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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11.01 16:59:49
  • 최종수정2022.11.01 16:59:49

최종웅

소설가

어느 날 귀가하다가 현관에 붙어있는 쪽지를 발견했다. 집배원이 등기를 배달하러 왔다가 부재중이라서 되돌아갔다는 내용이다. 불길한 생각이 스쳤다.

등기를 보낼만한 사람이 없는데 누구일까? 조급증을 이기지 못하고 발신자를 찾아보니 청주시장이었다. 불안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청주시장이 등기를 보낼 이유는 불법주차나 과속뿐이다. 적어도 4, 5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할지도 모른다.

단돈 만원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청주페이에 가입해 매달 5만원씩 절약할 수 있다고 좋아했는데 갑자기 중단되었다. 얼마 전 재개했지만 혜택은 2만원으로 줄였다는 뉴스를 보고 서운했지만 그나마도 챙기고 있다.

만약 벌금이 5만원이라면 청주페이 두 달 치 혜택보다 많은 것이다. 어디서 딱지를 떼었는지 알아나 보자는 심정으로 전화를 걸었다. 벌금이 아니라 상품권을 준다는 답변이었다.

세금을 잘 낸 납세자를 추첨해서 청주사랑 상품권 5만원 어치를 우송했다는 것이다. 기뻤지만 허탈했다. 아직도 관존민비가 엄연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서민은 이렇게 산다. 법이 무서워서 잔뜩 기가 죽어 사는데 높은 사람일수록 무법천지다.

전두환 노태우 등 하나회 일당이 대통령의 재가도 받지 않고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체포한 게 12·12사건이다. 그렇게 정권을 잡은 두 사람은 대통령을 인수인계하면서 영화를 누렸다.

정치도 제법 잘해서 전두환은 한국 정치의 병폐인 장기집권을 끊고 5년 단임제를 실시했고, 노태우는 체육관에서 대통령을 뽑는 간접선거를 직선제로 바꾸는 공도 세웠다.

그들의 불법은 역사에 묻히고 마는 줄 알았다. 호랑이를 잡기위해 호랑이 굴에 뛰어든 김영삼에 의해 처벌받고서야 군사반란의 수괴(首魁)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 두 가지 사례를 비교해 보면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군인이 총칼로 정권을 빼앗는 세상을 보면서 서민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기회만 있으면 그렇게 하고 싶지만 힘이 없어서 못하는 걸 한탄했을 것이다. 이제 문민시대도 수십 년이 지났으니 상탁하부정은 근절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현직 박근혜 대통령도 국정을 농단했다는 이유로 탄핵을 당해 옥살이를 했고, 이명박 대통령도 퇴임 후 옥고를 치렀다.

문제는 아직도 상탁하부정은 사방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감사원으로부터 서면조사를 받으라는 통지를 받고 무례하다는 말로 딱지를 놓은 일이 있었다.

퇴임 대통령이 어떤 자리이기에 감사원의 서면조사 요구를 거부할 만큼 대단한 것이냐고 놀라워할 무렵, 그보다 더한 일도 잇따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으라는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민주당사에 있는 민주연구원을 압수수색하려고 영장을 들고 온 검사가 와이셔츠 단추가 떨어지는 수모만 당하고 물러났다가 5일 후에야 겨우 성공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이유는 압수수색 대상이 제일야당 당사라는 것뿐이다.

민주당은 입법권을 장악한 제일 야당이니 누구보다 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마땅하다. 더구나 업자로부터 8억을 받았다는 사유가 적시되었는데도 제일 야당 당사라는 이유만으로 집행을 막았다면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성역의식 때문이다.

전두환 노태우가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뺏었지만 장기집권 폐해를 끊고 직선제를 실현한 공적이 있음에도, 반란죄 수괴로 처벌 받은 것은 대통령의 재가를 받지 않고 군대를 동원해 참모총장을 체포한 불법성 때문이다.

단지 제일 야당 당사를 압수수색한다는 이유만으로 국정감사 중인 국회의원을 동원해 실력으로 압수수색을 막은 것도 엄연한 불법행위다.

전두환 노태우가 군사반란죄로 처벌받음으로써 다시는 군사반란을 꾀하려는 정치군인이 나타나지 않는 것처럼 압수수색을 저지한 불법도 공무집행 방해나 증거인멸로 처벌해야만 비슷한 법치 유린이 재연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법 집행을 거부하는 쾌감을 모방하려는 심리가 만연해 무법천지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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