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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청 문예운영과 문예운영팀장 ·수필가

공연장에 울려 퍼지는 성악가의 목소리가 비 온 뒤 반짝 빛나는 햇살처럼 싱그럽다. 지휘자의 손짓으로 출연자와 관객이 함께 만들어내는 마력이 공연장을 가득 메운다. 음악으로 소통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브라보"를 외치는 소리와 함께 전해진다.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삶의 여유로움. 오선지에 그려진 음표처럼 가끔은 반 박자 쉬어가며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느긋함이 보인다. 때로는 알레그로로 또 가끔은 안단테로 더없이 버거운 날은 아다지오로 걸어가는 삶이 우리의 인생은 아닐는지. 공연 시작 전, 같이 온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삶의 모습도 다양하다. 공연장을 들어서는 모습에서도 살아가는 삶이 보인다. 여느 사람들과는 달리 세 사람이 함께 입장하는 모습에 눈길이 간다. 아들 내외로 보이는 사람이 어머니의 팔을 양쪽에서 붙잡고 들어섰다. 어머니는 앞이 보이지 않는 듯 검은 안경을 쓰고 계셨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머니가 공연을 볼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당황했다. 만일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어머니와 같이 몸이 불편한 상황이라면, 또 아들 내외와 같이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실 경우라면.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버겁게 다가왔다. 공연을 즐기러 온 어머니도 아들 내외도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보다 좀 더 빨리 걸어가고 싶다고 좀 더 큰 소리를 내고 싶다고. 마음대로 각자의 소리를 뽑아낸다면 사람들에게서 "브라보"를 외치는 공감은 얻어내지 못하리라. 지휘자의 손짓에 의해 각자의 음역에 맞는 소리를 낼 때, 청중은 박수와 환호를 보낼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도,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도 마찬가지리라. 지휘자의 동작에 의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며 편견이 가득한 나의 눈과 마음을 정화(淨化)시킨다.

다른 분야도 뛰어난 천재들이 많고 생각이 자유로운 사람이 많겠지만.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창조적이고 천재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갖고 있다는 것. 그것도 나의 편견이라면 편견일 수도 있지만. 그런 자유로운 사고를 지닌 천재들이 앞에서 이끄는 지휘자의 손짓에 의해 들려주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에 빠진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조화롭지 못한 상황.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의 당파싸움. 전범국가로서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세계 경제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일본. 막강한 힘으로 누르고 지배하려는 미국. 그리고 내가 실감할 수 있는 공간인 가정에서의 직장에서의 지역에서의 역할을. 각 자의 위치에서 자기 몫에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할 때 가정도 직장도 지역도 하모니를 이루는 음악처럼 들려오겠지. 교향악단의 연주와 성악가들의 콜라보레이션이 여운을 남긴 후, 사람들의 앙코르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음악이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선율처럼 삶의 터전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도 함께 어우러져 메아리 되어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니 힘차게 퍼붓던 소나기도 그치고 바람이 선선하다. 그러고 보니 입추다. 세상 이치에 순응하듯 "절기는 못 속여"라고 말을 건네던 어머니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집으로 돌아와 상념의 시간을 갖는다. 내 주장을 펼치느라 나의 목소리에 날을 세우지는 않았는지. 불협화음으로 누군가에게 고통과 아픔을 주지는 않았는지. '어머니는 다리가 아프니 공연 보는 걸 싫어해'라고 내 마음대로 단정하지는 않았는지. 나만의 생각으로 결정하고 그릇된 편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았는지.

어릴 적, 흥얼흥얼 부르시던 어머니의 노랫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나도 어머니 손잡고 공연장을 찾아봐야겠다. 어머니와 함께 공연장을 찾았던 아들 내외의 아름다운 모습에 가슴이 훈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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