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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서

전 옥천군친환경농축산과장

우수와 경칩도 지나고 청산들에는 완연한 봄이 왔다. 양지쪽에 납작 엎드려 겨울 눈치를 살피던 봄이 살며시 고개를 내민다. 얼마 전 옥천신문에 '투망으로 물고기 잡아도 될까?, 2년째 허용한 옥천군'이란 제하의 기사를 보았다. 작지만 큰 울림이 필자의 마을 사로잡는다.

청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칠보단장, 생선국수, 청산들, 보청천 맑은 물을 빼놓을 수가 없다. 도덕봉과 팔음산 너머로 스멀스멀 봄이 기어 내려온다. 골짜기 마을마다 삼삼오오 무리 지어 강변으로 들판으로 나선다.

아낙네들은 바구니 들고 달래 냉이 캐러 들판으로 나간다. 겨우내 움츠리던 남자들은 투망하나 들고 한 다리 밑이나 장위보로 출동한다. 숙달된 솜씨로 낙하산 펼치듯 투망을 하늘에 던진다. 봄볕에 기지개 켜던 물고기들이 방탄소년단 춤을 추듯 펄떡거린다. 투망질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슬기를 잡고 가까운 마늘밭에서 풋마늘 몇 뿌리 뽑아온다.

즉석에서 양은솥을 걸고 마른 나뭇가지로 불을 피운다. 막 잡은 물고기를 넣고 푹푹 삶는다. 대충 커다란 가시만 건져내고 고추장과 된장을 풀고 국수를 삶는다. 바로 자연산 청산 생선국수가 완성된다. 물오른 버들가지 꺾어 젓가락을 만든다. 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이듯 순식간에 한 그릇씩 먹어 치운다. 여기에는 커다란 대접에 청산 막걸리 한잔이 빠질 수가 없다. 강변에서 먹는 막걸리는 금방 볶아낸 커피처럼 달달하고 개운하다.

시골 출신이면 이와 같은 추억 하나쯤은 다 가지고 산다. 고향에 살고 있는 사람은 물론 출향인은 더욱더 짙은 향수와 추억을 가슴에 안고 살고 있다.

몇 해 전 객지에 사는 고향 친구들과 투망하나 들고 냇가로 갔다. 막 투망을 던지려 하는데 낯선 사람이 소리를 지르며 다가온다. 귀농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인 듯하다. 여기는 자기가 허가받은 지역이라며 고기를 잡지 못하게 한다. 투망치는 것이 불법이라며 신고하겠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다. 아니 양식한 것도 아니고 흐르는 강물에 자연적으로 서식하는 고기를 못 잡게 하다니 말이 되지 않았다. 고기를 잡아 판매하려는 것도 아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천렵 문화였는데, 이것조차 하지 못하게 하다니,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히 출향인의 불만이 보통이 아니었다.

이런 주민의 불편사항에 대하여 옥천군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투망 사용을 처음 허용한 것은 2019년 11월이다. 같은 해 여름 청산 주민 300여 명이 투망 사용을 허용해 달라는 집단 민원을 넣은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긍정적인 검토를 거친 옥천군은 마침내 투망 사용을 허용했다. 물론 여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붙어있다.

주소지 읍면에서만 가능하며 일출 후에서 일몰 전까지만 가능하다. 물고기를 판매해서는 안 되고 자가소비만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를 어기면 옥천군민이라도 1회 50만 원, 2회 70만 원, 3회 1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옥천군은 지난해까지 6개월 단위로 한시적으로 허용하다가 올해 2월 4일 옥천군 고시로 제한된 유어 행위 허용을 올 연말까지 연장하였다. 옥천군에 현재 합법적으로 투망을 이용할 수 있는 등록된 어업인은 81명이나 된다. 이와 같은 한시적 허용 이전에는 등록된 어업인과 같은 마을 주민들 간에도 다툼이 잦았으나 이제는 이런 갈등이 말끔히 사라졌다.

필자가 청산에 근무하던 10여 년 전부터 주민들이 꾸준히 요구하던 민원이 마침내 받아들여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아주 사소한 일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불편을 감수해온 주민들에게는 작지만 아주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옥천군의 적극적인 위민 행정에 박수를 보낸다.

봄이 되면 '청산도 절로 절로 녹수도 절로 절로, 산 절로 수 절로 산수 간에 나도 절로...' 우암 송시열 선생의 청산녹수(靑山綠水) 시조가 떠오른다. 이번 주말에는 청산 가서 생선 국수와 도리뱅뱅이 안주 삼아 고향 친구들과 막걸리나 한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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