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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5.26 19:06:16
  • 최종수정2016.07.07 17:16:46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석 같은 손자이지만 돌보는 일은 그리 쉽지 않는가보다. 아내는 주말이 되면 서울 사는 아들네 집에서 내려온다. 집에 오면 앉자마자 손자를 돌보는 유세라도 부리듯이 어깨가 아프다며 주물러 달란다. 늘그막에 혼자서 밥해먹는 남편걱정은 아랑곳하지 않는 아내가 얄밉긴 하지만 어디 그 맘이 본심이겠나. 선뜻 응하지 않으니 서운하다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옆에서 듣고 있자니 마음이 불편해서 더는 앉자 있을 수 가 없다.

아들을 둔 어머니-류 기 학

오죽 아프면 저럴까하는 측은한 생각이 들어서 인심 쓰는척하며 어깨를 주물러 준다. 조금 전까지 서운하다며 푸념을 하던 아내 얼굴이 금방 밝아진다. "그래도 남편이 최고지"하며 기분을 돋우고는 뭉친 곳이 확 풀려서 시원하다고 너스레를 떤다. 조금만 수고하면 이렇듯 화목한 분위기가 되는 것을 처음에 냉정한척 한 것이 자못 미안하기만 하다.

손자 녀석이 첫돌이 지나자 걸음마를 시작하고부터 할미 손가는 일이 더

많이 생기고 신경 쓰는 일도 더 많다더니 힘이 좀 부치는 모양이다.

지난해 손자를 보았다고 무척이나 기뻐했는데…. 아내가 어린 손자 돌보느라고 서울을 갔다 왔다하는 바람에 우리 내외는 황혼 길에 주말부부가 되었다. 아마도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한 가지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 인생살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불편도 행복으로 알고 산다.

세상 모든 일들은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그 애로사항을 자세히 알 수가 없다. 갓난아이 돌보는 일이 힘들다는 것을 이번에 아내의 체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몇 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께도 생전에 이런 힘든 일을 하시도록 맡겨드렸던 것을 생각하니 죄만스러워서 어머니 생각이 더 간절하다.

어머니는 막내아들과 장손(長孫)집을 번갈아 가시면서 손자와 증손자를 돌보는 일을 오래 하셨다. 그 당시에 시골은 밤낮 없이 농사일에 파묻혀 사는 힘든 시절이었다. 하루 종일 밭에서 김매는 일 보다는 아이 보는 일이 그래도 편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그리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오히려 마음고생을 많이 시켜드린 것 같다. 그때는 눈치를 못 채고 엉뚱한 일인 것으로 생각에 두고 심각하게 느끼지는 못했다. 아내는 이제 겨우 반년 하고서 힘들어 하는데 어머니는 근 십여 년간 손자들을 키우셨으니 얼마나 힘드셨을지 짐작이 간다.

어느 여름날 서울서 계시던 어머니께서 시골에 내려오셨을 때다. 어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어머니가 눈물을 감추시던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그것이 마음고생을 한다는 의미 인 것을 알아채진 못했다. 아마도 내가 알면 속상해 할까봐 말씀을 안 하셨으리라. 어머니는 그런 분이셨다. 속상한 일이 있어도 늘 당신 혼자 삭이면서 가슴속에다 모두 푹 파묻어 두고 사셨다. 그래서 더욱 안쓰럽고 송구스러워 어머니가 더 그립다.

아내도 내 어머니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어깨 아프면 아들한데 좀 주물러 달라고 하지"라고 하자, 직장 생활에 시달리는 자식까지 알게 해서 좋을 것 없다고 한다. 아들이 알고 신경 쓰면 혹여 직장 일에 지장을 주지나 않을까 염려 되여 안하는 것 같다. 자식을 생각하는 어미 마음이 이렇듯 깊고 지극할 줄이야….

아들을 둔 어미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는데, 그 자식은 어미의

심정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니 걱정이다. 내가 그랬듯이 아들도 제어미의 깊은 심정을 언제쯤 헤아리기나 할는지 모르겠다. 아비와 같이 회한(悔恨)에 젓는 삶을 살지 않도록 늦지 안했으면 좋으련만, 직접 말하지 못하고 자각(自覺)을 기다리고 있자니 마음이 좀 답답하다.

손자를 돌보고 오는 아내는 어깨가 아프다며 생색이라도 내지만, 일주일 내내 혼자서 끓여먹고 지내야하는 나는 이 불편함을 어디다 하소연해야 하나. 내일이면 또 손자를 돌보러 서울로 떠날 아내가 측은해서 바라보는데 어머니가 생각나 눈물이 핑 돈다. 아들 둔 여인들은 나이가 들면 아들의 어머니로 기우나보다. 어머니가 희생하시던 모습이 아내와 함께 번갈아 그려진다.

류기학 수필가

푸른솔문학 신인상

푸른솔문인협회 회장역임

자랑스런 문인상 수상

공저: '가슴에 남은 향기', '강을 건너온 바람', '무심천', '반딧불'

충북도 예술과장 정년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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