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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손을 씻을 때마다 시꺼멓게 멍이 든 손톱을 보게 된다. 이 상처는 지난여름 일을 하다가 문틈에 끼어 생긴 것이다. 이제는 멍든 손톱이 자라나 반쯤 빠져 있는 상태다. 놀랍게도 빠진 손톱 자리에는 새로운 손톱이 자라고 있어서 무척 다행스럽다.

나는, 가운데 손가락의 멍든 손톱을 보면서 그 때의 상황을 떠올려보곤 한다. 일을 하고 있다가 별안간 바람이 불어와 문이 닫히면서 손가락이 문틈에 끼고 말았다. 악 하는 비명과 함께 손가락을 다치고 말았는데 그 짧은 순간, 아픔도 있었지만 머리끝까지 치솟는 화를 감당할 수 없었다. 성질 같아서는, 내 손을 다치게 한 창문을 당장에 망치로 쳐부수고 싶었다. 그럴 정도로 순식간에 화는 내 감정을 지배하고 말았다.

시간이 지난 뒤, 곰곰이 돌이켜 보았다. 내 스스로 평소에 화를 잘 내지 않고, 비록 화내는 일이 생기더라도 잘 다스린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왜 그 때 그토록 화가 치밀었을까? 그 일로 인해 화를 다스리는 수행에 대해 다시 점검하게 되었다.

누구나 마음의 평화를 깨뜨리지 않으면 화내는 일에 대체적으로 관용적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쳐 마음의 감정에 변화가 생기면 자신도 모르게 화를 내기 일쑤다. 그러므로 화를 낸다는 것은 현재의 마음을 상대적으로 방해받았다는 저항의 표시인 것이다. 따라서 화의 원인 또한 어떤 대상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화를 다스리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것이다.

사실 화의 뿌리는 없다. 다만 그 상황이나 조건이 만들어 낸 결과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을 인정하면 화 또한 사라진다. 어디까지나 우리의 마음속에서 상대적인 기준이 남아 있을 때 원망이나 미움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화를 내게 만든 대상이 사라지면 용서해야 할 대상도 없어지는 것이므로 마음은 다시 고요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 속에서 이러한 마음의 적용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모든 중심에는 ‘자아’라는 개념이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어떤 원인을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손가락이 다쳤을 때 그 원인을 창문에 두었기 때문에 버럭 화가 난 것이나 다름없다. 참다운 수행이란, 자신의 뜻대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손가락을 다치면서 떠올린 일화가 있다. 일기진심수사신(一起嗔心受蛇身),즉 한번 화를 내더라도 뱀의 몸을 받는다는 말인데, 왜 한번 화를 내고 뱀의 몸을 받았을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금강산 마하연 근처 돈도암(頓道庵)에서 머물렀던 홍도비구(弘道比丘)다.

홍도스님이 어느 날 암자를 방문했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마당에는 큰 뱀이 있었다. 해질녘에 그 뱀이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아궁이에 타고 남은 재를 자기 몸에 묻혀 다시 마당으로 나와 글씨를 썼는데 그 내용이 '일기진심수사신(一起嗔心受蛇身)' 이다.

이 뱀의 전생은 원래 스님이었다. 어느 날 스님이 몸이 아파 누워있는데 바람에 문이 확 닫히면서 문틈에 발이 끼었고, 그로인해 스님은 단 한 번 화를 냈는데 그것이 과보가 되어 뱀의 몸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알리기 위해 홍도비구를 기다렸다는 것이었고, 성냄이 일어나거든 이 글을 보고 마음을 다스리는 약으로 삼아라고 부탁했다.

수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교훈의 글이다. 아무리 수행을 잘하더라도 화를 내면 그 즉시 수행은 물거품이 되고 흉측한 뱀의 몸을 받는다는 무서운 법문이다. 그러므로 수행의 기준은 화를 잘 내는가, 내지 않는가에 달려 있다는 뜻도 되겠다. 이 말을 달리 해석하면 일상에서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자기관리에 실패한 삶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들은 화를 내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화가 났을 때 다스리는 것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세계적인 불교지도자 틱낫한 스님은 화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하여 이런 도움 말씀을 하셨다.
“화는 마음의 독이다. 화가 났을 때는 먼저 숨을 고르고 마음을 돌보아야 한다. 어머니가 아기를 돌보듯 품에 안고 달래야 한다. 아기가 왜 우는지 알아야 달랠 수 있듯, 화의 뿌리를 먼저 살펴야 한다. 화는 우리 마음속에 숨겨져 있다. 마음의 밭에 있는 화의 씨앗에 물을 주지 말고, 기쁨·사랑·즐거움의 씨앗에 물을 주도록 노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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