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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2.04 17:28:39
  • 최종수정2021.02.04 17:28:39
술!

보잘 것 없는 사람도 위대해지도록 만드는 묘약으로 술보다 더 멋진 것은 없는 것 같다.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시선을 의식하고 사는 동물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칭송과 칭찬을 받고 사랑받기를 바라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타인으로부터 멸시, 비하, 미움, 무관심의 대상이 되기 싫어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싶어 부단한 노력을 하는 것이 인간이다. 돈을 많이 벌려고 힘쓰며 학벌을 높이 쌓으려고 공을 들인다.

몸매를 가꾸고 멋을 내며, 회사 조직에서는 고위직에 오르려고 애를 쓴다. 그래야 주변에 찬양하는 사람들이 들끓게 마련이다. 한마디로 말해 남보다 위대해지면 되는 것이다.

사법고시에 합격을 하거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일약 스타가 된다. 유명한 연예인이 되거나 프로 축구, 프로 야구의 유명 선수가 되어 수 백 수천억 원의 연봉을 받으면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한 개인이 이렇게 소망을 이루고 위대해 지면 타인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찬란하고 위대한 시간은 영원할 수 없는 게 세상 사는 이치다. 언젠가는 초라하고 비참한 시간이 찾아온다.

한때 많은 이들로부터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사람도 비참한 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사람도 때가 되면 현실은 퇴락하고 그 누구도 나를 거들떠보지 않는다. 이럴 때 우리는 쓸쓸하게 술잔을 들게 되는 것이다.

첫 잔은 현재의 초라한 모습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쓰디쓰지만, 한 잔 두 잔 들어가면 술은 어느 사이엔가 우리에게 위대했던 과거와 그 시절의 희열을 선사한다. 이처럼 술은 우리를 에덴동산처럼 아름다웠던 과거로 데리고 가는 최고의 묘약인 것이다.

술은 위대했던 과거를 찾아주는 묘약이지만 술에 대한 지나친 욕망이나 사랑, 즉 음주욕의 문제를 야기한다. 적당한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고 너무 지나치게 술을 찾을 때 과음이라는 도깨비를 만난다. 술꾼들의 궤변이 재미있다.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먹고, 좀 취하면 술이 술을 먹고, 만취가 되면 술이 사람을 삼킨다"는 것이다. 음주욕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현재 자신에 대한 무기력과 패배의식 때문이라고 한다. 누구나 불행하고 비참한 현실을 깨끗이 잊고 싶어 한다. 내 과거 인생의 정점이었던 시절을 꿈꾸려고 한다. 과거 찬란했던 황금기를 찾아야 현재의 잿빛에서 그나마 숨통을 틀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술이라는 묘약으로 순간적이나마 한때의 정점을 향유했던 과거의 내가 불쑥 나타나 현재의 불우하고 보잘것없는 나를 잊게 할 수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학교 동창회에 나갈 때가 있다. 술과 동창회 풍경에서도 영광스러웠던 과거와 초라해진 현실의 갈등을 엿볼 수가 있다. 사람은 현재 자신의 삶이 어려울수록 과거의 영광을 확인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한때는 반장이었고 공부도 잘 해서 다른 친구들의 부러움과 선생님의 칭찬 속에서 살았던 시절이 너무도 그리운 것이다.

과거에 자신보다 공부를 못했던 친구가 어느 사이엔가 판검사가 되어 있을 수도 있고, 박사 학위에 대학교수가 되어 명성을 떨칠 수도 있다. 물론 현재 잘 나가는 친구는 과거에 자신보다 잘 나갔던 친구 앞에서 뻐기고 싶은 심정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몰락했지만 과거 영광스러웠던 위치에 있던 사람과, 과거에는 불우한 시절을 보냈지만 지금은 존경받는 자리에 있는 사람 사이에서 동창회는 은연중 다툼으로 번지기도 한다. 과거의 왕과 현재의 왕 가운데 누가 동창회에서는 큰소리를 칠 것인가. 과거의 왕은 대취해서 화려했던 과거 시절로 돌아간다.

그렇지만 과거의 영광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대부분 친구들은 과거의 왕이 취했다며 조롱을 하고 현재의 왕 편을 드는 것이 세상인심이다.

술은 인간에게 과거와 현재의 부침(浮沈)에 대한 서글픈 보고서 같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눈물이 절반이다'

어느 시인의 한 구절이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것 같다.

이황연

푸른솔문학 신인상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성균관 典人

저서: 「인생과 나의 삶」 「살아온 세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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