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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여름의 향기 - 봄날의 수채화

  • 웹출고시간2020.06.18 16:29:17
  • 최종수정2020.06.18 16:29:17
따스함을 머금은 맑은 하늘엔 흰구름이 살며시 얼굴을 내밀고

기지개를 켜고 일어선 무뚝뚝한 산은 초록빛 푸르름으로 단장하고

창 너머 저멀리서 나를 부른다. 텅빈 공간 같던 천지에 봄기운이 촘촘히 차오르면 세상은 포근함으로 가득 채워져 초목이 새생명을 하나 둘 살포시 밀어 올린다. 땅끝에서 용광로 보다 뜨겁게 퍼올린 생명의 파도가 세상과 눈 맞추고 연두빛으로 투영되어 이슬보다 영롱하고 별보다 찬란하다. 싱싱하고 힘차게 올린 그 새 순은 주먹을 굳게 쥐고 꿈을 이루고 신화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꼼꼼히 하는 화창한 봄날이다.

무작정 나왔는데 어디로 갈까 궁리하다 가끔 가보는 호수를 찾아 물가에 편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물속을 바라본다.

물빛이 참 곱다. 물속은 투명하고 맑다. 그 맑고 투명한 화선지에 하늘의 푸른 기운이 호수에 내려와 파란 바탕을 칠하기 시작하자 주위의 풍경들이 서로 온몸을 끌어안고 어울리며 조화를 이룬다. 산이 내려와 맑은 색들을 호수에 풀어 놓을때면 마을도 함께 내려와 자리를 잡는다. 그야말로 봄날 빛으로 그린 수채화다.

손이라도 닿으면 자국이 묻어날 것같은 싱그러운 연두빛. 꼭 안아주고 깨물어 주고 싶은 연초록 색감. 아직 잠에서 덜 깬 짙은 녹색. 파란 물빛에 비친 산빛. 노랑과 연두와 초록을 환상의 비율로 가미한 앳된 연노랑이 꿈결에서 만난 듯한 빛의 세계를 만든다. 하늘과 산과 나무 그리고 물과 연초록의 경계가 한없이 맑으며 분명하지만 또 한묶음이고 서로의 경계를 뛰어 넘기도 한다.

어쩜 이렇게 고울수 있을까. 어떤 물감이기에 이런 색깔을 낼 수 있을까. 어느 꽃이 이보다 더 이쁠수 있으랴. 어느 보석이 이보다 더 빛날 수 있으랴. 화려하지도 번쩍이지도 않지만 이렇게 맑고 깊고 깨끗한 아름다움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말로 전할 수 있을까. 이런 풍경을 볼때마다 늘 겸손해지는건 왜일까.

호수위로 바람이 분다. 나무는 기다린 듯 노래를 부르고 물속의 나뭇잎은 봄의 화음이라는 곡조에 맞추어 몸을 흔든다. 아니 춤을 춘다.그 춤사위는 화려하지 않지만 독보적이고 무아지경이다. 누구든지 그냥 빠져든다. 감정도 이성도 모두를 잊게한다. 그러나 바람이 멎고 수면이 잔잔해 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춤추는 모습은 사라지고 화두를 안고 깨달음을 얻고자 선정에 든 수행자의 모습이다. 한치 흐트림도 없이 그저 묵묵히 제 모습을 지키고 있다. 바라보는 내가 물속 수채화인지 물속 수채화가나인지 모른다. 무념무상이라고 해야할까 무언가 비워지는 느낌이 있고 물에 비친 맑은 기운이 내 몸을 파고든다. 명경지수라고 했던가. 사색을 즐기는 고요한 마음이 봄날 물속의 푸르름을 보고 생긴 말은 아닐까 싶다.

얼굴을 씻고간 바람이 물결을 출렁이며 손에 잡힐듯한 수채화를 지우고 지나간다. 문득 저 물결이 삶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채우고 담고 가두고 불리고 쌓기만 하는 우리네 속내를 자주 비우라고 넌지시 말하는 듯 하다. 또 출렁임 자체가 시련일수 있지만 극복하는 과정이 인생의 한 부분일 수 있고 한편으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을테니까. 물결이 일지않는 호수와 바다가 어디에도 없듯이 우리네 삶도 다 그렇게 흔들리고 지우고 돌이켜 보면서 사는 것 아닐까. 맑은 호수에 내려앉은 선명한 봄빛처럼 내 모습도 그렇게 비추려면 늘 물 같이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해야 가능하겠지.

물결처럼 지우고 또 비춰볼 수 있다면 봄날의 수채화 처럼 세상의 맑은 빛으로 깊고 청초하게 인생을 색칠하고 싶다.

김학명

수필가

푸른솔문학등단

푸른솔문인협회회원

운초문학상 수상

공저:<은빛여울> 외 다수

충북도도의회 의사담당관. 충북도자치연수원 교수

청남대관리소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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