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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12.08 17:13:48
  • 최종수정2022.12.08 17:13:48
김군, 이름이 영식이었지? 우리가 처음 만난지도 꽤 오랜 세월이 흘렀군. 처음 김군을 만났을 때 충북대학교 국문과 2학년이라고 했었지. 내 장녀와 동갑이라고 하니 아버지뻘이라고 많이도 어려워했었지.

자그만한 체격에 뽀얀 피부를 지니고, 말 한마디라도 조심스럽게 하며, 점잖고 예의바른 김군이, 처음 인력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기억이 생생하구먼...

어떻게 알고 그 먼 사직동에서 가경동 여기까지 왔는지, 또한 무슨 사연이 있어서 이런 험한 곳까지 왔는지, 우린 많은 대화를 나눴지.

그래, 아버지는 아직도 약주 많이 드시는가? 그때 자넨, 아버지 원망을 많이도 했었지. 무위도식하며 매일 폭음에 어머니를 괴롭히고, 구멍가게마다 외상값이 대추나무 연 걸리듯 해서, 동네 사람들 보기가 창피해 죽겠다고, 차라리 아버지가 눈앞에서 안 보였으면 좋겠다고 까지 하지 않았던가?

어머니는 공장에 계속 나가시는가? 내수에 있는 작은 공장 다니시는데, 야간 수당이 짭짤하다고 늦은 밤까지 근무를 해서 몸도 많이 쇠약해졌다고 했었지. 설상가상 월급이 세달이나 밀려서 방세도 못냈다고 걱정도 했었지.

형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는가? 대학 졸업후 공무원 시험에 삼 년 동안 열정을 쏟아부어도 결과는, 매번 식구들 한숨만 나오게 했고, 없는 살림에 염치도 없다고 푸념도 많이 했었지. 아무데나 취직해서 월세 방삯이라도 내면 생활이 한결 여유가 있었을 거라고...

조금 있으면 대학교 방학이 시작 되겠구먼. 이맘때면 자네 생각이 더 난다네. 방학 기간에, 다른 학생들은 알찬 계획을 세웠을텐데, 자넨 이른 새벽에 안전화를 신고 내게로 왔었지. 사직동에서 여기까지 시간반이나 걸리는 거리임에도 자넨 걸어 다녔지. 버스비라도 아낀다고 말이야. 여름방학 때 400만 원, 겨울방학 때 400만 원, 일년에 800만 원으로, 등록금 내고 나머진 용돈으로 일년을 버틴다고 했었지. 여유 있으면 가끔 형에게 용돈도 준다면서, 매사에 감사함을 잊지 않고 살았던 자네가, 새삼 자랑스럽게 느껴지고, 다른 학생들과 자꾸 비교가 되는군. 요즈음 자네 같은 학생들을 보기 힘들다네. 가끔 4~5명이 와서 의기양양하게 하루를 시작하지만, 저녁나절엔 기진맥진해져 만사가 귀찮은 듯 뒤도 안 돌아보고 줄행랑을 친다네.

김군, 자네 집안 사정 얘기할 땐, 나도 마음이 짠하더군. 어린 나이답지 않게, 닥친 현실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세상일에 순응하려는 자네였지. 남들이 꿈나라에 있을 때 새벽달을 바라보고 별과 대화하며, 희미한 가로등 불빛에 의지한 채, 터벅터벅 시계탑 고개를 넘으며서, 세상사 불공평에 대해서도 많은 원망을 했던 자네 아니던가.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목적도 목표도 없는, 자네 인생 자체가 거센 파도에 밀려나는 잔해 같기에... 자네는 매일매일 부딪치는 힘든 현실에, 부정적 시각보다 항상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며 생각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었지. 말하지 않아도 행동으로 보여줬던 자네 아니던가· '어둠이 지나야 새벽이 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내가도 몇 번씩 얘기해준 기억도 있구먼.

김군, 자네가 첫 일 나가서 힘들게 일하고 받은 일당을 몇 번씩 세어봤던 그 모습이 왜 이렇게 아른거리는지· 일머리를 모른다고 해서 고참들 사이에 끼워서 '쇠파리도 소꼬리에 붙어 천리를 간다'는 심정으로 다녔었지.

김군,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고 벽이 있으면 반드시 문이 있는 법일세. 난 항상 김군의 그 굳건한 의지를 믿네. 물론 지금 좋은 직장에, 사회의 한 분야에서 책임감 있게 중추적인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도 믿네. 김군, 대학시절 가정을 원망하며 힘들게 공부한 사연은, 좋은 추억으로 포장해 담아 보관하게나. 그것은 분명 자네의 인생에, 소중한 자산이 됐으리라 믿네.

김군, 지금쯤은 아버지 어머니 모두 건강하시고, 형의 일도 잘 풀렸을 거라 믿네.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 해 보네. 부모님께 잘 해 드리게. 더 잘해드리고 싶어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또 기다려 주지도 않는다네. 돌아가시면 땅을 치고 백 번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네. 풍수지탄이란 말이 있잖는가· 언젠가는 우리도 만나겠지· 옛 추억을 떠올리며 소주 한잔할 수 있으려는지?

김군, 옛 추억이 그립고, 보고 싶은 심정으로 두서없이 몇 자 적어 봤네. 항상 건강하게 지내고, 모든 일을 낙천적으로 보면서 우리 앞길을 걸어 가보세.

- 한때, 자네의 인생 멘토였던 사람이 씀 -

민경준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강

푸른솔문인협회회원

효동문학상 수상

충북대학교 행정대학원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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