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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선

청주시 오송읍사무소 주무관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 아이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북한의 김정은이 대한민국의 중학생이 무서워 못 쳐들어온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중학생 시절에 겪게 되는 수많은 변화는 어른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그래도 아이들과의 대화와 소통이 잘 이루어진 편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올해 중3인 큰 딸과 전쟁을 치르지 않고도 중2병을 그럭저럭 넘기고 있음에 감사해 하던 중 어느새 둘째 아들도 중2병의 세계에 입문하는 중1이 되었다.

중학생이 되어도 부모에게 말대꾸 한번 하지 않고 기분 나쁠 땐 한번 씩 웃어준 후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아이이기에 이 아이 역시 중2병을 무사히 잘 마칠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중학교에 입학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들이 친구와 싸우며 주먹질을 해 상대 아이가 다쳤다는 것이다. 순간 머리가 하얘지고 가슴이 콩닥거리면서 학교로 달려갔다. 교무실에는 코피가 나서 코를 화장지로 막고 있는 아들과 얼굴에 외상이 있어 상태가 더욱 심각해 보이는 다른 아이가 함께 있었다.

그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나서 상대 아이의 외상도 가라앉고 학교에서도 그 사건에 대한 처리가 종료된 시점에서야 놀란 가슴이 간신히 진정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춘기 아이에 대해서는 '절대 우리 아이는 그럴 리가 없어요. 우리 아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에요'라고 어떤 부모든 확신할 수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 시기의 특성상 누구나 특정 상황에서 돌발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는 불안정성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폭력과 그 해결책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요즘에는 학생들 간 발생하는 크고 작은 폭력에 대해 엄격한 잣대로 처벌하고 있어서 사고 예방에 매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런데 공정성이 중요하다보니, 객관적 기준이 그 잣대가 되고 있다. 누가 다쳤느냐, 누가 해를 입었느냐 등의 결과론적인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때론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기도 하고,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모호한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물론 학교폭력에 대한 엄격한 처벌로 인해 가해학생이 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깨닫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효과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정이라는 매뉴얼에만 의존한 처벌은 우려되는 점도 크다.

왜냐하면 그야말로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것은 '실수를 해도 되고, 어른들에게 대들어도 되는 시기'가 아니라 정신의 성숙함에 비해 신체적 성장이 월등하다보니 본인 스스로도 본인을 주체할 수 없고 본인의 힘을 본인이 가늠할 수 없는 때가 되었음을 말하기도 한다.

즉, 우리의 사춘기 아이들은 친구에게 주먹을 한 번 날렸을 때 얼마나 큰 타격이 될지를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장난으로 툭 쳤을 때도 그 타격으로 친구가 넘어져 다칠 수 있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아이에게 단한번의 용납도 없이 지침에 의한 엄격한 처벌만이 이루어진다면, 아이들은 친구를 다치게 한 양심의 가책으로 깨달음을 얻기 이전에 처벌 기준을 빠져나갈 궁리를 찾게 될 수도 있다. 또한 한 번의 빨간줄로 인해 더 이상 빨간줄을 두려워하지 않는 상습 폭력자가 되어 버릴 우려 또한 존재한다.

현대사회에서 중요시하고 있는 객관성·공정성이라는 가치 기준이 학생들에게도 너무 강조되다보면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우리 사춘기 아이들에게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기회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 씁쓸한 현실이다.

자기 힘을 스스로 가늠하지 못해 친구를 다치게 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미안함을 지녀야 하고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뉘우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런 이후에는 자신의 힘을 가늠하게 되어 신중하게 행동함으로 그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너무 명확한 기준과 처벌만이 존재한다면 스스로 반성할 기회는 박탈되고 만다. 물론 그렇다고 사랑으로만 포용하고 기회를 주는 것도 폭력의 문제점을 간과하는 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양자가 잘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며 폭력의 결과만이 아니라 원인에도 집중하여야 할 것이다. 처벌이 이루어진 후에도 아이들이 처벌을 피하는 방법만 연구하지 않도록 아이의 양심의 가책과 뉘우침을 이끌어주는 교육과 상담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내 아들의 상대 친구의 어머니는 아이를 위험한 폭력꾼으로 몰아가기보다 사춘기 아이의 실수라고 이해를 해주신 덕에 아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더 이상 주먹질을 하지 않을 거라 믿고 있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음은, 아직도 내 아들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한 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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