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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는 살고 있는 관음사는 계단이 많기도 하지만 그 경사가 무척 가파르다. 이러한 계단의 높이는 오를 때는 힘겹지만 조심스럽게 걷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다시 내려올 때는 힘은 줄지만 발아래를 살피면서 조심조심 걸어야 넘어지거나 미끄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계단 앞에 설 때마다 힘들지 않고 편안할 때가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것을 배운다.

우리 삶에서도 무엇이든 잘 풀릴 때가 더 위험하고 함정이 많은 법이다. 일이 뜻대로 잘 되지 않을 때는 매사 조심하고 점검한다. 그러나 일이 술술 잘 풀릴 때는 마음의 긴장이 느슨해지고 방심과 자만이 그림자처럼 따르게 된다. 이런 마음의 틈을 경계하고 살피는 것이 우리 삶에서는 퍽 중요하다.

살다 보면 한 순간의 방일한 마음이 마(魔)를 불러들이고 화(禍)의 원인이 된다. 잠깐 한 눈을 팔 때 그만큼의 허점과 빈틈이 드러난다는 뜻이다. 불행과 사고는 항상 이때를 노리고 있다. 그래서 죽음과 위기는 예고하지도 않고 소리도 내지 않는다. 그냥 보이지 않는 뒤쪽에서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뒤통수를 툭 친다. 그러므로 불시에 닥친 불행이 있다면 그 이면에는 반드시 경솔하고 방심한 생활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가르침은 삶의 비즈니스에도 똑 같이 적용된다. 안일과 타성에 젖어 철저한 관리를 하지 않으면 그 틈을 이용해 위기와 장애가 침범한다. 그러므로 잘 풀릴 때 오히려 조심하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성공한 비즈니스의 삶이다.

선가(禪家)의 가르침에 다음과 같은 법문이 있다.

“들판을 태우는 불도 반딧불 만한 작은 불씨에서 발생하고, 산을 쓸어버리는 물도 졸졸 흐르는 물이 모여 이루어진다. 물이 적을 때는 한 움큼의 흙으로도 막을 수 있지만 크게 불어나면 나무와 돌을 쓸어내고 언덕을 덮어버리며, 불이 약할 때는 한 국자의 물로도 끌 수 있지만 활활 타오르게 되면 산과 마을까지 태우게 된다.”

미리 미리 자신을 단속하고 작은 일도 소홀히 하지 말고 점검하고 챙길 줄 알면 인생의 낭패를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아무런 걸림 없이 자기 뜻대로 일이 잘 이루어질 때는 한번쯤은 그 일에 대해 의심해 보아야 한다. 브레이크가 없는 것이 더 위험한 이치와 같다. 그냥 습관처럼 따라 가다 보면 후회할 일이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부처님도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모든 일이 잘 될 때 사소한 일에 방심하여 큰일을 그르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백 번 조심하여도 한 번 방심하면 일을 망치기가 쉽다. 천리나 되는 튼튼한 둑도 개미떼에 무너지고 아름다운 옥구슬도 흠 때문에 쪼개지는 것과 같다. 재계에서 손꼽히던 재벌 기업인들이 한 순간에 알거지가 되는 것이나, 대통령에 도전하는 후보들을 보더라도 무슨 일이든 승승장구할 때 겸손하고 조심해야 되는 분명한 이유를 알 수 있다. 복에서 재앙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송광사의 보조스님 비문에는 ‘우행호시(牛行虎視)’라는 법어가 적혀 있다. 매사를 신중하고 조심조심 행동하고 정신을 엉뚱한 곳에 팔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일이 잘 풀릴 때 더 조심하고 내 뜻대로 잘 될 때가 오히려 유혹이 많은 때라고 여기고 현재의 자리를 점검하고 살피는 것이 생활인의 첫째 덕목이다. 그리고 잘 풀릴 때는 시기와 모함도 성한 법이 아니던가. 요즘말로 바꾸자면 ‘잘 나갈 때 조심하라’는 뜻이다.


/현진 (청주 관음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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