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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영의 '음악이 흐르는 수필' -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 웹출고시간2023.03.06 16:53:04
  • 최종수정2024.02.12 13:52:37

김숙영

ⓒ 수필가
식탁 위에 몇 개의 달콤한 오렌지가 나를 반긴다. 황금빛 오렌지를 보며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선율이 일렁인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오페라에 꽂혀본다.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합창이 마을 전체를 오렌지 향기로 물들게 한다. 이 오페라는 마스카니가 작곡한 시칠리아 섬 어느 마을 부활절이야기이다. 투리투라는 주인공이 옛사랑 롤라와 처녀 산투자를 사랑하는 달콤한 장면이 이채로운 오페라이다. 삶의 희로애락이 담겨진 이야기로 감도는 음악이라고 음미한다.

피에트로 마스카니(Pietro Mascagni)는 이탈리아의 가난한 제빵사의 아들로 태어난 이탈리아의 대 작곡가이다. 그는 작곡가로 또는 지휘자로 활동했다. 작품으로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가 유명하다. 82세의 나이로 로마에서 생을 마감한 온 인류의 대 작곡가이었다.

어느 날, 친구와 오래된 음악 커피숍을 찾았던 추억을 불러내본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간주곡이 편안하게 들렸다. 마치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 온 듯 그려지었다. 음악을 들으며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합창을 떠올렸다.

오렌지 꽃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종달새는 숲속에서 노래한다/ 오 빛나는 눈동자의 소녀들아/ 새들도 짝을 찾아 날아가듯/ 우리도 그대들에게로 날아간다/ 중략.
오렌지 향기가 코끝을 스치며, 아름다운 선율이 몸속에 흐르던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오페라의 줄거리가 불륜의 사랑이라고 할까. 그 시절 서양 오페라의 대부분은 욕망에 쉽게 휘둘린 불륜이 아름다운 사랑으로 불타다가 죽음을 맞이하며 막을 내리지 않는가.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에서 마을 사람들이 아아아 화음 맞추며 화음으로 시작하는 이곡이 들리기 시작했다. 합창곡의 선율을 곱씹으며 여고시절, 합창반의 추억도 떠올렸다. 감미롭게 맴도는 이곡을 커피 한잔의 선율로 불러내며 특별하게 다가왔던 서정이 넘치는 곡이다.

대학시절, 교수님께 들은 일화를 꺼내본다. 작곡가 마스카니는 작품을 쓰기위해 조용히 명상을 하고 있었다. 저음에서 고음으로, 고음에서 저음으로 아름다운 멜로디가 떠올랐다. 그때 창밖의 요란한 소리가 떠올린 멜로디를 끊어 놓았다. 화가 잔뜩 난 그는 창을 열고 내려다보았다. 길거리 창 아래 어떤 걸인 악사가 한참 제멋에 겨워 손풍금을 타고 있었다.

자세히 들으니 연주하는 곡은 본인이 작곡한 곡이었다. 한편으로는 반갑지만, 난폭하게 크게 들려오는 소리가 싫어 자신의 귀를 막았다. 다시 본인도 모르게 연주하는 음악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놈아! 아무리 비렁뱅이라고 하지만 무슨 연주를 그따위로 한단 말이냐.'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악사의 손풍금을 빼앗아 들고 연주법을 지도하였다.

악사는 본인이 만난 음악가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대 작곡가 마스카니라고 알게 되었다. 이튿날 아침, 마스카니는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걸인 악사가 관객을 모아 놓고 연주하는 모습을 다시 보았다. 연주자는 대 작곡자에게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했다. 그가 들고 있는 악기를 자세히 보니 손풍금에 큼직한 종이로 '대 작곡가 마스카니의 직접제자'라고 쓴 글이 붙어 있었다. 산책하던 마스카니는 옆으로 다가가 어제 배운 데로 연주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는 끝까지 들어주며 칭찬을 했다.

이 일화는 한 음악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대 작곡가가 걸인 악사에게 지도하며 칭찬으로 용기를 준 행동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심성이 곱지 못한 분이었다면 소리만 지르고 지나쳤으리라.

"길가의 돌부처가 다 웃겠다."라는 옛말이 있다. 매우 가소로운 일이라는 뜻으로 풀어본다. 대 음악인이 걸인 악사가 연주하는 소리를 듣고 마음으로 가소롭다고 했을 터이다. 그러나 대 작곡가답게 연주법을 지도해준 훈훈한 이야기이다. '길을 가다가 돌을 차도 연분'이라고 하지 않는가. 걸인 악사는 잠깐의 지도를 받고 인연이 되어 자신 있는 연주자가 됐으리라.

'칭찬만 하는 이는 적이요. 잘못을 가르쳐주는 이가 스승이다.'라는 말을 성찰해 본다. 대 작곡자가 연주자에게 연주방식의 잘못된 부분을 가르쳐주고 이어 칭찬을 했다. 요즈음은 악기를 자녀에게 가르치고, 본인도 배우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다. 연주자가 되기 위해 교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정서 함양과 마음의 치유가 목적인 수강생 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오랜 세월동안 음악을 배우는 이들을 칭찬으로 가르치고 있나 스스럽게 돌아본다. 마스카니의 칭찬은 걸인 악사에게 삶의 희망을 주었으리라. 거리에서 관객을 모은 후에 생계의 수단으로 연주를 했을 터 인데. 온기가 감도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악사는 마음에 파릇파릇 봄의 새싹이 돋고, 행복한 삶을 영위했으리라.

비렁뱅이 연주자가 대 작곡자에게 잠깐 스치는 정도의 지도를 받고, 하얀 거짓말을 했다. '마스카니의 직접 제자'라고. 그의 제자가 되려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인데. 심성 고운 스승을 만나 또 하나의 연주자가 탄생됐다고 새겨본다. 걸인 악사는 검은 거짓말이 아닌 음악을 사랑하는 하얀 거짓말로, 작은 공원에 꽃을 활짝 피웠다.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의 선율을 떠 올리며 식탁위의 오렌지 한 조각을 입에 넣는다. 오렌지 맛이 특별하게 달콤한 행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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