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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10.09 14:26:44
  • 최종수정2024.10.09 14:26:44
내가 사는 집은 아파트다. 이곳에 거주한지 거의 30년 정도 되어간다.

그동안 살면서 아파트에 칠을 하거나 벽지를 새로 바르거나 어느 곳을 고친 일은 없다. 어디가 부서지거나 때가 심하게 타거나 하는 곳이 없어서 굳이 손을 볼일이 없었다. 처음 이사 올 때 그 모습 그대로 불편함 없이 살아왔다. 그렇다고 모두 깨끗하다는 말은 아니다. 천정과 벽의 벽지도 색이 변했고 장판도 여러군데 흠이 나고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살아가기에 불편하지는 않다. 그런데 얼마 전 천장에 물이 새고 벽지가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천정엔 누렇게 알아볼 수 없는 형태의 추상화가 그려졌고 벽지는 젖어 손을 대자 곧 떨어져 찢어졌다. 윗층의 어느 부분에서 조금씩 누수가 돼 흘러내린 모양이다. 그래서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이참에 집을 보수하기로 했다.

수선이 필요한 곳이 또 하나 있다. 내 몸이다.

언제부턴가 귀에는 이명이 생겨 난청으로 소리의 들림이 예전 같지 않아 보청기를 하고 다닌다. 또 하루종일 운동을 해도 탈이 없던 무릎이 서서히 그 힘을 잃어가고 있을뿐 아니라 넘치던 에너지도 힘이 많이 빠져간다.

요즈음은 엉치가 불편해 병원으로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닌다. 내 몸도 아파트처럼 서서히 변해 간다.

집안의 벽지마냥 색이 변하고 탄력을 잃은 쭈글쭈글한 피부. 천정의 전등처럼 희미해져 초점을 잃고 총기가 빠진 눈빛. 현관문 같이 색이 변한 채 꽉 닫힌 모양처럼 남들과 잘 어울리던 마음이 점점 줄어들고 장판처럼 밀리고 툭툭 부풀어올라 선이 분명하고 깊어진 주름이 지금의 내 모습이다.

어쩌면 이렇게 닮았을까. 살펴보니 아파트와 나의 공통점이 여러 가지다. 하나는 반짝이는 새것이 없이 구석구석 모두가 낡고 쓸모가 없다는 것이고 둘은 수시로 관리를 해야 깨끗하고 튼튼하게 유지를 할 수 있다는 것, 셋은 내 소유이긴 하지만 언젠가 시간이 되면 셋집처럼 비워주고 나와야 한다는 것이고 넷은 형태를 가지고 있는 물체라는 점이다.

다른 것은, 하나는 내 몸이 살아가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내 몸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이 살고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도 내 몸도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나의 영혼이다. 아파트의 존재 이유가 내 몸을 편히 쉴 수 있게 하는 곳이고 내 몸은 영혼을 편안하게 머물도록 완전한 바탕을 만드는 것이다.

몸이 아프면 모든 일이 귀찮아지고 온몸의 신경이 오직 통증만을 느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영혼도 아픔을 느끼며 표정도 밝아지지 않는다. 몸이 건강해야 영혼도 건강해 진다. 그래야 좋은 생각도 떠오르고 세상을 밝게 보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적절한 운동을 통해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꼭 의지대로 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최선의 노력은 다해야 하겠지. 누군가 가장 멋진 삶은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한건 신체가 튼튼해야 영혼도 맑게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말로 이해해야 하지않을까.

몸이나 아파트처럼 형체를 갖고있는 사물이야 세월따라 낡을 수 밖에 없지만 보이지 않는 영혼까지 나처럼 나이를 들게 할 수는 없다.

투박하지 않은 맑은 영혼이어야 지금까지 힘들게 걸어왔던 여러 길들을 되돌아보고 무엇이 소중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걸어갈 세월 또한 넓게 먼 곳을 향해 가면 좋겠다. 그렇게 걸어가면 걸을수록 더 원숙해지고 사색이 깊은 삶에 어떤 빛이 더해지겠지.

그 빛은 태양을 머금은 윤슬처럼 반짝반짝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어스름한 달빛같이 그저 사물을 분별할 만큼의 빛이었으면 좋겠다. 조금은 빛이 나고 옅은 향기가 나는 그런 영혼을 만들고 싶다. 그런 바램을 위해 낡은 아파트를 새로 고치고 칠을 하듯 나를 수선해야 하겠다. 머무는 환경을 밝게 만들어야 피폐하지 않고 건조하지 않는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우선 열심히 책을 읽어 마음의 양식을 쌓고 자연을 벗삼아 그들이 주는 의미를 깊이 되새겨 인생의 이정표로 삼아야 한다. 매일 매일 소중하기에 감사함을 잊지 않고 열심히 살아야겠다. 순간순간 감정도 잘 다스려 긍정적인 사고로 살아야 하겠지. 그러면 삶의 지혜도 얻고 또 작은 깨달음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김학명

-푸른솔문학등단
-푸른솔문인협회회원
-운초문학상
-공저: '은빛여울' 외 다수
-충북도의회 의사담당관, 충북도자치연수원 교수
-청남대관리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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