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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1.09 16:28:01
  • 최종수정2023.11.09 16:28:01
요즈음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인지 조그만 말에도 서운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또는 내가 한 말에 대해 상대방이 반감을 갖고 항의하면서 본인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일이 가끔 일어나고 있다.

이런 일이 있었다. 친한 사이인 부부와 만나서 얼굴도 보고 이런저런 옛 추억을 더듬어가며 즐거운 대화를 하면서 밥을 먹었다. 식사비는 내가 계산했다. 그리고 얼마 후 둘이 만나서 밥을 먹었다. 역시 계산은 내가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말은 "밥 먹고 싶을 때 전화해"였다. 순간, 그래 내가 친구한테 밥 얻어먹고 싶으면 전화하자고?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서로 얼굴 보고 싶을 때 만나서 대화도 하고 밥도 같이 먹는 것이지 밥만 먹자고 전화한다고? 자존심이 강하게 발동해 두 해가 지나도록 밥 먹자는 전화는 하지 않고 안부를 묻는 전화만 가끔 한다.

이런 한자 글이 생각난다. 백규지점 상가마야 사언지점 불가위야(白圭之玷 尙可磨也 斯言之玷 不可爲也). 우리 말로 표현하자면 흰 옥의 흠결은 언제든지 갈아서 없앨 수 있지만, 내뱉은 이지러진 말은 어찌할 수 없다. 즉, 말은 신중히 해야 한다는 격언이다. 말하기 전에 하고 싶은 말에 어떠한 파장이 있을까? 생각해 본 뒤 상하좌우를 막론하고 가리고 다듬어서 말을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친한 사이라고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말들 사이에는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문구가 들어갈 수가 있겠다. 차라리 아무런 의미가 없는 여자들의 수다가 서로 간에 부담이 없고 상처를 줄 만한 말이 없을 것 같다.

물이 가득 들어있는 항아리가 흙바닥에 넘어져 흘러버린 물은 흙탕물이 된 채로 어느 정도 쓸어 담을 수 있겠지만 완벽하게 본래의 모습의 물을 담기란 참으로 어려울 것 같다. 말이란 잘만하면 천 냥 빚도 갚을 수 있다. 교훈적인 말을 늘 마음속에 쌓아두고 살아가기를 스스로 내 자신에게 부탁한다.

요즈음 색소폰 동아리에서 연주 지도하면서 틀리는 부분에 대해 지적하면서 하나씩 교정을 해 나간다. 나이가 많은 선배들에게 나도 잘 안되는데 이렇게 또는 저렇게 하라고 연주 방법을 수정하라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서운하게 들리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했었다. 즉시 교정을 하겠다는 표정을 보이는 분도 있지만 기분이 언짢은 듯한 표정을 보이는 회원도 있다. 동아리가 단합된 모습을 늘 지닐 수 있게 대화의 방법을 강구한다. 쉬는 시간에는 언짢은 표정을 보인 회원에게 슬쩍 기분이 풀릴만한 농담을 던져 웃음을 보이도록 말을 건네기도 했다.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이 있다. 말은 적게 할수록 허점을 보일 확률이 낮아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적어질 것이다. 그러나 세상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이런저런 일로 만나서 대화해야 하는데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러니 최대한 말실수 없게 조심을 하는 것이 상책이다. 상대방이 기분 좋게 들리는 말, 웃음을 주는 말, 사랑을 주는 말, 나아가 행복을 담아주는 말을 하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살피며 말을 해야 하겠다. 재삼 다짐한다.

이기원

푸른솔문학 신인상

푸른솔문인협회 회장

저서 '갈매기의 꿈'

공저 '목련이 필때면' 외 다수

2015년 황조근조훈장 수상

중·고등학교장 정년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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