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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6월이 되면 조그만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외치던 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나의 소원은 쌩쌩 달리는 고속버스를 타고 금강산 구경을 가는 것입니다." 그 외침이 지금도 여전히 가슴속에서 메아리치고 있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군사분계선 남쪽과 북쪽을 오가며 서로 손을 굳게 잡은 모습은 감동이었다. "이제 내가 바라던 대로 고속버스를 타고 금강산 구경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내 가슴을 얼마나 두근거리고 설레게 했던가. 내 마음이 그러한데, 서로를 그리워하는 남북 이산가족들의 마음은 더없이 벅찼으리라. 6.25 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있다. 그 오랜 시간들 속에서, "남북통일"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시린 이산가족들은 흐르는 시간이 얼마나 안타까울까. 어김없이 재깍거리며 돌아가는 시곗바늘을 붙잡아 놓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가족의 얼굴, 어릴 적 뛰어놀던 고향산천이 얼마나 그립겠는가. 댐 건설로 고향을 잃은 지 4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어릴 적 놀던 집 마당이 그리운데. 맘대로 오갈 수 없는 남북 이산가족들의 마음은 6월이면 더 애달프리라.

올해는 한반도와 유럽을 잇는 동해선 철도의 유일한 단절 구간인 강릉과 제진을 연결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해안 도로를 따라 힘차게 내달리는 기차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그려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동해선 기차에 올라 명태 잡이로 유명한 나진에 가서 따끈따끈한 북엇국 한 사발을 먹고 자유경제 무역 지대로 발달한 화려한 거리를 둘러본다. 그다음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오매불망 가고 싶은 독일 뮌헨 거리로 간다. 어릴 때부터 동경한 작가의 모습대로 뮌헨의 한 카페에 앉아 시원한 흑맥주를 마신다. 생각만 해도 낭만이 깃든 기차여행이다.

"통일"이라는 단어가 던져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가끔 지인들에게 "남북통일을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어본다. 의견이 분분하다. 어느 젊은이는 "통일이 되면 경제적으로 많이 낙후될 거 같아요. 발전이 덜 된 북쪽으로 자금이 투입될 것이고. 우리도 독일처럼 뒤처져지지 않을까요."라고 말한다. "남북통일이 꼭 돼야 하나요? 이대로 각자 살아가도 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젊은이도 있다. "꼭 돼야지. 봉이 김선달이 팔았다는 대동강 물도 마셔보고 금강산 구경도 해야지"라는 어르신도 계신다. "통일", 어릴 적 외치던 나의 소원이지만. 그저 막연하게 다가온 단어였다. 북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내겐 답답함이었다.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정치, 경제에 관심이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알고 싶어졌다. 난, 왜 어릴 때 나의 소원이라는 글을 써서 외쳤을까. 금강산 구경을 하고 싶었을까. 40여 년이 훨씬 지난 지금. 쌩쌩 달리는 고속버스를 타고 금강산 구경을 가는 꿈 보자기를 다시 펼쳐 놓고 바라본다. "통일이 되면 못 사는 북한을 돕느라 우리 경제는 후진국으로 될 거야"라고 걱정하는 아들에게 말해주리라. 남북 분단으로 지불되는 비용을 계산해 보고 더 나아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산가족들의 마음을 이해해보라고. 전쟁으로 가족과 생이별하고 눈물짓는 이산가족들과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와 살고 있는 이산가족들인 북한이탈주민들의 마음을.

막연하게 생각했던 통일. 알지 못했던 북한을 바로 알아보고 통일을 향한 항해에 보탬이 되고 싶다. 정확히 알아야 아들에게도 젊은이들에게도 왜 "통일"이 필요 한지를 말할 수 있으리라. 통일부 교육 자료의 한 장면에 나타난 기차표 한 장, 가격은 615,000원. 2022년 8월 15일 12:00 부산에서 출발하여 독일 베를린까지 가는 유라시아 횡단 열차 티켓. 그 기차표를 구입하여 유럽을 여행하는 그날을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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