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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환으로 입원 치료중인 노스님의 문안을 다녀왔다. 수행자라고 어찌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일상으로 겪는 생노병사는 육신을 가진 자의 당연한 몫이다. 그러므로 스님들 역시 병마(病魔)와 동떨어져 사는 게 아니다. 다만 공부인은 그 고통을 수용하는 자세가 다를 뿐이다. 이는 병고나 죽음이 다가왔을 때 두려워하거나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당당히 받아들이는 태도와 같다. 이처럼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고통들은 체념하기보다는 극복해야하는 부분들이 더 많다.

어쨌거나 병원에서 환자를 위로하고 돌아오면 건강한 육신이 고맙기도 하지만 미래에 다가 올 나의 고통일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삶의 본질과 겸손을 병원에서 배우는 것이다. 우리 주변의 이런 모습들은 삶의 유한성을 자각하게 하는 평범한 진리다. 셈을 해보자면 우린 하루하루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죽음이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대 자신에게 충실할 수 없다.

어떤 남자가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끌려갔다. 그런데 이 남자는 살아 있을 때 선행을 한 적이 별로 없었다. 나쁜 짓을 많이 했기 때문에 무서운 지옥에 떨어져야 한다고 판정하였다. 이 때 이 남자는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죽기 전에 착한 일 많이 하려고 했는데 제가 이렇게 빨리 죽을 줄 알았나요."하며 울먹였다. 이 말을 들은 염라대왕이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다. 나는 그동안 세 번씩이나 사자(使者)를 보냈는데 진짜 몰랐단 말이냐?"하고 되물었다.

과연 염라대왕이 우리에게 보냈던 저승사자는 누구였을까? 이 물음에 염라대왕은 처음의 사자는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며, 두 번째는 병든 사람이며, 세 번째는 죽은 사람이었다고 말해주었단다. 생활 속에서 흔히 마주 할 수 있는 이 사람들의 모습이 저승사자의 경고라는 것이다. 정말 가슴이 조여드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래서 이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열반경에는 "늙음과 병듦과 죽음은 이 세상에 보내진 세 명의 천사(天使)이다."라고 적고 있다.

이는 염라대왕 앞에 끌려가서 후회의 눈물을 흘린 남자의 이야기만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염라대왕의 호통소리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이 세 가지 경고를 무시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늙고 병들고 죽는다는 것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지 않고 남의 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가 막상 그 일이 닥치면 준비 없었던 삶을 후회한다.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방만하게 살아왔던 자신의 인생과 마주하면서 때늦은 반성을 하지는 않는가.

티베트에 탄트라불교를 전파한 인도의 성자 파드마 삼바바는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죽음이 임박해서야 비로소 준비를 시작한다. 죽음이 닥치면 그들은 회한으로 인해 날뛰게 된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지 않았는가?"

죽음을 전혀 인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잠언이다. 누군들 내일 당장 죽는다고 생각하겠는가. 당장 눈앞에 오기 전에는 죽음을 눈치 채지 못한다. 그래서 늙은 노인과 병든 환자들은 만나는 것은 그 들이 우리들에게 던지는 옐로우 카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죽음에 대한 정확한 인식은 현재의 삶을 달라지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두 가지의 재산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승의 재산'과 '저승의 재산'이다. 이승의 곳간에 물건을 많이 갖고 있어도 저승의 곳간이 비어 있는 사람이 있고, 이승의 곳간은 초라해도 저승의 곳간이 풍요로운 사람이 있단다. 전자의 경우는 욕심으로 가득 찬 사람이고 후자의 경우는 복을 짓는 사람이다. 저승에 갔을 때 자신을 위해 쓸 재산이 없다면 인생이 얼마나 초라하고 비참하겠는가. 저승의 재산은 죽을 때 가지고 가는 게 아니라 살아 있을 때 쌓아야 할 공덕 같은 것이다. 예를 들면, 나눔과 봉사의 삶을 사는 것도 이에 해당된다. 죽음을 준비하는 삶은 달리 없다. 이승의 곳간은 점점

비우고 저승의 곳간을 채우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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