여행을 꿈꾸던 상상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공상(空想) 만화 속 이야기들이 차츰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의 오늘이 아니다. 내가 감지하지 못하는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는 서서히 그 빠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낙오자가 되는 건 아닌지 불안감도 느끼고 있다. 주변에서 스마트폰으로 활발하게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지인들을 볼 때도 그렇고. 지면보다는 컴퓨터라는 공간 안에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볼 때도 위기감을 느낀다. '나만이 세상의 변화에 둔하다'라는 생각에 마음은 한없이 위축되고 작아진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는 세상인데 가끔 TV를 보면 자연인 그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자연과 벗하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초연함을 엿볼 수도 있다. 반면에 세상의 변화를 거부하며 은둔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인공지능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문명의 현실을 거부하는 건 아닌지. 급속히 진화하고 있는 세상이란 공간에 내가 설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 그 불안감이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수 없게 하는 건 아닐까. 하나의 기기에 익숙하기도 전에 새로이 진화하여 나오는 물질문명의 홍수. 그래도 여전히 잘 적응하는 젊은이들을 보며 보이지 않는 벽을 느낀다.

시대를 반영하는 걸까. 직장에서는 벽을 허무는 공간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직원 간 소통을 꾀하고 수직이 아닌 수평을 추구하는 조직문화의 탈바꿈을 반영한 것이리라. 공간의 벽과 함께 세대 간 보이지 않는 생각의 벽도 깨뜨릴 수 있으면 좋겠다. 세상을 살아가며 갖게 되는 권리와 의무. 그사이에서 느끼는 보이지 않는 벽들이 얼마나 존재하고 있을까. 우주를 날아가는 꿈을 꾸며 살아온 시대의 사람과 우주를 유영하는 현실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 간 느끼는 문화의 충돌. 서로에게 느끼는 괴리감을 줄여 보려고 하루에 몇 번이고 나 스스로에게 '틀린 게 아니라 다름이야'라고 주문을 외운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제도화한 규정에 어긋나지 않게 권리를 이행하는 자와 그 권리를 이행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 사이의 벽은 무엇일까.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육아시간을 이용하는 사람과 이용하지 않는 사람과의 견해 차이도 그 벽 중 하나라는 생각이다. 누릴만한 이유가 있으니 누릴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놨고 그 제도를 이행하는데 언제까지 "인정"이라는 말로 정당화하며 탓할 것인가.

"출산과 육아"가 개개인에게 엄청난 삶의 변화를 불러옴에는 이견이 없지 않을까. 얼마 전 조선왕조실록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부터 600여 년 전 세종대왕이 출산에 관한 제도를 만들어 인권을 보장한 사실. 노비에게 출산 전 휴가 30일, 출산 후 휴가 100일. 거기에다 출산한 산모와 육아를 위하여 남편에게도 30일의 휴가를 주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세종대왕은 철저한 신분사회에서도 백성을 위하는 마음으로 살다 갔기에 지금까지도 성군(聖君)으로 추앙받고 있지 않을까.

현실에서도 출산에 관한 많은 복지제도가 있다. 600여 년 전과 비할 때 얼마나 나아졌을까· 아무리 좋은 복지제도가 있어도 맘 놓고 누릴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보이는 벽을 허무는 것도 좋지만 보이지 않는 벽을 깨뜨려나가는데 마음을 모았으면 좋겠다. 서로 아끼고 위하는, 벽이 없는 행복한 일터를 소망하며 우주정거장에 갈 날도 손꼽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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