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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문, 소외된 이웃들의 소망

청주 수동 인력시장에 모인 일용직 노동자들
건설경기 불황·중국 노동자에 밀려 일감 '뚝'
"한달에 열흘 나가기도…매일 일했으면 좋겠다"

  • 웹출고시간2014.08.13 19:51:04
  • 최종수정2014.08.13 20:03:59

일감을 얻지 못한 일용직 노동자들이 청주시일자리종합지원센터 무료급식소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 제공 청주시일자리종합지원센터
새벽 5시30분. 청주시 상당구 수동의 인력시장이 문을 연다. 안전화를 신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한다. 더러는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담배를 피기도 한다. 이들의 손에는 항상 구인신문이 들려있다. '허탕'을 치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기 위해서다.

수동 인력시장에 모이는 노동자들은 하루 100여명. 15년째 운영되고 있는 청주시일자리종합지원센터 무료급식소에서 허기를 채우며 일거리를 물어다 줄 사람들을 기다린다. 청주시일자리종합지원센터는 2011년부터 일용직 노동자들을 알선하지 않지만 인부들이 모이는 것은 여전하다. 30년째 수동 인력시장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을 찾아 온 모두가 일거리를 얻는 것은 아니다. 요즘같은 비수기에는 40명 정도가 일감을 구할 수 있다. 건설 경기가 좋을 때는 일하고 싶은 곳을 골라 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불러주는 곳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루 일당 10만원. 이들이 새벽부터 나와서 얻는 노동의 대가이다. 그마저도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오후 1시께 수동 인력시장을 찾았다. 자신을 용접공이라고 소개한 A씨는 허탕 친 사람들과 함께 일자리종합지원센터 로비에서 뉴스를 보고 있었다.

"요즘 건설경기가 좋지 않아 일하시는 분들도 힘드시죠?"

말이 끝나기 무섭게 A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건설경기가 한창 좋을 때는 한 달 중 20일을 일했단다. 용접공의 하루 일당은 15만원. 당시에는 수입이 꽤나 쏠쏠했다던 그는 요즘에는 열흘 나가기도 힘들다고 푸념했다. 그마저도 언제 일이 있을지 모르는 불안감과 함께 말이다.

"회사 다니는 사람들처럼 매일 일이 없어. 더군다나 장마 끝난지 얼마나 됐다고 또 광복절 연휴래. 또 일 못하겠네…"

그는 허탕 친 날이면 이렇게 사람들과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새벽에 일감을 얻지 못해 술에 골아 떨어져 하루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에게 그 무엇보다 싫은 날씨라고 한다. 건설현장에선 비가 내리면 일을 못하기 때문이다.

빗줄기가 강해지자 새벽부터 나갔던 노동자들이 하나 둘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오송의 건설현장에 다녀온 B씨도 그들 중 한명이었다.

"우리? 우리야 가슴 속에 항상 오늘 일을 할 수 있을까 불안감을 가지고 있지"

하루를 벌어 다시 하루를 사는 그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일거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오늘 하루 일거리가 없다면 그것은 곧 끝이라는 말을 남긴 B씨는 다시 말을 이었다.

"요즘엔 진짜 중국에서 온 노동자들도 엄청 많아. 아무래도 우리보다 임금이 싸니깐 일용직으로 많이 쓰지. 그래서 더 일감이 없는 것 같아"

옆에서 뉴스를 보고 있던 A씨에게 16일 충북에 교황이 방문한다는데 혹시 바람이 있는지 물어봤다.

"이 사람아! 내가 말했잖아. 일거리라고. 세상에 더 어려운 사람들도 많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도 요즘 많이 힘들거든. 별거 없고 그냥 매일매일 일이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 김동수·강준식인턴기자 kimds03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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