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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11.04 17:12:18
  • 최종수정2021.11.04 17:12:18
날씨가 점차 더워지니 소나기 소식이 그리워진다. 매일 아침 걷던 운동도 더위 핑계로 겨우 이삼일에 한번 걷게 되고 무기력증에 밥맛도 없고 기운도 쇠약해지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모든 일이 시작은 하였으나 마무리를 못하고 있다.

오늘은 동네 뒷동산 정상에 산책하며 쉬는 곳에 백일홍꽃을 심은지 2주가 되는 날이다. 이날은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였다. 나약해진 마음과 몸을 추스르고 싶어 생각 끝에 열한 포기를 정성스레 심고 물을 주었다. 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나태한 마음이 몸을 무겁게 하여도, 이제는 꽃에 물을 주기 위해 하루도 산을 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산에 꽃밭을 만들기로 결심한 것은 대학 은사님이시자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에서 지도해 주시는 교수님이 삼년 동안 온갖 정성을 들여 만들어 놓으신 율봉공원 꽃밭에 감동을 받아서이다.

"꽃 이름이 뭐예요" "물 주시려고 오늘도 일찍 오셨네요" "더운데 고생하시는데 꽃이 아주 예쁘네요" "왜 이 산속에 꽃을 심으실 생각을 하셨어요" "꽃을 보니 마음이 즐거워져요" "아저씨 멋져요 최고예요" 산을 즐겨 찾는 동네 주민들이 물을 주는 나에게 하는 말이다.

백일홍을 선택한 것은 삼복더위 땡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고하게 한여름을 잘 견디는 꽃이어서이다. 꽃이 100일 동안 핀다고 해서 백일홍이다. 꽃말은 '순결' 백일초라고도 부르는데 분홍, 빨강, 노랑색등 꽃색이 다양해서 더욱 좋다. 나무에 피는 백일홍이라 부르는 배롱나무의 꽃은 목백일홍 이라 불러야 좋으리라.
 
엊그제 채종한 접시꽃, 채송화, 금계국, 백도라지꽃 등 몇 가지의 꽃씨를 햇빛이 잘들고 보기 좋은 곳에 정성스레 파종하였다. 엄동설한의 추위를 이겨 내고 내년이면 예쁜 모습으로 싹이 트고 꽃이 피어서 주민들의 지친 심신을 안정시켜주고 건강한 육체와 건강한 정신이 함께하여 매일 와서 마음껏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또한 더위가 지나가고 생육이 멈추는 가을에는 등나무를 심어 내년부터는 그늘을 만들고 향기가 좋은 꽃을 피워 이곳을 찾는 모든 이에게도 아름다운 마음의 꽃도 피울 수 있게 하리라. 또한 튼튼한 나무로 의자를 만들어 사색思索을 하며 정담情談을 마음껏 나눌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리고는 이곳을 찾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산이름과 꽃밭이름도 지어야겠다.

"나 여든한살 밖에 안 되었어 저렇게 예쁜꽃을 보면 지금도 마음이 설레이지" 오십대의 젊은 아낙이 비록 지팡이 하나를 의지하지만 매일 이곳을 찿아 산책하시는 어르신의 연세를 묻자 의미 있는 듯한 대답을 하시는 모습을 보며 역시 꽃을 잘 심었구나 싶다. 어릴적 어머니와 뙤약볕에서 고구마밭의 잡초를 제거할 때 흐르는 땀을 훔쳐주시며 "참을성을 길러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던 생각이 난다. 어머님 세대의 삶은 너무도 많이 힘드셨다. 일제 강점기에, 한국전쟁에, 고달픈 인생 여정은 지금처럼 배불리 먹고 여행을 가고 꽃밭을 가꾸는 것은 사치였으리라.

백일홍꽃은 청아하고 소박해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꽃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행복을 준다. 또한 거짓을 하지 않는다. 가뭄에 시달려 잎이 축 늘어져 있다가도 물을 주면 금새 깨어나 방긋 미소를 짓는다. 인생도 꽃과 같다. 꽃의 향기와 꿀은 벌과 나비를 불러들이고 열매를 맺듯이 우리 인생도 사랑과 배려로 고달픔을 몰아내고 미소를 짓게 하며 희망과 용기를 준다.

'가을은 성큼 다가온다' 고 했다. 한바탕 소나기라도 쏟아지면 코스모스와 들국화도 심어 추색秋色에 추향秋香으로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리라. 그리고 사색思索의 계절 가을이 익어가면 미처 몰랐던 야생화들의 꽃씨를 모아 율봉산 꽃밭과 무명산 꽃밭에 정성스레 파종해야겠다.

삼복더위에도 굳건하게 꽃을 피우고 고유의 향기를 잃지 않는 꽃들을 보면서 나약했던 나를 깨우고 좀더 정진하고 성실하게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가세현 프로필

 푸른솔문학 신인상
 카페문학상 수상
 푸른솔 문학회 회원
 대한민국 서예전람회 초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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